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감각은 그 사람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

베르니크 니샤니앙, 에르메스 남성 아티스틱 디렉터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에르메스의 남자는 누구입니까?

저는 하나로 정형화된 에르메스의 남성상은 없다고 말해왔어요. 저는 특정한 타입의 남성, 그러니까 특정한 성격이나 신체를 가진 어떤 타입의 남성을 염두에 두고 옷을 디자인하지 않아요. 정말 많은 유형의 에르메스 남성을 염두에 두고 에르메스가 정말 다양한 남성들에게 선택받고 입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디자인을 해요. 이번 2017A/W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 홍콩 쇼에서도 바로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문 모델뿐 아니라 홍콩의 다양한 VIP들을 런웨이에 올렸어요. 그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남자들이죠. 전문 모델과 일반인이 섞여 있는 모습이 제겐 흥미로워요. 제가 정말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입니다.

럭셔리와 스트리트의 협업은 최근 패션계의 가장 주된 경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향을 바라보는 에르메스만의 태도는 무엇일까요?

저는 세련된 하이패션 의상과 일상적인 스트리트웨어를 믹스매치해서 입는 방식이야말로 우리가 실제로 옷을 입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에르메스는 항상 혁신을 추구합니다만, 그와 동시에 전통적인 남성복의 기초에 충실합니다. 혁신적인 장인 정신. 이것이야말로 제가 지금 흥미를 느끼는 부분입니다. 상반된 다양한 소재를 믹스하는 식이죠.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캐시미어를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일상복에 활용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것을 믹스할 때 얻어지는 대조적 매력이야말로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걸 아시죠? 제게 에르메스적이라고 하는 건 항상 전통적인 것만 추구한다거나 럭셔리한 것만 고집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도 멋지죠. 하지만 그건 우리의 일상이 아니거든요. 우리는 실제로 옷을 입을 때 서로 다른 요소들을 믹스합니다.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코트에 스니커스를 믹스매치하는 식이죠. 그것이 제가 남성복에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모두가 에르메스를 럭셔리로만 정의하는데 정작 에르메스는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남자들에게 관심이 있군요.

그렇습니다. 리얼 맨들이 리얼 라이프에서 입는 옷. 하지만 저는 매우 까다로운 사람이에요. 그런 일상적인 옷이라고 해도 만듦새에는 정말 신경을 많이 쓰죠. 캐시미어 같은 소재에 대해선 정말 극도로 신경을 씁니다. 독점 공급을 받는 최상의 소재를 사용하죠. 제작 공정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고요. 저는 에르메스 남성복이 이상적인 개념으로서의 패션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옷이기를 원해요.

이번 홍콩 쇼는 남중국해와 맞닿아 있는 홍콩의 옛 공항에서 치렀어요. 왜 홍콩이었나요? 왜 버려진 공항이었나요? 한국에서도 이런 쇼를 할 계획은 없나요?

(웃음) 한국으로 초대를 안 해주셔서 그런 거죠. 한국에서 정말 뭔가를 해보고 싶어요. 이번엔 왜 홍콩이었느냐고요? 올해 초에 LA에서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 파티를 크게 한 적이 있어요. 그다음 차례는 홍콩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홍콩에서도 오랫동안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거든요. 어떤 도시에서 적절한 장소를 찾아서 새로운 행사를 하는 건 항상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매번 해당 국가와 도시에 어울리는 특별한 무언가를 상상해봅니다. 이번에는 ‘업사이드 다운’이라는 콘셉트를 선택했는데, 에르메스 남성복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테마였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유머가 담겨 있고, 더불어 제가 디자인한 옷, 또 그 옷을 입는 방식에 대해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거든요. 같은 옷이라도 어떻게 매치해서 입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요.

이번 2018 S/S에선 트랙 팬츠, 집업 후디, 레이싱 재킷까지 한층 젊고 스포티해졌어요. 생동감 있는 버건디색이 브랜드를 역동적으로 이끌었다고 하는데, 에르메스가 정말 점점 젊어지고 있는 건가요?

글쎄요, 저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단지 태도의 변화라고 생각했어요. 평범한 재킷 안에 입을 것인지, 아니면 슈트나 뭐 다른 옷과 매치할 것인지, 어떤 컬러를 매치할 것인지, 이런 선택의 문제요. 슈트 안에 입느냐 단독으로 연출하느냐, 어떤 컬러를 같이 쓸까, 뭐 이런 차이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번 컬렉션이 더 젊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더 젊으냐 아니냐가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활기, 에너지, 태도, 형태, 움직임, 삶에 대한 관심도인 것 같아요.

무려 30년 가까이 에르메스 남성복을 이끌어왔어요. 유행을 이끄는 것과 스타일을 창조하는 건 어떻게 다를까요? 유행은 거리만 관찰해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반면에 스타일은 좀 더 본질적이잖아요. 디자이너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을 창조했다는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유행과 스타일이 다릅니다. 스타일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지속되는 것인 반면 유행은 6개월 혹은 1년이 지나면 수그러들게 되는, 말 그대로 유행일 뿐입니다. 제가 명품을 만들고 있고 또 아주 까다로운 기준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에 에르메스 남성복에서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고 진정 차별화된 요소를 적용하는데요, 사실 가격의 문제로 귀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에르메스처럼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6개월 후 유행이 지나서 별로 입고 싶지 않아지는 그런 옷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 거지요. 품질이 좋지 않아서 얼마 안 가 더 이상 입고 싶지 않게 되는 그런 옷은 원치 않아요. 때로는 친구들이나 오랜 고객에게 옷을 빌려 쇼에 사용하기도 하거든요, 이번 홍콩 쇼에서도 VIP 고객의 가죽 재킷을 빌렸어요. 아주 오래된 옷이라 가장자리에 주름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 자체로 너무 멋진 거예요.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가 유지되는 것이죠. 또 한 분은 실수로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고 했는데, 그 옷도 아주 흥미롭고 멋있었어요. 그러니까 에르메스의 품질이란 수년이 지나도,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유지되는 그런 것입니다.

고객에게 말을 거는 디자인이라는 건 무엇인가요? 옷 안에 작은 디테일을 숨겨서 농담을 건네듯 고객과 대화한다는 말을 들려준 적이 있어요. 당신은 유머러스한 사람인가요?

네, 농담하는 걸 좋아합니다. 중요한 건 언제나 유머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 그러면 너무 지루해지고, 또 너무 심각하기만 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뭐 심각한 것도 괜찮지만, 심각하기만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아요. 이러한 유머 감각은 여러 가지로 표현될 수 있는데요, 여러 가지 컬러를 결합하는 것도 한 방식이 될 수 있겠지요. 꼭 로봇이나 상어 같은 어떤 패턴으로만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당신의 휴대폰 케이스는 스타워즈네요? 암…. 낫 유어 파더.

(웃음) 맞아요, 유머 감각은 항상 소중하지요. 그 사람의 매력을 보여주지요. 신체가 아닌 정신에서, 그 인격의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이곳에 마주 앉은 것도 남성들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고, 분명히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 사회 또한 점점 더 그러한 인식이 높아지고 더 발전하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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