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효과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지켜보는 기쁨과 고통에 대하여.

로저 페더러의 경기를 보면 나름의 규칙을 읽을 수 있다. 첫 세트의 일곱 번째 게임에서 라켓을 바꾸고, 그 후로는 정확히 아홉 게임마다 라켓을 교체한다. 그가 라켓을 교체하는 모습은 코트 위에서의 그의 몸놀림처럼 우아하고, 군더더기 없다. 이건 그가 지구 어디에 있든, 어떤 경기장에 서 있든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이건 테니스 코트 위를 군림하는 황제 페더러의 경기를 관람하는 깨알 같은 재미 중 하나다. 고백하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 역할을 다한 라켓은 윌슨 브랜드의 가방에 자취를 숨기고, 그의 손에는 새로운 라켓이 쥐어진다. 아, 황제는 늘 아홉 개의 라켓을 무기처럼 들고 코트에 들어선다. 

2017년 7월, 윔블던에서 열린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마린 실리치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고 있는 모습.

지난 10여 년간 윔블던 테니스 대회(이하 윔블던)에서 페더러 경기를 지켜보며 애정을 키우게 된 게 바로 이 점에서다. 그는 장력이 각기 다른 세 가지 라켓 중 원하는 라켓을 고른다. 그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파란 테이프를 떼어낸다. 그러고는 가까이에 있는 볼 보이에게 다가가 말없이 비닐 백에 손을 넣어 라켓 핸들을 잡고 비닐을 벗긴다. 단 몇 초이지만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페더러와 볼 보이가 그려내는 그림은 상대의 움직을 잘 아는 오랜 커플이 보여주는 완벽한 퍼포먼스 같다.

물론 경기 중 보여지는 그의 움직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공을 치기 위해 긴 다리로 껑충 뛰는 모습이나 특히 높이 평가받는 기계적이고 규칙적인 서브, 묘기 부리듯 다리 사이로 공을 치는 기술 등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페더러의 경기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일곱 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자인 스웨덴 출신 마츠 빌란데르는 페더러를 이해하려면 득점 후 그의 행동을 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페더러가 첫 서브를 놓친 후나 랠리 후 어떻게 볼 보이에게 공을 전하는지를 주시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맹렬히 뒤틀린 드롭샵을 하거나 코트 뒤의 캔버스를 시원하게 때리는 날카로운 슬라이스를 연출한다. “보통의 선수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요. 페더러 말고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그는 여전히 그렇게 행동하죠. 윔블던 결승은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일곱 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자인 스웨덴출신 마츠 빌란데르는 페더러를 이해하려면득점 후 그의 행동을 봐야 한다고 했다.특히 페더러가 첫 서브를 놓친 후나랠리 후 어떻게 볼 보이에게 공을 전하는지를 주시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맹렬히 뒤틀린 드롭샵을 하거나 코트 뒤의 캔버스를 시원하게 때리는 날카로운 슬라이스를 연출한다.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2006년 윔블던 챔피언십 경기에서 페더러가 자신의 재킷을 의자 위에 구김이 가지 않도록 두는 모습을 보고 그의 섬세함에 매료됐다고 했다.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죠. 어떤 때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아요.”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신은 아주 사소한 곳에 있다”는 말을 만들고, 현대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가 그 말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페더러만큼 이상을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진 않았을 거다. 그가 달성해온 기록들만큼이나 페더러 존재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순간들이 우리를 페더러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고백하자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페더러가 지구상에서 제일 가는 미남이라고 여겼다. 몇 년 전 호주 오픈 경기를 보면서 여자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니, 인상을 찌푸리며 하는 말이 “솔직히 그렇게 잘생긴 편은 아니라는 거 알지? 페더러가 훈남이기는 하지만 라이언 고슬링 같지는 않잖아”였다. 

처음 본 사람처럼 요목조목 그의 얼굴을 뜯어보니 내 여자 친구의 말이 맞았다. 날렵하지 못하고 통통한 코, 고르지 못한 미소, 두건 안팎에서 펄럭이는 앞머리. (세상에, 요즘 시대에 두건이라니!) 페더러가 이 시대에 가장 스타일 좋은 남성 중 하나라고 주장했는데, 이제는 그를 지켜주기 어려웠다. 심지어 이날 경기에는 꼬랑지 머리까지 하고 나왔다. 

나이키는 수년간 페더러를 두고 시험했다. 양복 조끼, 슬랙스, 금장식의 밀리터리 재킷. 그는 이 차림새로 2009년 윔블던에 등장했다(페더러의 절친으로 알려진 안나 윈투어가 그를 따로 불러 금 장식 좀 덜어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인정해야 할 건 그는 어떤 스타일도 제대로 소화해낸다는 거다. 그의 스왜그 넘치는 스타일은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좋아한다. 

간혹 ‘맨크러시’를 경험한다. 페더러가 이토록 오래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그가 보여준 친근하지만 때론 촌스럽게 느껴지는 스타일과 몸에 자연스럽게 밴 젠틀함이 아닐까 싶다. 페더러는 우리 시대의 제임스 스튜어트다. 12년 전 페더러의 윔블던 의상을 맡았던 나이키 관계자는 페더러가 타이틀 우승을 거머쥔 후, 토너먼트 경기가 있던 날 페더러와 만난 이야기를 했다. 페더러가 머무른 숙소 현관문을 들어서 정원에 있는 페더러를 만났다고 했다. 새하얀 로브를 입고 커피를 홀짝거리며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페더러가 찍은 네스프레소 광고 현장을 실제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로저가 어떤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죠? 광고에서 보여준 모습이 결코 설정이 아니에요. 실제로도 그렇더라고요.”

이렇듯 경기장 밖에서 그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페더러가 어떤 사람인지를 뒷받침한다.

페더러가 그의 20년 경력을 통틀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자신의 두 쌍둥이, 여덟 살인 마일라와 샬렌, 네 살인 레오와 레니의 목욕을 시키다가 벌어진 사고였다. 그 일로 무릎 반월판이 찢어지는 바람에 그는 2016년 시즌을 망쳤다. 브라이언 필립스는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에 “그가 로저 페더러여서 가능한 일”이라고 적었다. “그는 목욕시키는 것도 완벽했겠죠. 적당한 온도, 티 없이 깨끗한 비누 거품, 은은하게 풍기는 라벤더 향까지, 페더러라면 분명 그랬을 거예요.” 

일이 원하는 대로 술술 풀릴 때야 말로 평정심을 유지하고, 여유 있는 척 연기하기 쉽다. 그런데 세계 랭킹 74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라켓을 교체할 때 볼 보이와 멋지게 연기할 일은 없을 거다. 그들은 혼자서 라켓의 비닐 백을 벗겨 쓰레기통에 넣을 거다.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면, 그제야 포인트 사이를 여유롭게 어슬렁거릴 수 있겠지.

페더러는 간혹 늑대의 습성이 배어 있는, 훈련이 잘된 견공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라인을 판정하는 감시 시스템에 공격당할 때 그렇다.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래?’라는 뉘앙스로 날을 세우곤 한다. 2007년 윔블던 결승전 당시, 나달과 5세트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 감시 시스템이 자신을 못 살게 군다고 주장하며 심판에게 끌 것을 요청했다(물론 바로 거절당했다). 수년간의 득세 후 나달, 조코비치와의 게임에서 패한 뒤의 인터뷰에서는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1년 미국 오픈 준결승전에서 조코비치에게 패한 후 공손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패배에 대해 설명하기는 좀 어색한데요. 전 다른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어야 하는데 말이죠.” 

페더러만을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견디기 힘든 시간이 있었다. 페더러의 부활을 기대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도전의 시간이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의 눈부신 활약은 2003년에서 2010년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그는 16번의 메이저를 얻었고, 2006년에는 92번의 경기에서 우승했으며, 단 5번의 경기에서만 졌다(나달에게 4번, 앤디 머레이에게 1번). 연속 10번의 그랜드슬램 결승전, 23번의 준결승을 연달아 이루어 냈다. 말도 안 된다. 이튼 휴잇과 데이비드 낼반디안이 페더러를 꺾었지만, 페더러는 그들의 스타일을 익혀 그들에게 패배 위에 패배를 얹어주었다. 앤디 로딕은 24번의 경기 동안 단 3번만 이겼고 그랜드슬램에 든 적이 없었다. 이 시기에는 페더러를 견줄 자가 없었다. 

페더러는 경기 우승 뒤에 하는 인터뷰에서 때때로 데렉 줄렌더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는데, 아마 네 번째 언어로 말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부당한 처사였을 것이다. 페더러는 자기 비하를 잘 하지 않는다. 사실 아예 하지 않는다. 

2010년에서 2016년 사이에 벌어진 페더러의 추락. 나를 비롯해 그걸 지켜보는 많은 이들이 불편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책 <다윗와 골리앗 – 약자, 부적응자 그리고 거인과 싸우는 기술>에서 “당신이 조금의 공감 능력이 있다면 굳이 약한 사람을 응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패배 의식으로 사로잡힌 그들은 결코 자신이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패하더라도 크게 충격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집단의 수장이 패배할 경우 그는 곧바로 망가진다고 덧붙였다. “얼빠진 상태로 집에 돌아가는 거죠, 뭐.” 글래드웰은 최근 어느 팟캐스트 홍보 영상에서 말했다. “패배감을 맛본 그들은 식량 없이 사막을 떠돌겁니다. 그들의 삶은 살아 있는 지옥과도 같을 거예요.”

아, ‘살아 있는 지옥’이라는 말이 너무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겠다. 이 시기 윔블던 경기장에 있는 페더러를 지켜보거나 그가 다른 곳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속을 뒤트는 무언가가 있었다. 확실히 슬프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2016년 부상에 시달린 페더러는 그해 단 한 번의 타이틀도 얻지 못했다. 2002년 이래로 처음 상위 10등 밖으로 밀려났다.

라파엘 나달을 대적해 싸운 경기는 특히 더 실망스러웠다. 나달이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이 로저보다 낫다고 얘기한다면 그는 아마 테니스에 대해 조금도 모르는 사람일 거예요.” 그리고 그들은 일생일대의 라이벌이 됐다.

2014년 윔블던, 노박 조코비치에게 패했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의 페더러. 볼 보이의 도움으로 새 라켓의 비닐을 벗기는 모습.

2014년 나달이 23개 대회에서 우승할 때 페더러는 10승에 그쳤다. 가장 큰 무대인 그랜드슬램에서 나달의 어드밴티지는 6에서 2였다. 역사상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꼽히는 페더러가 어떻게 정작 본인 세대에서는 가장 월등한 선수가 아닌 거지?

페더러 역시 패배를 맞보고 몇 차례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분명 분노를 일으킬 만한 최악의 순간들이라 생각하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페더러의 추락을 보는 기분은 처음으로 아버지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과 흡사했다. 패더러가 넘어야 할 큰 장벽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는 의지가 굳고 자신감이 강했다. 실력이 좋았기 때문에 어떤 선수를 상대해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자신에 차 있었다. 그의 고집에 대해 착각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변하길 바라면서도 또 변하지 않길 바랐다. 아스널 팬이라면 이 기분이 어떤 건지 알 수도 있겠다.

페더러가 떠나려 할 때 언론은 그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확신하건대 매주 그의 패배를 지켜보는 것은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이 시기에는 누구도 그가 라켓을 교환할 때 보여주는 우아한 몸짓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라켓에 대한 유일한 이야기는 왜 그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사용해온 라켓을 보다 더 좋은 것, 그러니까 면적이 넓은 것으로 교체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공을 치는 면이 90제곱 인치인 라켓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테니스 선수들은 면적이 좀 더 넓은, 공을 치는 면이 97제곱 인치의 라켓을 사용한다.) 2014년 초에 라켓을 교체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우울한 한 시대의 막이 내려지는 듯했다.

모든 스포츠 선수가 추락세를 맞는다. 내려오는 속도는 짐작할 수 없이 빠르다. 몇몇 위인만이 자신의 퇴장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이건 특권이다. 알리는 그렇지 못했다. 우드도 그랬다. 베컴은 의지대로 내려와 다른 영역으로 진출한 행운아다. 조던도 성공적으로 퇴장한 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몇 있다. 페더러에게 갖는 슬픔의 일부는 위태로움에 달려 있다고 느끼는 데 있었다. 배어 있는 품격, 여유롭게 백핸드를 치는 그는 나달과 조코비치가 연기하는 기능에 맞선 싸움에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실수 없이 상대를 무참히 짓밟는 그들을 상대로 말이다. 물론 그 아름다움은 늘 승패 앞에 무너졌지만 페더러를 이야기할 때 분명히 짚고 가야 하는 부분이다.

황재의 귀환, 페더러를 제외한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보기 좋게 증명했다. 이 드라마는 2017년 호주 오픈 당시, 그의 나이 35세에 시작됐다. 조코비치와 머레이가 일찍이 패하고, 그는 니시코리 게이와 스텐 배브린카를 상대로 5세트를 은근슬쩍 해치웠다. 나달은 결승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의 대결은 평소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페더러가 재구성한 백핸드 기술은 탄탄하며 흔들림이 없었다.

황재의 귀환, 페더러를 제외한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보기 좋게 증명했다. 이 드라마는 2017년 호주 오픈 당시, 그의 나이 35세에 시작됐다. 세기가 바뀐 이래로 그래왔듯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토너먼트에 17번 시드로 참가했다. 하지만 조코비치와 머레이가 일찍이 패하고, 그는 니시코리 게이와 스텐 배브린카를 상대로 5세트를 은근슬쩍 해치웠다. 나달은 결승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의 대결은 평소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페더러가 재구성한 백핸드 기술은 탄탄하며 흔들림이 없었다. 스페인 선수가 톱 스핀 포핸드를 어드밴티지 코트로 휘둘렀고 페더러는 이번만큼은 그것을 관중석으로 보내지 않았다. 이 경기 또한 5세트까지 갔고 페더러의 서브는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 망가졌다. 아뿔싸, 그렇게 경기가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경기할 때 땀을 흠뻑 흘리지도, 소리를 내지르지도 않기 때문에 가끔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달랐다. 집요하고, 심지어는 절박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냈다. 페더러가 이겼다.

그 시점을 뒤로 페더러를 지켜보는 게 이제 단순한 즐거움이 됐다. 패배는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능글맞은 유머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그 후 계속 승리를 이어가 2017년 윔블던에서는 한 세트도 패하지 않고 2018년 호주까지 승전보를 이어갔다. 그는 현재 20승 가까운 메이저를 보유하고 있다. 나달을 상대로 5승을 거뒀다. 37세로 가는 길목, 그 역시 언젠가 코트를 떠날 거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어느 한 선수의 장수를 보는 것이 그를 응원하는 팬에게도 얼마나 지극한 행운인지 인정해야 한다. 트집 잡지 않았으면 한다. 비외른 보리와 존 매켄로는 25세 이후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2017년 11월, 런던의 O2 아레나 ATP 월드 투어 결승전에서 벨기에의 데이비드 가핀 선수에게 충격 패를 당한 후 퇴장 인사를 하는 모습.

나는 찾아야 했고, 찾고 싶었다. 윔블던의 볼 키드들과 그의 라켓 슬리브를 교환하는 데에는 무엇이 있는지. 6년간 BBG라고 알려진, 윔블던의 볼 보이 훈련을 맡아온 베이싱 스톡의 체육 선생 사라 골드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BBG가 2월에 극기훈련을 떠난다고 했다. 토너먼트가 시작되기 5개월 전이다. 지역 학교에서 700명의 지원자가 모였다. 이들 중 160명만 선택된다고 했다. 6명씩 4개의 엘리트 팀을 이루고, 중앙 코트와 1번 코트를 책임진다. 24명의 공을 사냥하는 닌자들이 한 시간씩 교대로 활동하게 된다. 참고로 이들의 평균 나이는 만 15세다.

윔블던과 관련된 사람은 모두 왕실의 관리 안에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윔블던이 최고 선수들에 관한 비밀 서류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란 이바니셰비치 스타일처럼 서비스 포인트를 얻었던 공을 다시 사용하길 원하는 사람, 묻지 않아도 수건이 준비되길 원하는 사람 등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그렇다면 페더러의 라켓 교체도 특이한 활동 범주에 속해 있을까? “훈련 기간 동안 우리는 만약에 생길 일에 대비해요.” 골드슨이 대답했다. “‘만약 심판이 연필을 떨어뜨린다면?’ 또는 ‘만약 선수가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한다면?’ 그렇게 그들은 발생 가능한 상황을 배우죠. 그러니까 당연히 페더러가 라켓을 치우려고 하면 뛰어가 비닐을 벗기고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도록 알려줘요. 그것이 그들의 역할이니까요.”

이 답변에 대해서는 무어라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골드슨이 이것이 각본에 없는 자연스러운 행동, 그러니까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이루어진 상호작용이라고 말해주길 바랐던 걸까? 물론 이것은 연출되어 연습된 행동이다. 테니스 선수, 남자 페더러는 분명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가죽으로 된 하얀 안락의자에 기대앉아 아주 편안해 보이지만 그는 특혜받은 집안의 자재가 아니다. 그의 부모인 로버트와 르넷은 제약 회사에서 근무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코트에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한때는 불평하며 라켓을 집어 던지는 사람으로도 유명했다. 경기에 패배해 울면서 말이다.

하지만 10대 후반에 페더러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라켓을 교환하는 등의 일상적인 행동도 연습해서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페더러와 그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인물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테니스 경기장에 있을 때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그때의 페더러는 정말 순수한 아이처럼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20년이 넘도록 스포츠계를 평정하며 승리를 거머쥔 사람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깊이 파헤쳐보면 그도 출근을 하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또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는다. 당신이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덩이에 빠져버렸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가끔은 그 반대 구멍으로 나오기도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당신 생각이 틀렸다고 얘기할 때 때때로 자신의 원칙을 굳건히 지키면 폭풍을 뚫고 나와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코트 위의 왕자 페더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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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Tim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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