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집값 대전

2006년 부동산 대란이 2018년 다시 일어나고 있다.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지난 2006년 여름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부동산에 미쳐 있었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지방까지도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원이 오르던 시절이었다. 얼마나 올랐을까? KB부동산 시세를 보면 2006년 1년 동안 강남구 35.96%, 서초구 30.07%, 송파구 31.6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참고로 2003~2007년 참여정부 시절 5년간 강남 3구의 아파트값은 평균 70%가량 뛰었다. 난 취재 기자 시절이던 2003년 약 2억4000만원 하던 강남 20평형대 아파트가 2006년 5억3000만원까지 올라 거래되는 걸 목도했다. 

2018년 여름, 이번엔 서울 집값이 미친 것처럼 치솟았다. 용산 지역 A 아파트의 경우 두 달여 만에 2억3000만원이 오른 사례도 나왔다. 서울 집값 상승은 이미 2016년 말부터 시작됐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2017년 5월 5일~2018년 5월 5일) 서울 아파트값은 18.6% 상승했다. 이후 6~8월까지 3개월간 서울은 평균 7% 가까이 올랐으니 현 정부 들어 평균 25% 이상 서울 집값이 올랐다. 

이 때문일까, 요즘 많은 사람들이 2006년과 2018년의,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데자뷔’를 말한다. 그런데 이건 단순히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에서 경제로, 그리고 정치로 이어지는 데자뷔를 암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다. 과거 참여정부가 힘들어졌던 그 모든 건 부동산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데자뷔가 아니라 결국 자메뷔(jamais vu)를 만들 것이라 강조하는 분도 많다. 자메뷔란 이미 경험했던 상황을 처음 겪는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굉장히 익숙하고 잘 아는 것처럼 느껴져도 종국에는 완전히 새로운 결말을 맞이할 거란 의미인 것 같다. 2018년 대한민국의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은 대체 어디로 향해 갈까?  

“집값은 지금보다 20~30% 하락할 겁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핵심 부동산 규제 정책은 2017년의대책이다. 물론대책 이후 정부는 올 7월 보유세(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규제라고 하기에는 기대 이하의 강도였다(추가 보완 대책이 또 나올 예정으로, 실제로 최근 ‘대책’을 통해 강도 높은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을 내놨다). 반면 이에 견줄 만한 노무현 정부의 규제는 2005년에 나온대책이었다대책은 노무현 정부가 “헌법보다 고치기 어렵게 만들겠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는다”라면서 종합부동산세를 전격 도입한 상징적인 규제책이었다. 최고 세율 3%에, 과세 대상을 기준 시가 9억원에서 6억원 이상으로 강화하고,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50% 중과 등의 고강도 대책을 담은 노무현 정부의 이 대책은 누가 봐도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실제로 노무현 정부의대책에는 공급 확대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당시 언론 분위기는 수요 억제만 부각한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마치 문재인 정부의대책이 전혀 먹히지 않으며 서울 집값이 1년새 16% 넘게 오른 것처럼 노무현 정부의대책 역시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아예 2006년 부동산은 그대로 폭발했다. 전국적으로 집값은 튀어 올랐다. 부동산은 투기판으로 바뀌었고, 노무현 정부 집권 5년간 전국의 집값 상승률은 63.58%를 기록했다. 강남에서는 가격이 두 배로 뛴 집도 속출했다. 

이 때문에 요즘 세간에서는 ‘데자뷔’를 이야기한다. 참여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서울 집값을 잡지 못할 것이고, 이 부동산 때문에 국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고, 당장 2020년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질 거다, 이런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 이 대목에서 2006년과 2018년을 비교해보자. 대체 뭐가 그리 똑같은 걸까? 전혀 다른 결말을 끌어내려면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할까? 

변수 1. 무지막지한 유동성의 힘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유동성(현금성 자산)이 창궐하는 시기와 겹친다. 솔직히 말해보자. 2005~2007년 집값 폭등이 정말 참여정부의 규제 정책 때문인가. 왜곡된 영향을 미칠 수 있었겠지만 진짜 주범은 글로벌 유동성이 세계를 떠돌며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탓이다. 당시에는 엔 케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자금이 세계를 떠돌아다녔다.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가 저금리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만이 제로 금리였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싼 대출금리로 엔화를 빌려서 이 돈을 세계 증시와 부동산에 그대로 쏟아부었다. 일본에서 연 1%도 안 되는 대출금리로 돈을 빌렸으니 그야말로 ‘머니 게임’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인 것이다. 그럼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지금은 2008년 말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시작된 양적 완화의 돈이 활동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대체 얼마의 달러를 찍어냈는지 모른다는 엄청난 유동성에 이번에는 일본, 유로존, 중국도 양적 완화와 저금리 정책을 병행하면서 합류했고, 우리나라도 현금성 자산이 넘쳐나고 있다. 참고로 7월 말 기준 국내에서만 만 이틀 만에 현금으로 자기 손에 쥘 수 있는 일명 ‘단기 유동성’ 규모가 1100조원을 넘었다. 내 호주머니에는 돈이 없지만 어딘가에는 자식 집 사준다고 30억원을 그냥 쏘는 부모가 존재한다. 그러니까 최근 2년간 집값은 정부 주장대로 부동산 ‘투기 세력’이 집값을 끌어올렸을 수도 있겠지만 우선 돈이 너무 많고, 이 돈이 딱 부동산 하나만으로 몰려들었다. 단적인 예가, 정부는 15억원짜리 집을 사는 데 대출 규제를 엄격하게 하면 된다지만, 시장에서는 그냥 캐시로 15억원 내고 집을 사버리는 거다. 안타까운 건 2006년처럼 현 정부도 이 ‘돈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해법은 무엇인가? 이 무지막지한 유동성이 다른 쪽으로 가도록 물꼬를 터주어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안 좋더라도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야 한다’ 하고, 극단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 버블을 만들자’고 외치는 사람도 봤다. 자메뷔를 완성하려면 이 유동성을 어디론가 빼내야 한다. 이걸 못 하면 또 당할 수밖에 없다.

변수 2. 오세훈 시장과 박원순 시장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오세훈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서울 뉴타운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이미 부동산은 달아올랐는데 당국에서 체계적으로 이끌어준다고 하니 반응은 뜨거웠고 결국 시장에 당선됐다. 오세훈 시장은 민선 서울시장 선거 사상 61.1%라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오 시장이 꽤나 미웠을 것 같다. 어떻게든 집값을 잡아보려는데 개발 계획을 쏟아내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으니 말이다. 역설적인 건 2018년 여름의 상황이 놀랍게도 유사하다는 데 있다. ‘용산과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일명 ‘싱가포르 선언’은 잡혀가던 서울 집값에 불을 붙였다. 용산의 한 아파트는 두 달 만에 2억3000만원이나 올라 팔려나갔다. 특히 이때부터는 강남뿐 아니라 강북까지 서울 집값 전체가 급등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앞서 ‘역설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시장과 달리 여권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물론 박원순 시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결과론적으로 같은 편을 궁지에 빠뜨리게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은 오세훈과 박원순의 데자뷔를 말한다. 중요한 시기에 둘 모두 집값에 불을 댕기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지금부터 서울시는 정부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자꾸 딴소리를 하면 딱 2006~2007년의 모습을 답습할 뿐이다. 

변수 3. 종합부동산세와 주택 공급 확대 정책 

‘선의의 정책 딜레마’라는 게 있다. 선의와 진정성이 넘치는 정책인데 결과론적으로 최악의 평가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정책은 ‘단 한 명의 투기꾼도 끝까지 응징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래서 집을 보유할 때 매겨지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높이는 동시에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세도 높였다. 이렇게 하면 투기꾼(?)들이 못 견디고 항복하고 나올 것이란 선의의 정책이었다. 

하지만 양쪽 출구가 모두 막히자 그 안에 갇힌 세력들은 그대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넘치는 유동성을 가지고 머니 게임을 펼치니 항복은커녕 집값만 더 올라가버렸다. 

이번 문재인 정부도 다주택자양도세 중과를 통해 거래세도 높이고 종부세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일이 꼬였다. 종부세 인상이 생각만큼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집을 가진 사람들은 세금 많이 내면서 굳이 집을 파느니 적당한 보유세를 내면서 버티는 쪽을 택했다. 그러니 공급은 더 줄어들게 됐는데 이런 과정에서 일명 ‘똘똘한 한 채’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지방의 부자들이 돈 싸 들고 서울로 올라와 강남의 15억, 20억, 25억 하는 집을 턱턱 매수해버렸다. 

자, 그런데 이 시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건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여권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보유세를 엄청 높이는 대신 거래세를 낮추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는 것.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을 보면 모두 좋은 집을 보유하면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여력이 안 돼 떠나는 사람들은 그냥 보내준다. 미국과 영국의 양도세는 매우 낮고 일본과 독일은 양도세가 아예 없다. 데자뷔 대신 자메뷔를 완성하려면 종부세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야 한다. 대신 수년 안에 취득세, 등록세, 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춰줄 거란 확실한 사인을 줘야 한다. 그래야 ‘이탈 세력’이 생겨나는 법이다. 

공급 확대 정책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솔직히 말해 어떤 정부도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고? 택지를 준비하고 매입하고 개발하고 여기에 집 짓고 사람들이 입주하는 데까지는 5~6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실질적인 효과는 그다음 정부가 온전하게 누리게 된다. 그래서 주택 공급 확대는 ‘죽 쒀서 남 주는’ 측면이 있다. 상당한 오해가 있는 대목이, 노무현 정부가 수요 억제에만 올인했다는 비판이다. 그렇지 않다. 판교동탄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 공급은 모두 참여정부의 작품이다. 위례신도시의 시작 또한 노무현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공급 확대는 개발 관점으로 들어가면 집값 잡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지금 보면 알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신도시를 건설하고 그린벨트도 풀었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공급은 진짜 알짜 지역에 임대주택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후에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공급을 말해도 늦지 않다. 

끝으로 또 한 가지 데자뷔를 보면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이다. 한국은행은 지금도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데 2006년에도 그랬다. 2005년 10월에 기준 금리를 0.25%p 올린 후 1년 넘게 금리를 붙잡아뒀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기준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고, 한미 기준 금리 차이가 0.7%p이상 벌어지는 금리 역전(한국 기준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왔다. 이후 2007년 6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는 무려 42조8000억원에 달했다. 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을 통해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래야 슬픈 데자뷔를 막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끝 모를 집값 상승이 막을 내린 건 MB가 대통령이 된 이후였다. MB가 뭘 잘해서가 아니었다. 2008년 말 터진 세계 금융 위기에 부동산 가격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래서 데자뷔를 말하는 사람은 결국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집값이 꺾일 거란 말을 한다. 당장 ‘트럼프 리스크’ 같은 것 말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투자 자산은 상승과 하락이, 폭등과 폭락이 서로 꼬리를 무는 법이다. 지금은 폭등한 집값에 정신이 없지만 조정은 순간 찾아오고 그때는 떨어지는 집값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정부가 지금부터는 외생변수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싶다. 진심으로 슬픈 데자뷔가 아닌 멋진 자메뷔를 완성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대처할 시간은 꽤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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