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거리

패션 디자이너이자 패션 컨설턴트, 디지털 프로듀서, DJ이기도 한 헤론 프레스톤에게또 무엇이 될 거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선구자’였다.

브랜드를 론칭하고 컬렉션을 공개하자마자 단번에 인기를 얻었다. 이렇게 빨리 유명해진 비결이 뭘까?

대중에게는 이제 막 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사실 제품을 만들고 활동한 지는 제법 됐다. 활동 반경이 주로 언더그라운드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사람들과의 친분, 인간관계 덕분에 빠르게 인기를 얻게 된 것 같다. 칸예 웨스트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과 협업하면서, 나를 새로 알게 된 사람이 많다.

옷도 잘 팔리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인데도.

그건 분명 옷이 좋기 때문일 거다. 모두 이탈리아에서 생산한다. 내 옷의 강점은 세심한 디테일에 있다. 옷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예민하다.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보여줄지, 이것도 말하자면 스토리텔링인데 옷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이유로 뉴욕 브랜드지만 모스크바에서 론칭한 건가? 특이한 접근이라고 느꼈다.

일반적으로 스트리트웨어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많이 론칭한다. 그래야 상업적으로 이익이니까. 모스크바를 선택한 건 헤론 프레스톤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브랜드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웨어라는 것 자체가 얽매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 후로 러시아어를 서브 로고처럼 활용하고 있다. 지금 내가 입은 월드 투어 티셔츠 시리즈에 쓰여 있는 단어는 러시아어로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힙합 문화는 결국 스타일로 귀결되니까. 2018F/W 시즌 토털 컬렉션은 파리에서 공개했다. 파리는 내게 늘 궁극의 패션 스테이지 같은 도시다.

존 오듀본의 왜가리 그림을 시그너처로 활용하고 있다. 어쩌다 이 그림을 발견하게 됐나?

오듀본은 1800년대에 활동한 화가다. 주로 새를 그렸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그가 그린 왜가리 그림을 봤는데 너무 멋졌다. 마침 내 이름과 같기도 하고, 컬렉션에 좋은 의미가 될 것 같았다.

토털 컬렉션을 완성하기 전, 뉴욕의 위생을 담당하는 DSNY 기관과 함께 ‘유니폼 컬렉션’도 만들었다. 그게 헤론 프레스톤의 첫 컬렉션이었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던지는 첫 메시지가 환경문제인 게 의외였다.

옷을 만들 때 배출되는 유해 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 중 2위라는 걸 알고 있나? 석유가 1위이고. 오랫동안 옷 만드는 일을 해왔지만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DSNY 컬렉션을 만든 거다. 단순히 상품을 많이 만들어서 전 세계에 판매하는 것보다, 내 호기심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었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랄까? 그 수단이 옷인 거고.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할머니가 잔소리하듯 하면 섹시하지도 않고 잘 들리지도 않겠지.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거다.

당신의 옷은 뉴욕을 닮았다. 산업적인 디테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대도시의 옷, 21세기의 스트리트웨어라고 할까?

스트리트웨어는 과거에서 영향을 받는다. 1980년대나 1990년대. 그때 폭발적이었던 건 맞고, 과거에서 영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트리트웨어도 모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뉴욕을 닮은 옷으로 모스크바에서 론칭하고, 파리에서 프레젠테이션하고, 월드 투어 티셔츠 시리즈를 만들고, 지금은 서울에 있다. 도시가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정확히는 도시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는다. 모든 도시가 아름답고 흥미롭지만 역시 뉴욕에서 가장 많이 영감을 받는 것 같다. 내게 뉴욕은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랑하는 곳이다. 서울에는 분더샵과 함께 월드 투어 티셔츠 론칭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왔는데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모스크바, 도쿄에 이은 마지막 종착지다. 서울을 끝으로 더 이상 월드 투어 티셔츠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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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조 혜진
출처
2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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