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게이트

더 이상 ‘좋아요’를 누를 수 없는 상황이다.

© GETTY IMAGES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상상하면 청바지에 회색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떠오르지만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오늘, 저커버그는 모처럼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대중 앞에 섰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리서치 회사가 페이스북의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한 사안에 관한 청문회에서 증언하기 위해 미국 하원의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에 출석한 날이기 때문이다. CNN을 통해 청문회 전에 공개된 저커버그의 사전 증언록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페이스북은 이상주의적이고 긍정적인 기업입니다. 페이스북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사람들을 연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에 집중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도구가 나쁘게 사용되는 것을 막기엔 우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가짜 뉴스, 외국의 선거 개입, 혐오 발언, 개발자들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충분히 넓게 보지 않았고, 그건 큰 실수였습니다.”

 

지난 14년간 승승장구해온 페이스북이 어쩌다 의회에서 사과까지 하게 된 걸까. 그뿐만 아니라 최근 트위터에서는 #DeleteFacebook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면서 테슬라, 스페이스X, <플레이보이>가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지웠고, 이제는 페이스북 자회사인 왓츠앱 창업자 브라이언 액턴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또한 #DeleteFacebook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어디서부터 얼마나 잘못된 것일까?

페이스북이 지난 1년 동안 가짜 뉴스, 러시아의 선거 개입, 프라이버시 침해,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반발 등의 문제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는 했지만 이번 사안을 직접 촉발한 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데이터 회사의 부적절한 데이터 사용 때문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들에게 소비자나 유권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타기팅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다. 광고 회사가 그렇듯, 이렇게 데이터를 이용해 유권자를 분석하는 회사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사용한 유권자 데이터에 있었다.

시작은 ‘thisismydigitallife’라는 퀴즈 앱이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 알렉산더 코건이 만든 이 앱은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간단한 퀴즈 몇 가지를 던지는 장난스러운 앱이다. 페이스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이 앱은 광범위한 권한을 요구했다. 앱을 사용하는 사람의 프로필뿐만 아니라 앱을 사용하는 사람의 친구들 프로필까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한 것이다. 그 때문에 대략 27만 명 이상이 이 앱을 사용했지만 이 앱이 페이스북에서 가져간 데이터는 사용자의 친구들 데이터까지 포함한 것이었고, 페이스북에 따르면 대략 8700만 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이 앱이 수집했다고 한다.

코건 교수는 이 데이터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건넸다. 페이스북은 앱이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전달된 데이터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내부 고발한 크리스토퍼 와일에 따르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이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았고,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이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사안에서 쟁점은 여러 가지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수집한 데이터는 정확히 어떤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덕분인가?’, ‘러시아와의 연관성은 얼마나 되는가?’, ‘페이스북은 왜 역풍을 맞는가?’ 등등 이 사안과 관련된 질문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페이스북에 관한 얘기이다.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페이스북은 규약을 어긴 서드 파티 개발자 때문에 피해를 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하원에서 증언했듯이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를 방만하게 관리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도 아니었다.

22억 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에서는 다양한 일이 일어난다. 사용자 데이터 관리에 대한 보안 전문가들의 경고는 하루 이틀 사이의 일이 아니다. 사실상 지난 14년 동안 페이스북 역사와 함께한 일이었다. 페이스북 또한 <뉴욕 타임스>와 <가디언> <옵저버>에 기사가 올라오기 전에는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스캔들이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와이어드>가 지적하듯이 유출된 데이터는 유니레버가 마요네즈를 더 팔게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유출된 페이스북의 사용자 데이터는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 이제 사람들은 사용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페이스북을 계속 이용할 수 있을 것인지 공개적으로 묻는다.

물론 페이스북이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이겠지만, 페이스북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금씩 정책을 수정했다. 먼저 이번 사안의 직접적인 원흉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모회사인 정치 컨설팅 그룹 SCL(Strategic Communication Laboratories)을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내쫓았다. 친구의 데이터를 넘길 수 있게 한 문제가 된 API도 한발 늦기는 했지만 2015년에 수정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정치인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안에서 유출된 데이터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확실하게 삭제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또한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얼마나 더 많이 수집하느냐에 기반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교수 제이넵 투페키는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오피니언에서 “광범위한 프로파일링과 막대한 데이터 감시를 토대로 광고주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사용자들을 불투명하게 타기팅하게 만든 비즈니스 모델은 불가피하게 남용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애플의 팀 쿡은 페이스북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저라면 그런 상황에 처해 있지 않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애플은 사용자에게 제품을 판매하지 광고주에게 사용자를 팔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팀 쿡 또한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저커버그 스스로 인정하듯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책임을 충분히 넓게 보지 않았고, 그건 큰 실수였다.

“온라인 서비스가 무료라면, 당신은 고객이 아니라 제품이다.” 팀 쿡의 말은 오래된 인터넷 격언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구글, 트위터 등등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 해당하는 말이다. 제품이 되느니 #DeleteFacebook에 동참해 디지털 노매드 생활을 하라는 얘긴 아니다. 현대사회를 사는 누구도 그렇게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페이스북을 그만둔다 하더라도 트위터는 어떻게 할 것이고, 트위터를 그만둔다 하더라도 카카오톡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인은 누구라도 일정 부분은 제품일 수밖에 없다.

당연하겠지만 이 얘기가 현대인이라면 온전히 제품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페이스북 문제는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은 페이스북의 본질에 가깝다. 페이스북이 스스로 고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 <뉴욕 타임스>가 지적하듯 희망은 페이스북이 아니라 시민들의 힘에 있다. 입법가들과 규제가들이 더 강력한 제도를 도입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실제 EU는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인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EU는 5월부터 효력을 발휘할 일반 정보 보호 규정을 통해 사용자가 정보 수집과 정보 사용에 관해 확실히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게 했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사용자들은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데이터 공유에 사전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

페이스북의 최고 보안 책임자 알렉스 스타모스는 “모두가 프라이버시와 익명성, 선택권을 가지면서 나쁜 이들이 마술처럼 배제되는 디지털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돌아가지 않는 인터넷 서비스는 이제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마 저커버그는 다소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데이터가 해킹당한 것도 아니고, 제3자가 페이스북과의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게다가 트럼프가 끼는 바람에 페이스북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와준 듯한 이미지까지 갖게 됐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페이스북의 사용자 22억 명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들의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기업이 허술해서는 안 된다. 저커버그 스스로 인정하듯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책임을 충분히 넓게 보지 않았고, 그건 큰 실수였다.

이번 사건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안타깝게도 당장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는 않는다. 저커버그의 청문회 출석과 관련해 언론들은 새로운 규제 법안이 입법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로이터>는 정치적 의지 부족과 입법가들이 복잡한 기술 문제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 기술 기업들의 효과적인 로비 때문에 당장 규제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긴 싸움이다. 프라이버시는 인권이고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은 언제나 길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사라질 즈음에도 이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때까지 희망이 시민들의 힘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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