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주가는 왜 폭락했을까

버블의 추억

지난 7월 말 미국 대표 기술주인 페이스북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2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이날, 주가가 하루에 19%나 빠졌는데 시가총액은 6299억 달러에서 5102억 달러로 약 1200억 달러(약 134조원)가 증발했다. 미국 증시 역사상 시가총액이 하루에 1000억 달러 이상 줄어든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 폭락이 충격적인 건 ‘느닷없음’ 때문이었다. 금융 위기가 찾아온 것도 아니고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무너진 점이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인 8월 초,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혁신의 대명사 애플이 꿈의 시가총액이라 불리는 1조 달러(약 1129조원) 고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애플 주가는 7월 말부터 계속 올라 주당 207달러를 찍었고, 종가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1조17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현존하는 기업으로 유일하다. 이렇게 되자 일주일 전 터졌던 페이스북 사건은 쑥 들어갔다. 

그리고 이로부터 약 일주일 후,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했다. 하루에 4.68% 하락해 주당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6월 초까지 9만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만에 20% 가까이 무너진 거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사는 잘되기만 하고, 칭찬이 쏟아져왔기에 충격은 더 컸다. 페이스북 주가 폭락, 애플 급등, SK하이닉스 급락 등 올여름 일주일 간격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은 서로 아무 상관없이 발생한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나타날 그 무언가의 전조는 아닐까? 가령 본격적인 조정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 같은. 

2000년 9월, 인텔이 그랬다

먼저 페이스북을 보자. 페이스북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순이익은 32%나 늘어 51억2000만 달러, 원화로 5조5000억원이 넘었다. 석 달에 5조~6조원을 버는 회사, 이익 증가율도 30%가 넘는다. 그런데 왜 이런 좋은 실적을 발표한 날에 주가가 폭락했을까? 시장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기대만큼 실적이 좋지 않다고. 당시 주가는 페이스북 실적이 훨씬 더 좋을 거라는 전망을 반영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미국 내 다수의 경제지는 일명 ‘인텔 데자뷔’ 기사를 쏟아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이번 페이스북 시가총액이 하루에 1200억 달러 평가손실이 나기 전까지 누가 기록을 세우고 있었을까. 바로 인텔이었다. 2000년 9월 인텔 주가는 하루에 22% 폭락하며 약 91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당시 인터넷과 컴퓨터, 그리고 디지털 세상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승승장구했던 인텔 주가가 제대로 한 방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페이스북과 인텔의 데자뷔가 무서운 건 그다음에 벌어진 일 때문이다. 2000년 3월 5000p까지 폭등했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인텔 주가 폭락 이후 몇 개월 정도 버티다 수직 낙하를 시작했다. 하락, 급락, 폭락, 하락, 급락, 폭락, 계속되는 증시 하락. 그랬다. 바로 ‘나스닥 버블 붕괴’였다. 이런 나스닥의 붕괴는 2002년 10월 1200p 수준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멈춰 섰는데, 이런 끔찍한 경험을 해봤기에 많은 투자 전문가들이 이번 페이스북 주가의 ‘깜짝 폭락’을 걱정하는 것이다. 2000년에는 인터넷과 디지털에 대한 거품이었다면 이번에는 SNS 사업 모델과 4차 산업혁명, AI 등 신 성장 동력에 대한 과도한 장밋빛 전망이 우려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2000년 9월 이후의 모습이 이어지는 걸까?  

워런 버핏은 정말 애플을 10년 보유할까

살아 있는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 경영자는 초등학교 3학년인 내 둘째 아들도 알고 있는 것처럼 ‘장기 투자자’로 유명하다(물론 자신이 가치 있다고 판단한 주식에 한해서). 10년, 20년은 기본이고 30년 넘게 보유한 주식도 꽤 된다. 코카콜라, 디즈니, 웰스 파고, 월마트, 존슨앤존슨, 워싱턴포스트, 맥도날드, 코스트코 등은 모두 그가 사랑하는 주식이다. 이런 버핏이 올 5월 느닷없는 커밍아웃을 한다. 버핏은 “나는 애플을 사랑한다”면서 “100%까지 사들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플의 경제적 활동과 경영 방식, 생각 모두 마음에 든다”고 애플을 극찬했다.

워런 버핏과 애플, 얼핏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버핏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냐하면 애플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즉 모바일 부분은 누가 봐도 꺾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 애플은 iOS 운영체제를 보유한 플랫폼업체라 말할 수도 있고, 지금 집중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사업이나 증강현실 비즈니스의 잠재력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예 버핏은 다름 아닌 애플의 혁신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봤다. 

하지만 정말이지 이건 버핏 스타일이 아니다. 버핏은 어설픈 기대에 배팅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손에 잡히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 척척 현금을 벌어들이는 종목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2000년 모든 투자의 고수들이 추락했던 ‘IT 기술주 버블’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버핏이 가장 싫어하는 투자 대상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금이다. 그는 금 투자를 “화성인도 비웃을 행동”이라고 폄하한다. 금으로 온 빌딩을 칠갑해도 단 1달러의 이자도 못 받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국제 금값이 급등한다? 다시 금 본위제도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걸 기대하면서 돈을 투자하는 행위야말로 버핏이 제일 싫어하는 투자 행태이다. 애플의 전기자동차? 아직 구체화된 건 하나도 없다. 이걸 보고 버핏이 뛰어들었다는 건 좀 그렇다.

하지만 어쨌든 버핏은 애플을 선택했다. 올 3월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보유량은 약 2억 4000만 주로 전체 지분의 약 6% 비중이다. 약 480억 달러, 원화로 55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작년부터 본격 매집했는데 재작년 애플 주가가 100달러 미만에서 움직일 때부터 매수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럼 현재 투자수익률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박’이다. 지난 8월 2일 애플 주가는 주당 207달러를 찍으며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었다. 애플은 최근 1년간 30% 넘게 올랐고, 2년 이상 기간을 넓히면 두 배가량 상승했다. 버핏의 평균 매수 단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미 8조~9조원대의 평가 차익을 실현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버핏이 왜 애플을 골랐는지 대체 모르겠다. 아이폰은 정점을 지나 내려오고 있다. 판매 대수는 정체됐고, 이미 중국 화웨이에 밀려 세계 3위로 떨어진 상태이다.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제대로 된 혁신은 찾아볼 수도 없다. 아무리 봐도 애플이 훌륭한 가치주라서 버핏이 수익을 낸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버핏이 애플에 투자했기 때문에 애플이 마지막 꽃을 피웠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음모론도 나온다. 버핏이 당초 애플이 ‘미래의 코카콜라’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이게 아니다 싶었다는 것. 그래서 빠져 나오려 했는데 기술주 거품이 터질 조짐이 보이자 탈출 직전 과도한 주가 랠리를 펼친 거라고 말이다. 뭐가 진짜인지는 10년 후면 확인된다. 10년 후까지 버핏이 애플을 보유하는지, 아니면 몇 년 내에 애플 주식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들리는지 말이다. 후자라면 이건 앞서 페이스북의 ‘인텔 데자뷔’와 궤를 같이한다고 봐야 한다. 

가장 인기 없는 글로벌 반도체 주식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논쟁은 2017년 봄부터 시작된 주식시장의 단골 메뉴이다. 한쪽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나올 만큼 나온 터라 이제 초과 공급으로 바뀐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현재 반도체 수요는 상식적으로 가늠할 수 없어 2019년 상반기까지는 감히 ‘정점’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고 한다. 

1차 논쟁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압승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2017년 2월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하이닉스는 실적과 주가 모두 승승장구했고, 결국 작년 9월 항복 선언을 했다. 당시 UBS는 “메모리 반도체의 초신성은 당분간 밝게 빛날 것이다”라면서 반도체 D램의 슈퍼사이클 고점을 잘못 계산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2차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모건 스탠리가 등장했다. 모건 스탠리는 ‘고마웠던 메모리, 잠시 멈춰야 할 시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 주가도 크게 낮췄다. 모건 스탠리는 “D램과 낸드 플래시, OLED 사업 모두 공급 증가로 고점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모건 스탠리의 승리였다. 삼성전자 주가가 꺾이기 시작해 이후 50분의 1 액면 분할이라는 이벤트도 있었지만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그리고 펼쳐진 3차전, 이번에도 역시 모건 스탠리가 출전했다. 모건 스탠리는 대단한 약점이라도 잡은 듯 SK하이닉스를 공격했다. 39쪽에 달하는 모건 스탠리의 보고서 제목은 ‘가장 인기 없는 글로벌 반도체 주식’이었다. D램의 전성시대는 올 4분기를 기점으로 쇠락할 것이라며 하이닉스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아예 팔아치우라는 제언이었다. 이에 한때 9만원을 호가하던 SK하이닉스 주가가 어느덧 7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물론 아직도 반도체 슈퍼사이클 정점 논쟁은 지속 중이다. 국내 증권사 상당수는 2019년까지 걱정 없으며, 지금 나타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은 일시적 차익 실현의 결과일 뿐이라고 한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도 “주가 빠지면 자기들(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쓸어 담으려고 모건 스탠리가 장난치는 거다”라는 감정적인 대응도 한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17년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D램 가격 자체가 이제는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1년 넘게 더 지속된다고 하면 이제 본격 반등이 나와야 한다. 관련 기업 주가도 마찬가지다. 어서 빨리 제대로 된 반등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제 반도체 경기 하락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말 반도체 경기가 꺾인 것이라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이미 한국 경제의 4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 분야가 힘들어진다면 가뜩이나 내수가 최악인 시점에 마지막 버팀목이 사라지게 된다.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페이스북과 애플,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근 이들이 보여준 행보는 가을로 접어드는 시점에 내 마음을 참 무겁게 만든다. 물론 아직 ‘팡’(FANG: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중에서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은 잘나가고 있다. 어쩌면 내가 쓸데없는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매번 주가는 현실을 부풀려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항상 비극으로 찾아왔다. 영국과 미국에서 철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관련 주가가 대폭등하며 ‘철도 버블’을 만들었고, 수많은 투자자의 피눈물과 함께 거품은 붕괴했다. 물론 당시 그들이 꿈꾸던 철도 세상은 분명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20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였다. 2000년 새롬 기술은 무선전화 기술 다이얼 패드를 선보여 주가가 액면가 대비 640배 올랐지만 이후 소리 없이 사라졌다. ‘보이스 톡’으로 자유롭게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기까지는 이후 10년이 더 필요했다. 당장 전기자율주행차 세상이 올 것 같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혹시 지금 우리가 너무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가에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전조는 이미 나왔다. 

* 슈퍼사이클: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를 뜻한다. ‘초장기 호황’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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