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틱톡 시대

틱톡은 오늘도 전 세계 노래의 흥망을 좌우하고 있다.

‘틱톡 광고가 짜증 나는 히틀러’.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보게 된 제목이다. 영상을 클릭하니 히틀러가 틱톡(TikTok) 광고 좀 제발 끄라며 연신 부하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물론 합성이다. 하지만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인 나는 이 영상 덕분에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 수많은 유튜브 이용자가 틱톡이라는 앱의 광고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구글에 틱톡을 쳐봤다. BBC코리아의 기사가 뜬다. 제목은 이렇다. ‘틱톡: 당신이 35세 이상이라면 잘 모를 수 있는 이 앱이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이 기사는 제목만으로 내 나이와 트렌드를 동시에 알려줬다. 고마웠다.

35세 이상인 나는 크게 체감할 수 없었지만 틱톡이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스타트업 바이트댄스(ByteDance)에서 만든 이 앱의 사용자는 현재 5억 명이 넘는다. 작년 가을에는 앱스토어 및 구글플레이에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 되기도 했다. 틱톡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 앱을 가리켜 바인(Vine)이자 뮤지컬리(musical.ly)이자 스노우(Snow)라고 말하는 것이다. 일단 짧은 영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바인과 비슷하다. 또 뮤지컬리처럼 립싱크 기능을 지원한다. 정확히 말하면 뮤지컬리는 바이트댄스에 인수되어 틱톡과 합병됐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기능이다. 동시에 틱톡은 스노우이기도 하다. 스노우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특수 효과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틱톡 사용자들은 15초 길이의 짧은 영상을 공유한다는 대전제 위에서 저마다의 놀이를 선보인다. 개그를 하거나 묘기를 부리기도 하고 춤을 추거나 립싱크도 한다. 특수 효과로 자신의 얼굴을 변형하는 한편 화면을 이리저리 분할하기도 한다. 틱톡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출한 앱은 아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예를 들어 틱톡은 바인보다 쉽게 훌륭한 품질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어쩌면 틱톡은 바인과 뮤지컬리와 스노우의 통합-개선판일지도 모르겠다.

틱톡 안에서 음악은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이 앱에는 수많은 립싱크 영상이 올라온다. 뮤직 라이브러리가 별도로 있어 영상에 배경으로 삽입할 노래를 고를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틱톡이 음악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틱톡은 오늘도 노래의 흥망을 좌우하고 있다. 틱톡에서 뜨면, 차트에서도 뜬다. 오늘날 어떤 뮤지션들은 틱톡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중이다.

아이러브프라이데이(iLOVEFRiDAY)의 노래 ‘Mia Khalifa’가 가장 좋은 예다. 이 노래는 2018년 초에 발매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반년이 넘게 지난 후에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틱톡 덕분이었다. ‘nyannyanncosplay’라는 유저가 이 노래의 특정 부분을 틀어놓고 춤추는 영상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 영상은 곧 (이 노래의 가사를 따온) #hitormiss 챌린지의 시발점이 됐다. 수백만 개의 영상이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왔다. 틱톡 안에서만 그친 것도 아니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서도 챌린지가 이어졌다. ‘Mia Khalifa’는 스포티파이(Spotify)의 바이럴 톱 50(Viral Top 50) 차트 1위에 올랐다.

유사-틱톡도 이런 힘을 가졌다. 셀프 카메라로 촬영한 비디오에 유명 영화 대사나 노래의 립싱크를 입힐 수 있는 앱 덥스매시(Dubsmash) 이야기다. 시카고 출신의 어린 래퍼 칼보이(CalBoy)는 덥스매시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 ‘Nayah’라는 유저가 칼보이의 노래 ‘Envy Me’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덥스매시에 올렸고 이 영상은 곧 #NayahXTweaking 챌린지가 됐다. ‘Envy Me’는 빌보드 핫 100 차트 42위까지 올라갔고 현재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유튜브에서 5100만 회가 넘는다. 그리고 칼보이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댄스 챌린지가 없었다면 제 노래가 이렇게까지 성공하지 못했을 거예요. 보는 순간 딱 감이 오더군요. 애들뿐 아니라 나이든 사람들까지, 모든 인종이 제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어요. 히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광경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음악의 비중이 큰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음악이 도구로 사용될 뿐인 앱이 노래의 생사 여부를 움켜쥔 채 차트를 비롯한 음악 산업 ‘본진’에 영향을 끼치는 광경. 흥미로우면서도 진부하고, 진부하면서도 흥미롭다. 진부한 이유는 우리의 흔한 착각과 달리 음악은 지금껏 음악만으로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늘 당위와 바람으로서 우리 안에 존재했을 뿐 현실이었던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이 광경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 양상이 점점 극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노래가 성공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예술적으로 뛰어난 노래만이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만듦새가 훌륭해서 성공할 수도 있고 클럽에서 춤추기 좋아서 성공할 수도 있다. 또 이런 내적 요인이 아니라 외부 변수 덕분에 노래가 성공할 수도 있다. 영화의 어떤 장면과 절묘하게 어울리게 삽입됐기 때문에, 혹은 현실의 특정한 스토리텔링과 맞물렸기 때문에 노래가 성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성공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경우든 노래 자체의 힘과 매력으로부터 비롯된 성공이며, 어찌 됐든 사람들이 노래 자체에 관심을 가진 결과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틱톡이 만들어낸 노래의 성공은 나에게 조금 다르게 비친다. 틱톡 안에서 한 사람이 어떤 노래의 특정 부분을 도구적으로 사용해 챌린지를 시작하면 수많은 사람이 뒤따라 그에 동참한다. 그렇게 소문이 퍼지며 노래의 인지도가 올라간다. 물론 사람들이 틱톡을 거쳐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나 유튜브에서 해당 노래를 적지 않게 찾아 들어보는 건 맞다. 통계가 증명한다. 틱톡이 음악을 발견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도 본의 아니게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이 과연 그 노래를 정말 듣고 싶어 하는 걸까. 혹시 챌린지 참여로 시작해 그 노래가 위치한 목적지까지 도착하면 끝나는 단체 놀이에 빠지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 어떤 쪽이든 많이 들었으니 일단 좋은 걸까. 좋은 게 좋은 걸까. 유튜브 댓글을 본다. “나처럼 틱톡에서 보고 온 사람?”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거나 음악은 이제 죽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알던 시대와는 꽤 다른 시대를 지나고 있음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더불어 이렇게 음악을 대하는 시대와 그것을 의식하고 만드는 음악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로 대해야 하는 건 아닌지, 더 나아가 혹시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름으로 부를 준비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될 뿐이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혼란스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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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봉현(음악 칼럼니스트)
일러스트WOMI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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