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는 알고싶다

하고 싶은 것도, 생각할 거리도 많다. 지진희는 지진희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터틀넥 지 제냐.

촬영 중인 드라마 <미스티>는 내년 1월에 방영한다고 들었다. 지난 10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던데 벌써부터 강행군이다. 대본은 몇 회 분량까지 나왔나?

8회까지 나왔다. 첫 방영 전까지 절반 분량을 사전 제작할 예정인데 현재 3~4회 정도까지 촬영이 완료되어간다.

국민 앵커로 추앙받다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 아내 고혜란(김남주)을 변호하는 국선 변호사 강태욱 역할을 맡았다. 아무래도 평범한 부부 관계처럼 보이진 않는다.

고혜란은 오로지 성공 지향적인 여자다. 그래서 원래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음에도 강태욱과 결혼한다. 이용 가치가 있거든. 원래 강태욱은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대법원장 출신인 집안의 검사다. 따놓은 당상이지. 9시 뉴스 앵커로 얻은 신뢰를 통해 청와대에 입성하고자 하는 고혜란에게 강태욱은 훌륭한 징검다리인 셈이다. 그래서 강태욱은 그녀에게 환멸을 느끼고 검사직을 그만두고 국선 변호사가 돼버린다. 돌을 치워버린 거지.

애초에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던 건가?

강태욱에겐 자신만의 사랑법이 있다. 이를테면 강태욱은 고혜란에게 “내가 사랑해. 너도 그렇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어”라고 말하는 남자다. 그러니까 같이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강태욱이 고혜란을 변호하는 것도 그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옆에서 보기엔 부부가 정말 완벽한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각자의 사랑을 하고 있는 거지.

어쩌면 완벽하게 이기적인 셈이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인간은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상대를 너무 배려하다 보면 내가 아닌 모습에 길들여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 기분에 솔직한 행동을 하기 힘든 거지. 그러다 점점 나 자신이 없어지는 거다. 어쩌면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알기 때문에 이기적일 수도 있는 거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면 남들이 좋아하는 것에 맞춰주는 게 편하다.

터틀넥 니트, 코트 모두 에르메스. 슬랙스 타임 옴므. 구두 S.T. 듀퐁.

2000년부터 지금까지 배우로서 드라마 현장에 꾸준히 자리해왔다. 제작 시스템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해온 한 사람인 셈이다.

일단 카메라가 좋아지고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서 촬영 속도가 빨라졌다. 무엇보다도 소재나 표현의 제약이 많이 없어졌다. 과거 공중파 드라마만 있던 시절에는 할 수 없는 게 많았다. 그런데 이제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내용과 기법이 적용된 드라마가 많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미드 같은 걸 섭렵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굉장히 높아진 편이라 한국 드라마 관계자들이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고. 이에 발맞춰 공중파 채널들도 조금씩 유연해지려는 노력이 보인다. 덕분에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점점 기대가 커지는 것 같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수많은 전문직을 가진 인물로 등장했는데 늘 범상한 얼굴을 대변하는 데 적합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감을 환기시키는 데 적합한 인상이랄까.

아직은 부족하지만 어떤 역할이 와도 어울리는, 백지 같은 느낌의 배우가 되려고 노력했다. 드라마를 시작하면 처음 준비해 간 것과 현장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너무 달라서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배우가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국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언제나 열린 사고로 현장에 가야 한다. 내 생각을 살짝 비틀면 된다. 오히려 내 입장을 너무 고집하면 문제가 된다. 그런 관성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작가나 PD와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일 거 같다.

작가나 PD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내 배역은 어떤 인물인지, 이 인물이 왜 이러는 건지 질문할 뿐이다. 내가 보기에 이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내 의견을 전달하지 않는다.

레더 블루종 코치. 셔츠, 타이, 슬랙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계 예거 르쿨트르.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영화 <은밀한 여교수의 매력>과 <오래된 정원> <수>에 연이어 출연했는데 지진희라는 배우의 잠재력을 끌어내보고자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 시기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내가 싫증을 잘 내는 편이다. 그래서 새롭게 시도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그 시기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블랙코미디나 하드보일드 영화를 제안받았으니 필연적으로 하게 된 거지. 결과는 알다시피 다 망했다.(웃음) 하지만 예산을 줄여서라도 끊임없이 그런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양성이 필요하다.

작품의 흥행 여부나 평가와는 무관하게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나 <집 나간 남자들> 같은 작품에서 보여준 껄렁함과 헐렁함은 지진희라는 배우의 반듯함을 배반하는 인상이라 나름대로 파격적인 행보처럼 보였던 것 같다.

나는 그런 게 좋다. 한두 명이라도 그런 영화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내 모습을 통해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거니까. 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애초에 모두가 좋아하는 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달라야지. 그게 정상이니까.

요즘은 채널이 많아지고 TV 드라마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굉장히 흥미롭다. 공중파 채널 서너 개 중에서 골라 보던 시절과 달리 이젠 다양한 채널 선택지가 생겼잖아. 그만큼 전반적으로 개별 프로그램 시청률이 낮아졌지만 나는 이게 나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건강해진 거지. 한 프로그램 시청률이 60%나 나온다는 게 사실 말이 되나. 드디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볼 수 있게 된 거다. 그만큼 배우로서도 좋아진 셈이고.

데뷔가 조금 늦은 편이긴 했지만, 데뷔 초기에는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 얼굴이었다. 그땐 노안이었는데 이젠 내 나이를 찾은 거지.(웃음) 그런데 요즘에는 동갑 친구들을 만나면 약간 민망할 때가 있다. 완전히 백발이 다 된 친구도 있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친구들도 적지 않아서. 그래서 종종 어깨동무를 하고 반말을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경우도 생긴다.(웃음)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한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럴지도. 운동을 열심히 하긴 한다.

터틀넥 Z제냐. 재킷 벨루티.

어쩌면 젊어 보이는 외모 역시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경쟁력의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운동과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참아야 할 것도 많고, 나이가 들수록 힘든 부분이 많다. 하지만 노력한 대가는 분명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자기 나이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인상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하는 건 지나친 욕심처럼 보인다.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물론 그런 선택을 하는 이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냥 나는 그런 이유로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클라이밍도 하고, 레고도 좋아하고, 다양한 취미를 섭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은 골프에 빠졌다. 뭐든 직접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점점 내가 발전해나간다는 느낌을 얻게 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저 정도로 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알겠으니까. 그 과정에서 고통과 좌절이 상당했을 텐데 그걸 다 이겨내고 저기까지 갈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적지 않은 취미 활동을 섭렵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쁠 것 같다.

죽어라 하는 게 아니다. 내 일을 제쳐두고 취미 활동에 집중하면 말이 안 되지. 그저 시간 나면 생각해보고, 찾아가는 거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일상 곳곳에 배치해두면 사는 게 즐거울 수밖에 없다. 즐거운 인생을 위한 장치 같은 것이랄까. 행복한 시간을 가능한 한 늘려나가는 거지.

어쩌면 그래서 젊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어서는 인생이 얼굴에 나타난다고 하지 않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뭘 먹고 어떤 행동을 하며 살았는지가 얼굴에 다 나타나는 거다. 감각, 정신, 육체, 모든 걸 다 관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늘 현명한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거다. 같은 대사도 어떤 마음을 먹고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법이다.

배우가 되기 전에 포토그래퍼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촬영 중에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 있기도 했는데 혹시 포토그래퍼 지진희의 삶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을까?

장난 아니게 잘했겠지.(웃음) 농담이 아니라 진짜. 건방진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난 한 번도 내가 잘 안 될 거라 생각해본 적 없다. 그런 자신감 없이 일해선 안 된다.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었을 땐 그게 이 세상 최고의 직업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배우가 그렇다고 생각하며 일한다. 그런 생각 없이 일이 잘될 순 없다.

코트 본, 화이트 튜닉 셔츠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상당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어렸을 때부터 뭘 해도 잘할 거란 자신감이 늘 있었던 편인 거 같긴 한데, 보다 정확하게는 두려움이 없었던 거 같다. 사실 내게도 굉장히 힘들었던, 이번 생은 조졌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자기 계발서를 보면서 느낀 게 있었다. 그런 책들 내용이 다 비슷비슷하지 않나.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늘 웃어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해라, 이런 식이지. 그런데 <시크릿>처럼 수세기 전부터 통용된 규칙이 지금도 판매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싶어서 나도 한번 시작해봤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 그렇게 일과를 시작하니 하루 종일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고, 하루가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보면 그런 기분이 다음 날에도 이어지고, 일주일,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거지.

마음만으로 쉽게 되는 일은 아닐 텐데.

물론이다. 그러니까 꽤 오랫동안 노력한 셈이다. 그리고 아무리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해도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 마냥 긍정적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런 방식이 절망이나 슬픔을 줄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거지.

그런 절망감은 언제 느꼈나?

나는 배우로 늦게 데뷔한 편이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일은 잘 안 풀리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다 있을 법한 시절이 내게도 있었던 거다.

결국 17년이 넘도록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혹시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어차피 사는 건 죽어가는 거다. 그러니 하고 싶은 걸 최대한 해보고 죽어야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죽을 수 있고, 그건 그냥 운명인 거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분명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거라 생각한다. 후회든 뭐든.

배우라는 직업 안에서 자기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건 때로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거다. 그런 면에서는 나름대로 건실하게 자기 인생을 잘 밀어온 타입처럼 보이는데, 그럼에도 직업적인 회의감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

대부분 긍정적인 마음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누구나 다 나를 안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안다는 것. 그래서 잘 모르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종종 두려움을 느낀다. 종종 자기 직업에 대한 환상에 빠져서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는 배우를 볼 때가 있는데 나는 그런 환상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배우란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연기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스스로 특별하다고 여기면 뭘 할 수 있겠나.

지나친 나르시시즘에 도취되는 건 경계해야 하겠지만 나르시시즘이 없이 배우로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일 거 같다.

맞다. 그게 없을 수는 없다. 다만 나를 정확히 알면 되는 거다. 내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지, 사람들이 내게서 무엇을 보길 바라는지, 내 연기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 외모가 어떤 편인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그에 어울리는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자꾸 세상의 기대와 달리 홀로 엉뚱한 걸 바라게 되면 배우로서 인정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연기란 나르시시즘에 도취돼서 혼자 특별해지는 게 아니라 밸런스를 맞춰서 어우러지는 게 중요한 일이니까. 혼자 잘난 게 아니라 모두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기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배우로서 보다 현명한 생각이라고 본다.

최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로 디시인사이드의 ‘지진희 갤러리’나 인스타그램 계정 댓글에 ‘지진희 일어나지마’란 식의 장난스러운 글이나 댓글이 많이 달렸다. 본인이 의도한 상황은 아니지만 당사자로서 신경 쓰이는 사안일 수밖에 없을 거 같다.

내게는 어떤 식으로든 상처가 되는 일은 아니다. 다만 지진 피해를 입은 분들이 있는데 이런 장난을 한다는 건 조금 아니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해당 게시판에 지진 대피 요령을 게시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한참 장난을 즐겼을 테니 이젠 좀 더 건전한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라도 올려볼까 했는데 촬영 일정 때문에 바빠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

인터뷰에서 종종 아들 이야기를 했는데 아버지가 유명한 사람이라는 점이 아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애가 초등학교 6학년이라 벌써부터 주변에서 알아보는 이들이 생긴다. 그래서 수시로 이야기해준다. 배우는 그냥 아빠의 직업일 뿐이고 아빠는 너를 위해 일하는 건데 이건 아빠라면 다들 똑같은 거라고. 그러니 아빠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다만 너한테는 특별한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이 많은 편이니 사회나 정치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을 듯한데 딱히 그런 의견을 피력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일단 대다수가 선택한 것이라면 내가 지지한 결과가 아니라 해도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 선택이 잘못된 결과로 다다를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도 지금의 우린 건전한 방향으로 잘 흘러가고 있지 않나. 그렇게 계속 발전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종종 어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데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맞는 의견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내 생각이 남들과 다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니 항상 이 생각이 맞는 것인지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선택을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배우다. 일단 내 일을 정말 잘하고 싶다. 그러니 내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럴 겨를이 없다.

배우라는 경력을 우주선에 비유하자면 대기권을 돌파하기 위해 추진력을 높이듯 경력을 이어가던 시절이 있었을 거다. 그러니 이젠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섰다 해도 되는 것 아닐까?

지금의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를 거라 생각하는데 일단 나는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려 한다. 옛날부터 목숨 걸고 한다는 말을 자주 썼던 거 같은데, 정말 그래야지 뭔가 되더라. 대충하면 안 된다. 노력하지 않으면 어디에 있든 떨어지게 돼 있다.

언제나 필사적으로 날고 있다?

그런 셈이지. 하지만 그게 힘들거나 두렵거나 고단하지 않다. 즐겁다. 아직은 즐길 수 있는 힘도 있고, 할 수 있는 자리도 있으니까 계속 가는 거지. 덕분에 탄력을 받아서 옛날에는 힘들었던 일이 쉽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젠 다른 곳에도 관심을 돌려보고, 결국 그만큼 할 게 많아진다. 그러다 지금 내게 부족한 걸 깨달아서 퍼뜩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고.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식의 질문을 적지 않게 받아봤을 거다. 그런데 지진희 씨에게 미래를 물어보는 건 딱히 의미 없는 질문이 될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지금이 미래다. 이미 지금이 과거가 되고 있으니까. 결국 내가 했던 생각, 내가 했던 말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에 충실해야 한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종종 실수를 한다. 그러니 최대한 실수를 줄이면서 가능한 한 재미있게 살고자 노력하면 그 순간의 에너지가 쌓여서 미래의 모습으로 반영되는 거라 생각한다. 결국 지금부터 하나하나 미래가 만들어지는 거다. 모든 미래가 지금과 연결돼 있는 거다. 열 걸음을 가려면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이니까. 물론 몇 걸음 점프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힘을 길러놔야 가능한 법이다. 결국 끊임없이 오는 지금을 잘 살아둬야 한다.

어쨌든 SNS를 열심히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끊임없이 생각 중이다. 나한테 그게 맞는 걸까? 괜히 피곤한 일이 늘어날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 생각이 크게 궁금하진 않은 거 같다. 굳이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할 마음도 없고.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잘 사는 거라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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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YOO YOUNGKYU
헤어케이
메이크업정민
스타일링김 명희
출처
28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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