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

저스틴 오셰어와 하이더 아커만의 운명.

저스틴 오셰어가 지난 4월 1일 브리오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그리고 10월 4일 6개월 만에 브랜드를 떠났다. 최근 10년 중 최단 기간이다.

브리오니를 소유한 케링 그룹은 저스틴 오셰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올해 초부터 브리오니는 럭셔리 브랜드로 재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시행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치밀하고 완전한 계획이 필요했지만 아쉽게도 몇몇 미세한 작업이 완벽하지 못했다”라고 나름의 이유를 말했다.

저스틴 오셰어는 글로벌 온라인 리테일 사이트 마이테레사(mytheresa.com)의 패션 바잉 디렉터였다. 늘 말끔한 스리피스 슈트를 입고, 근육이 터질 것 같은 양팔은 타투로 채웠으며, 덥수룩한 수염을 고집한다.

호주에서 온 이 신사적인 반항아는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들에게 늘 좋은 모델이었고 이어 아이콘이 됐다. 또 좋은 물건을 골라내는 안목이 탁월하고 흐름을 읽는 능력이 남달랐지만 디자이너 경험은 전무했다.

저스틴 오셰어는 브리오니에 합류하자마자 로고를 고딕풍으로 화려하게 바꾸고 그룹 메탈리카를 캠페인 모델로 세웠다. 이 모든 과정은 새로 개설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브리오니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생하게 공개했다.

7월 파리 오트 쿠튀르 시즌에 맞춰 준비한 그의 첫 컬렉션 ‘Paris One’에서는 2001년에 없앤 여성복까지 야심 차게 되살려 총 서른세 벌을 선보였다. 컬렉션 중 슈트 스물네 벌이 피크트 라펠 재킷, 그중 절반은 핀스트라이프 슈트, 친칠라 퍼코트와 악어가죽 롱 코트, 색과 무늬가 화려한 실크 셔츠도 두루 활용했다. 서른세 명의 저스틴 오셰어가 런웨이에 걸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 컬렉션은 스트리트풍으로 재해석한 유별난 클래식 룩의 향연이란 평을 받았다.

프레스와 바이어들은 호평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아주 성공적인 시작’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브리오니 고객들의 생각은 달랐다.

가장 저렴한 슈트가 600만원, 오바마와 트럼프의 슈트로 유명한 브리오니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의 부유한 사업가들에게 의존한다. 그들은 클래식 슈트의 미래가 스트리트 문화와의 만남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유행 경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전통을 버리고 급진적 변화를 일으키면 새로운 기회가 온다. 그러나 브리오니의 경우 효과가 미미했다. 그런 이유로 저스틴 오셰어는 6개월 만에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9월 1일 하이더 아커만이 LVMH 그룹 벨루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2003년부터 쭉 자신의 브랜드만 이끌어온 그로서는 처음으로 럭셔리 브랜드에 합류한 것이다.

하이더 아커만은 어떤 의심이나 우려 없이 완전히 신뢰가 가는 디자이너다.

그가 만드는 옷은 동서양의 과거에서 온 것 같은데 희한하게 현대적인 낭만이 있다. 콜롬비아 태생이지만 국적은 프랑스이고 유년 시절에는 알제리, 에티오피아, 차드, 앤트워프에서 보냈다. 재킷 한 벌, 셔츠 한 벌에도 과거와 미래의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여성복처럼 과감한 소재와 색, 무늬를 쓰고 여성스러운 주름 장식이 주특기, 칼 라거펠트가 유일하게 말한 후계자, 마틴 마르지엘라와 디올이 탐냈던 디자이너, 그는 왜 벨루티를 선택했을까?

톰 포드 턱시도에 릭 오웬스 하이톱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 하이더 아커만의 평소 스타일로 볼 때 벨루티와의 조합은 그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한다.

저스틴 오셰어는 브리오니에 다른 시각을 부여했지만 결국 그걸 오랜 시간 보여주지 못했다. 브리오니에서 하이더 아커만이 보여줄,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예술가적 기질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가 만든 첫 벨루티 컬렉션은 2017년 1월 파리에서 공개된다.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출처
9842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