더 없이 찬란하고 한없이 쓸쓸한 공유

공유는 가슴의 검을 뽑아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가슴의 검이 뽑힐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공유 인터뷰 & 화보 - 에스콰이어

실크 셔츠, 벨트 모두 가격 미정 루이비통.

신기주(이하 신) 도대체 <도깨비>를 안 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몇 번씩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면서요.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우리 모두 수호신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될 뻔했으니.

공유(이하 공) 밖에서 봤을 때는 진짜 큰일이었을 수 있겠죠.

신_ <도깨비>는 <태양의 후예>와 <신사의 품격>과 <시크릿 가든>을 쓴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이었어요. 그런데도 큰일이 아니라니요. 도대체 왜 그렇게 거절했나요?

공_ 처음부터 너무 하고 싶었다면, 그런데 제가 그 기회를 놓쳤다면, 결과적으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제게도 큰일이었을 수 있을 테지만요.

신_ 하긴 배우 인생에서 좋은 작품을 놓치는 건 드문 일도 아니죠. 배우라면 그걸 받아들여야 하고.

공_ 제가 일일이 말은 못 하지만 저 역시 놓친 작품이 많아요.

신_ 그런데 다른 배우가 출연해서 굉장히 잘되는 경우도 흔하죠.

공_ 맞아요. 저는 그게 다 인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아니라 그 배우가 했기 때문에 그렇게 잘됐다고 생각해요.

신_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

공_ 어떻게 보면 자기 위로일 수도 있죠. 지나고 난 다음의 자기 합리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름답고 속 편하더라고요.

신_ 그런 경험을 하면서 성숙한 배우가 돼가는 거겠죠. 나아가 성숙한 인간이 되는 걸 테고.

공유 인터뷰 & 화보 - 에스콰이어

가죽 셔츠, 바지, 운동화 모두 가격 미정 루이비통.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공_ 저는 소유욕이란 게 많이 없는 사람이에요. 사람한테도 물건에도 그래요. 제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마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제가 생각하는 전 그래요.

신_ 왜 장점이자 단점이죠?

공_ 소유욕이 많지 않은 게 제가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반면에 매 순간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자기 위로를 해버리는 저의 단점도 됐죠. 인정하고 싶지 않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건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해버리는 거예요.

신_ 솔직히 누가 곧이듣겠나 싶네요. <부산행>과 <밀정>으로 연달아 한국에서만 천만 관객을 모으고 <도깨비>로 아시아 전체를 뒤흔들어놓은 배우가 욕심이 없다니.

공_ 저는 스스로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남들 눈엔 욕심이 많은 사람으로 비쳐지나 봐요. 어느 인터뷰에선가 저라는 사람을 설명하면서 ‘진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단정 짓더라고요.

신_ 욕심이란 게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으로 만들려는 마음이잖아요. 그런데 공유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닌 건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고 말씀하세요. “<도깨비>를 안 했더라면 그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이라는 말은 욕망 덩어리인 사람이 할 말은 아니죠.

공_ 물론 저의 소속사는 땅을 쳤겠죠.

신_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숲의 김장균 대표가 땅을 치는 모습이 상상이 되네요.(웃음)

공_ <도깨비>가 너무나 잘됐으니까,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말하는 건 쉬운 일이란 것도 알아요. 누구는 배부른 소리 한다고 말할 수도 있고. 그런 얘기 듣는 게 무서워서 조심스럽게 말을 가려 하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솔직히 저한테 큰일은 아니었을 거예요.

공유 인터뷰 & 화보 - 에스콰이어

신_ 5년 동안 김은숙 작가를 애태우게 했던 이유가 어쩌면 이것이었을까요? 세속적인 욕망이 크지 않은 배우이기에 출연만 하면 스타가 되는 드라마 작가의 러브콜에도 무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공_ 5년 동안 저를 기다리셨단 말씀은 김은숙 작가님이 하셨어요. 제가 햇수를 세어본 건 아니고요. 말씀을 듣고 오히려 제가 그랬나 싶었어요. 제게 처음 출연 제의를 하신 드라마를 더듬어보니까 그쯤 되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제대한 직후였으니까.

신_ 제대한 직후라면 다시 예전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때잖아요. 그런데도 거절했다니….

공_ 저란 사람이 늘 그래요. 마음이 항상 같거든요. 집착도 없고, 후회도 없고, 아쉽지도 않고. 김은숙 작가님한테서 처음 드라마 출연을 제의받았을 때 김장균 대표와 나눴던 얘기가 아직도 기억나요. 신_ 무슨 대화였나요?

공_ “안 할 거 아는데, 그래도 잘될 것 같아서 보여주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주는 거야”라고 하면서 제게 드라마 대본을 내밀었죠.

신_ 왜 안 할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공_ 김장균 대표도 저라는 사람을 워낙 잘 아니까.

신_ 뜨고 싶고, 인기를 얻고 싶고, 주목받고 싶고, 그런 욕망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다는 말이네요.

공_ 그땐 또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영화를 통해 많은 걸 해보고 싶었거든요. 드라마 장르와 영화 장르를 비교하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에요. 둘 다 매력적인 장르니까. 단지 그 시기에 제겐 영화가 우선이었단 말이죠.

공유 인터뷰 & 화보 - 에스콰이어

니트, 셔츠, 바지 모두 가격 미정 루이비통.

공유 인터뷰 & 화보 - 에스콰이어

셔츠 가격 미정 루이비통.

신_ 그때 영화 <김종욱 찾기>와 <도가니>를 차례로 선택했네요.

공_ 원래 <도가니>가 먼저였어야 했어요. 군대에서 책을 보고 휴가 나왔을 때 이걸 영화화할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하면서 시작했던 거니까.

신_ <커피프린스 1호점>의 로맨틱 가이 공유가 군대 다녀와서 처음 선택한 작품이 달콤한 사랑 영화 <김종욱 찾기>가 아니라 사회 비판 영화 <도가니>였다는 거네요.

공_ 사실 여러 가지가 빨리 정리됐더라면 제대하고 <도가니>가 첫 작품이 됐을 텐데, 시기적으로 바뀐 거죠.

신_ <도가니>를 맨 먼저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시기에 김은숙 드라마와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게 이해됩니다. 김은숙 드라마는 판타지와 액션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지만 밑바탕은 사랑 이야기니까요. 그때 이미 공유는 더 이상 커피프린스가 아니었으니까.

공_ 그때의 전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 속으로 선뜻 들어가기가 어려운 사람이었어요. 저도 10년 넘게 배우 일을 하다 보니까 어떤 작품이 잘될것 같다, 아니다 정도의 촉이 조금은 있거든요. 그때 김장균 대표한테 대본을 돌려주면서 했던 말도 기억이 나요. “이거 잘되겠다.”

신_ 그런데도 거절. 이유를 되묻지 않던가요?

공_ 그러진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일하는 것 같고.

신_ 어느 인터뷰에선가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배우로서 공유의 고유함을 인정해줬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부산행> 첫 촬영 현장에서 연상호 감독이 공유의 연기를 처음 보고 나서 공유에게 어떤 연기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고, 공유가 어떤 연기를 할지 지켜보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죠. 공유는 그게 고마웠다고 했고. 김장균 대표도 공유라는 배우의 고유함을 인정해주는 사람인 거네요. 어쩌면 공유는 공유의 고유함을 인정해주는 사람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일 테고.

공_ 김장균 대표가 그랬어요.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렇지만 잘될 것 같아. 난 매니저니까 보여줘야 했어.”

신_ 뭐죠? 이 멋있음은! <도깨비>의 도깨비와 저승사자의 브로맨스 같달까?

공_ (웃음)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김장균 대표를 생각하면, <도깨비>를 안 했으면 진짜 어쩔 뻔했나 싶어요.

공유 인터뷰 & 화보 - 에스콰이어

신_ 결국엔 김은숙 작가를 만났고 <도깨비>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원래는 거절하려고 만난 거였다면서요. 몇 시간 대화하고 나서 설득됐다던데. 무엇이 배우 공유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가요?

공_ 그걸 말씀드리려면 저라는 사람을 먼저 설명해야 해요. 저한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못 해내면 오로지 제가 못해서 그랬다고 확실하게 인정하게 되는 게 전 좋아요. 그게 저한테 채찍질이 돼요. 그 순간 내가 더 표현할 수 있었는데 표현하지 못했던 게 뭔지 정확하게 아니까 모든 원망을 저 자신한테만 할 수 있는 거죠.

신_ 남을 원망하면 사람이 비뚤어지죠. 날 탓하는 사람은 성장하고.

공_ 저는 늘 평가받는 입장이잖아요. 싫든 좋든 저에 대한 이런저런 견해를 듣게 되죠. 오로지 저 자신을 탓할 수 있다면, 그런 평가 앞에서 조금 더 어른스럽게 대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받아들일 수도 있고.

신_ 누군가의 평가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려면 먼저 나부터가 스스로에게 객관적이어야 하니까요. 남 탓을 할 핑계가 생기면 스스로에게 엄격하기가 어렵죠. 비겁해지기 쉬우니까.

공_ 분명히 전 그런 부분이 있어요. 생각해보니 이런 얘기는 처음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알게 모르게 사람을 엄청나게 괴롭히거든요.

신_ 그게 공유라는 배우이고 공지철이라는 사람 같은데요. 그렇게 집에 가서 혼자 괴로워하는 어떤 사람. 그렇게 스스로 잘못과 한계를 인정해야 다시 딛고 일어나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

공_ <밀정>을 찍을 때도 <부산행>을 찍을 때도 그랬어요. 그날 현장에서 감독님이 잘했다고 다독여줘도 결국 그날 촬영에서 제가 진짜가 아니었으면….

신_ 소용없죠, 그런 칭찬이.

공_ 맞아요. 내가 연기할 때 집중하지 못했고 내 연기를 모니터링했을 때 진짜가 아니란 걸 내가 알았다면, 그건 가짜니까. 그렇다고 될 때까지 테이크를 20번을 간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가짜라는 생각이 들면, 집에 와서 너무 괴로워요.

신_ 집에 가서 어떻게 해요?

공_ 그냥, 못 떨쳐요. 자책도 하고 원망도 하고. 저를 괴롭히는 거죠. 내가 오늘 진짜였냐 아니었냐 때문에 고통스러워해요. 저한텐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신_ 어쩌면 그 순간이 배우 공유가 성장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네요. 고통스러운 만큼.

공_ 전, 저한텐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남들이 정말 좋았다고 얘기해도 그 순간이 가짜였다는 생각이 들면.

신_ 아시죠? 배우들 주변엔 아첨하는 사람이 많아요. 너무너무 좋았다고 그러죠. 그런데 정말 뭐가 좋았느냐고 물어보면 답을 잘 못해요.

공_ 안 믿죠.

신_ 종종 그걸 믿어버리는 배우도 있어요. 그걸 안 믿는 배우만이 성장할 수 있는 건데. 다만 안 믿는 배우는 그만큼 대가를 치르죠. 집에서 혼자 괴로워해야 하니까.

공_ 그래서 배우는 외로운 직업인 것 같아요.

공유 인터뷰 & 화보 - 에스콰이어

트렌치코트, 니트, 셔츠, 바지, 운동화 모두 가격 미정 루이비통.

신_ 그런 배우가 김은숙 드라마를 선택했어요. 도대체 무슨 얘기가 오갔던 겁니까?

공_ 그 만남 자리도 제가 부담스러워서 계속 도망다녔어요. 스타 작가님이잖아요. 만나뵙고 저를 그렇게 좋게 봐주셔서 고맙다는 얘기도 하고 싶은데, 막상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다 듣고 그 자리에서 거절한다는 게 실례가 아닐까 걱정도 됐어요. 언짢아하실 거다, 그럴 거면 안 만나는 게 낫겠다, 생각한 거죠.

신_ 이게 공유란 사람인 거죠.

공_ 그런데도 작가님이 티타임이라도 갖자고 하셔서, 얼굴 뵙고 고맙다는 말씀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그래서 만나게 된 거죠.

신_ 날이 적당한 어느 날?

공_ (웃음)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인데, 김장균 대표가 머리를 쓴 것 같아요. 김은숙 작가님하고 이응복 감독님을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더라고요. 일단 공유라는 배우에 대한 작가님과 감독님의 생각을 들어보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김 대표는 저의 불안감이 무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작가님, 감독님이랑 대화를 나눠보면 제가 가진 걱정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신_ 결과적으로 작전이 통했네요.

공_ 그렇죠. 첫 만남을 갖고 4개월 정도 있다가 <도깨비>를 찍었으니까.

신_ 그렇다면 첫 만남의 시기는 여름쯤이었겠네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거절하려고 만났다가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게.

공_ 배우가 가진 고유함과 작가가 가진 고유함이 합쳐져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너지가 날 때 그 작업이 즐겁잖아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 안에서도 정도는 있다고 봐요. 서로 융화되면서 사람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게 저한텐 되게 중요하거든요.

신_ 작가와 만나고 나서, 김은숙 드라마 안에서 공유가 진짜이고 작가와 감독과 배우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믿음을 얻은 거군요?

공_ 맞아요.

신_ 그런 고집이야말로 공유라는 배우의 특별함인 것 같아요. 어떤 배우들은 김은숙 작가한테 한 번만 출연시켜달라고 부탁할지도 모르는데. 공유는 그 안에서 내가 진짜냐 가짜냐를 고민하는 거죠. 그 고민을 놓지 못하고.

공_ 괴롭죠.

신_ 2013년에 출연했던 <용의자>를 연출한 원신연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공유는 그런 장면을 허락하지 않는 배우’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공_ 어떤 장면요?

신_ <용의자>에선 몸이 정말 조각 같잖아요.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근육질. 가족을 잃고 버림받은 북한 특수 부대원을 연기했으니. 실전에서 다져진 전투 근육이었죠. 사실 그 몸이 백만 불짜리잖아요. 노출만 슬쩍 해도. 그런데 원신연 감독은 ‘공유는 그런 장면을 허락하지 않는 배우’라고 하더군요.

공_ 원신연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신_ 원신연 감독을 인터뷰하면서 공유는 어떤 배우일까 궁금해했던 기억이 나요. <용의자>의 마지막 장면도 그래요. 죽은 줄만 알았던 딸아이를 결국 만나잖아요. 아이는 아빠를 못 알아보고, 아빠만 아이를 알아보죠. 그 순간 공유는 아이를 바라만 봐요. 눈물만 흘리죠. 그때 공유가 아이를 안았다면 200만 명은 더 들었을 거예요.

공_ (웃음) 어쩌면.

신_ 아빠는 차마 아이를 안을 수 없는 거예요. 미안해서. 절절해서. 공유라는 배우는 그게 진짜라고 믿는 거죠. 공유는 작품을 선택할 때 내가 진짜일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겁니다. 그 답이 나와야 비로소 선택할 수 있는 거고.

공_ 솔직히 이런 속내를 모두에게 꺼내놓진 않으니까요. 인터뷰를 통해서도 제 얘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또 각자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해버릴 테니까. 그런데 지금 대화에선 적어도 절 이해하고 계신 것 같아요.

 

*풀 버전의 인터뷰와 더 많은 화보컷은 에스콰이어 6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패션 에디터백진희
사진HONG JANGHYUN
헤어임 철우(Aura)
메이크업강 윤진(Aura)
스타일링이 혜영
출처
기타with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