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으로 말을 거는 디자이너

에르메스의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 베로니크 니샤니앙은 유행을 따르는 대신 취향을 만든다.

는 고객에게 말을 건다 - 에스콰이어

자유롭고 편안하게 “단순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섬세한 걸 좋아해요. 그런 섬세함을 만들어내는 게 제 일이죠. 옷에 편안함을 불어넣는 한 가지 방법이랄까요.”셔츠 1250달러, 바지 570달러, 로퍼 1125달러, 가방 1만1900달러 모두 에르메스.

에르메스의 조용한 조력자 베로니크 니샤니앙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포부르 생토노레와 부아시 당글라 거리가 맞닿은 곳에 위치한 에르메스 매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체구가 작았고 머리는 다갈색이었다.

베로니크 니샤니앙은 에르메스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로 30년을 보냈다. 그 세월 동안 남자들이 쉽고 효율적으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옷을 만들어왔다. 남자들에게 옷이란 가장 효과적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에르메스는 알다시피 마구와 안장 공방으로 시작한 지구 상에서 가장 우아한 브랜드다. 증명해야 할 것도 없고, 누군가를 애써 감동시킬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녀는 유행에 개의치 않는다.

“저는 옷을 만들 뿐이에요. 이건 전혀 다른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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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우울하다. 이런 시기에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게 쉽지 않을 거 같다.

물론 어렵다. 우리는 여기서 옷을 만들고 있는데 어딘가에선 전쟁과 살상이 난무하니까. 에르메스에 막 입사했을 당시 걸프 전쟁이 한창이었다. 에르메스의 수장인 장루이 뒤마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오로지 아름다움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어요. 사람들을 격려해줄 수 있죠”라고 말했다.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엔 어떤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격려하고 싶었나?

가볍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밝은색을 골랐다. 마치 강렬한 햇살 같은 색.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는지도 궁금하다.

입은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옷을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디자인한 많은 옷에는 장갑 모양의 가죽이 주머니 안쪽에 달려 있다. 일종의 비밀스러운 디테일이다. 비싼 가죽을 주머니 안쪽에 썼다는 건 입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르니까. 내가 고객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은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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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옷 니샤니앙의 디자인은 유행 따윈 상관없어 보인다. “저는 유행에 관심이 없어요. 옷을 만들 뿐이죠. 이건 전혀 다른 일이에요.”슈트 3635달러, 셔츠 770달러, 로퍼 1125달러, 스카프 185달러 모두 에르메스.

다른 디자이너들처럼 유행을 선도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을까?

없다. 나는 유행을 만드는 것보다 스타일을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다. 2년 전에 산 옷과 5년 전에 산 옷을 함께 입은 남자를 볼 때면 아주 기분이 좋아진다.

길거리는 어떤가. 요즘 패션에서는 거리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길거리에서 남자들을 관찰하는 건 낮 시간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그들의 옷차림을 컬렉션에 곧바로 반영하진 않지만. 난 종종 나쁜 취향에서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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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 910달러 에르메스.

프랑스 남자와 미국 남자를 비교하면 어떻게 다른가?

물론 프랑스 남자들이 패션에 자유로운 편이다. 나는 ‘프랑스 남자’ 하면 항상 세르주 갱스부르를 떠올린다. 본연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그의 스타일을 경외한다.

그에 반해 미국 남자들에게는 그런 멋이 없다. 하지만 그들이 스포츠웨어를 소비하는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편안함은 남성복의 필수 요소다. 여자는 아름다움을 위해 딱 맞는 드레스를 감내할 수 있지만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본인 같지 않은 옷은 절대 입질 않으니까.

남자들이 스스로 만족스러워하고 타당하다고 여기며 자신 있어 할 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미국 남자들이 그런 성향이라 생각한다.

일부 남성들은 에르메스를 부담스러운 브랜드라 생각하기도 한다.

아마도 예전 에르메스만을 기억하거나 매장 분위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에르메스를 접할 수 있지 않나. 그게 지금의 에르메스다. 게다가 남자들은 유머를 좋아한다. 내가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도 패션에 유머를 접목하는 것이다. 옷을 놓고 즐기자는 식이랄까. 에르메스는 생각보다 친절하고 재밌는 브랜드다.

에르메스를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할 생각은 없었나?

원했다면 분명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에르메스와 아름다운 관계에 있으며 그 안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에르메스는 내게 시간의 고귀함을 알려준 브랜드다. 우리는 ‘시간이 창조한다’고 말한다. 특히나 요즘 같은 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혁신할 시간을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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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다루는 기술
니샤니앙의 최근 컬렉션은 햇빛을 잔뜩 머금은 듯 화사한 색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이런 방식으로 색을 다루는 게 처음은 아니다. 대담한 농담은 에르메스의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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