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리더 수호와의 오후

수호는 엑소만을 생각하는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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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어른들처럼 숫자로 엑소를 묘사해보자.

음반 시장이 거의 사라진 요즘에도 엑소의 앨범은 100만 장씩 판매된다. 정규 2집을 발표했을 때는 엑소 앨범 전용 계산대를 설치해야 할 정도였다. 콘서트 예매엔 200만 명이 넘는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됐다.

요즘 팬들은 음악 방송 등의 행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촬영하려고 초망원렌즈를 장착한 DSLR을 가져온다. 그걸 ‘대포’라 부른다. 엑소는 그 대포가 멤버 한 명당 100개 넘게 붙는다. 엑소 공식 팬클럽 엑소-L의 회원 수는 2016년 8월 13일 현재 377만2180명. 부산 인구보다 많다. 수호는 이 대단한 그룹의 리더다.

인터뷰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촬영을 진행하는 수호를 지켜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호는 굉장히 능숙하게 촬영에 임했다.

이런 촬영을 진행하거나 지켜보다 보면 잘되는 촬영엔 나름의 원활한 리듬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날도 그게 있었다. 수호가 만들어낸 리듬이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셔터를 누르는 소리에 맞춰 허리를 조금씩 구부리거나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시선을 렌즈 안팎으로 옮기거나 볼에 바람을 넣으며 자신의 이미지를 조금씩 만들어나갔다. 한 컷이 끝나면 다음 컷을 찍을 때까지 시간이 조금씩 남는다. 그럴 때마다 수호는 오른편에 있는 모니터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자신의 얼굴이 크게 떠 있는 모니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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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방해될까 봐 직접 묻지는 못했지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잘생겨서? 자신의 잘생긴 모습을 음미하려고? 역시 연예인에게는 어느 정도 나르시시즘이 필요한 걸까? 인터뷰가 시작되고 나서 왜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보았는지 물었다. 답은 의외였다.

“연예인이든 보통 사람이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분들이 있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진짜 딱 냉정하게 저 자신을 보려고 해요. 좌우명도 ‘너 자신을 알라’예요. 많은 사람에게 물어서 제 자신을 정확히 분석하고 판단하려고 해요. 가능한 한 최대한 객관적으로.”

모니터링을 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공연 때마다 100개의 초망원렌즈에 담기는 국제적 스타의 말치고는 너무 겸손했다.

하지만 이 정도 성공을 거뒀다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재능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수호에게 본인의 타고난 재능을 자평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도 그의 말은 한결같았다.

“뭐든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게 재능인 것 같다고 해요. 제가 아니라 주변에서 하는 말이에요.”

옆에 있던 SM엔터테인먼트 캐스팅 담당 팀장도 동의했다.

“정말 열심히 해요. 성실해요. 더 열심히 하니까 팀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줘요. 팀원들을 잘 챙기고 팀을 이끄는 역할을 해요.”

이렇게 겸손하고 냉정할 수가. 한국 나이로 26세인 청년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했다. 내가 26세였을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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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나이로 비교할 수는 없다. 수호는 웬만한 직장인보다도 사회생활 경력이 길다.

그는 동방신기가 데뷔하기 조금 전부터 일종의 직장 생활인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10대 중반부터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강도의 연습과 경쟁을 뚫고 한류의 중심축이 된 것이다. ‘한류의 중심’이란 말의 어감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엑소 정도의 그룹에는 이런 수식어가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리고 원고를 쓰는 지금도 스크린의 수호와 내가 만난 수호 사이의 간극에 흠칫 놀라게 된다.

내가 만난 수호는 국제적으로 거대한 인기를 몰고 다니는 그룹의 리더라기엔 너무 건실하고 소박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겸손했고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냉정했으며 자신이 가진 걸 자랑하기보단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책임을 생각했다.

그는 “팬이 굉장히 많은 것은 어떤 기분인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으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지금 같은 잡지 화보도 팬이 많으니까 찍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옷을 사서 입을 때도 팬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이렇게 잡지 커버가 되는 것은 특히 팬 여러분에게 감사해요.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을 달고 사는 것 같아요. 많은 팬이 있다는 건 저를 많이 보고 계시는 거니까 책임감도 많이 느껴요. 모범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감.”

겸손하고 냉정하고 책임감 있는 수호는 실제로 계속 노력한다. 팬들과의 소통도 노력의 결과다.

“요즘 팬들이 좋아하는 유행어나 팬들이 자주 쓰는 말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써둬요. 나중에 필요한 상황에 쓰려고.”

수호 본인이 엑소의 팬 카페나 베스티즈(인터넷 연예 게시판)에 들어간다고?

“사실 보긴 하죠. 확인하죠. 비난하시는 것도 보고.”

인터넷에 쏟아지는 무의미한 비난은 유명인의 숙명 비슷한 게 되었다. 하지만 수호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온건했다.

“저에 대한 비판을 캡처해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요. 날 아는 사람들이 대신 위로해주니까요. “말도 안 돼”, “신경 쓰지 마” 같은 말로. 별거 아닌 걸로 풀어요. 헬스를 하거나 탁 트인 곳에 가거나. 밤에 사람 없는 탁 트인 곳에 가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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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에게는 확실히 어린이 같은 순수함이 남아 있었다. 한 달에 두 번씩 해외에 나간다면서 자기 마일리지가 얼마나 쌓였는지는 모르고, 어마어마한 팬덤을 이끌면서도 밤에 호텔에서 만들려고 레고를 들고 갔다. 하지만 그는 뭐니 뭐니 해도 철두철미한 엘리트 엔터테이너 시스템에서 자라난 남자였다.

“엑소를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의 답은 이랬다.

“저는 엑소의 수호입니다. 엑소의 리더입니다. 엑소는 이런 음악을 하고 이런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그룹이에요. 사실 제 본명은 김준면인데요, 수호는 엑소라는 팀을 수호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진짜 프로였다. 한류를 이끄는 소년과의 오후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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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어시스턴트 에디터 최승완
패션 에디터 김경민
사진 최용빈
헤어 박내주
메이크업 현윤수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