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하나라서 괜찮아_윤여정

윤여정은 정말이지 멋지고 자유로운 여자, 독보적인 배우이면서 상징적인 어른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은 늙지 않는다.

윤여정 - 에스콰이어

윤여정의 말을 듣고 있으면 거기가 벌판 같다. 건조하고 황량해서 외롭다는 말이 아니다. 벌판이 응당 그렇다는 걸 다 인정하면서, 때론 그 위에 맨발로 혼자 서서 몇 번의 계절을 버텨냈을 때, 그래야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만의 여유와 결기가 느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윤여정의 언어는 정확하면서도 잔잔하다. 아무것에도 매여 있지 않고,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가 tvN <윤식당>에 매료된 것도 어쩌면 그런 평화 때문이었다. 식당이니까 음식을 팔고, 많이 팔아야 하니까 열심히 한다는 당연.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 그건 윤여정이 그 벌판 같은 섬에서 지켜낸 일상의 정의였다. 진짜 어른의 힘이었다.

JTBC 대선 개표 방송에서 “어떤 사람들은 또 뭐, 고만하지 뭐, 그런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그거는 아닌 것 같아요. 내 새끼가 없어지면 난 ‘고만하지’ 안 될 것 같아요. 나, 그 뼈라도 보고 싶을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세월호에 대해서 느끼는 거예요” 말할 때, 그녀는 울고 있었다. 엉엉 우는 것도 눈물을 흘리는 것도 아니면서, 입을 꾹 다물고 오랫동안 거기 고여 있었던 눈물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손석희 앵커와 서복현 기자, 유시민 작가의 딱딱한 언어와 논리 사이에 윤여정의 마음이 있었다. “나, 이렇게 늙어서 힘은 없지만 같이 울 순 있어요. 그 마음 내가 알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광화문에, 겨울 내내 다 같이 서 있었던 그 벌판에 새싹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어른의 마음으로부터 돋은 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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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일러스트서 일환
출처
17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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