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이라는 대중음악사

월간 윤종신 그리고 예능의 공존

< 월간 윤종신 >이 얼마 전 100회를 맞이했다. 2010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였다. < 월간 윤종신 > 편집팀은 100회 기념으로 ‘< 월간 윤종신 >과 100인의 친구들’이라는 특집을 발표했다. 이 특집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 월간 윤종신 >을 위해 지속적으로 애써준 뮤지션, 세션, 스태프, 팬 등 총 100명이 각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 월간 윤종신 > 노래 한 곡을 뽑은 콘텐츠.” 나 역시 이 특집에 참여해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남겼다. “지친 하루/ 문학을 잃지 않으면서 만인의 공감을 얻어낸 노랫말.”

누군가를 처음부터 지켜봐왔다는 사실에는 특별함이 있다. 래퍼로 예를 들면 나에게는 도끼가 그런 존재다. 도끼가 갓 열 살을 넘겼을 때부터 지켜봐왔기에 나는 도끼에 대해 남들보다 조금 더 좋은 이야기를 할 가능성을 얻었다. 그렇다고 내가 윤종신의 데뷔를 목도했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당신의 생각보다 젊다. 다만 < 월간 윤종신 >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켜봐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 월간 윤종신 > 100회는 나에게도 의미가 작지 않다.

윤종신의 11번째 앨범 < 동네 한 바퀴 >(2008)는 결코 나쁜 작품이 아니었다. 10번째 앨범 <Behind The Smile>(2005)을 더 좋은 작품으로 생각하지만 <동네 한 바퀴> 역시 준수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앨범은 흥행에 실패했고 윤종신은 생각을 바꾸었다. 2년 동안 준비한 앨범이 한 달도 안 되어 묻히는 경험을 한 후 노래를 한 달에 하나씩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 월간 윤종신 >의 시작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 월간 윤종신 >은 시대를 반영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시디가 MP3로 대체되고 앨범이 싱글로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행보였다.

< 월간 윤종신 >은 윤종신 스스로에 대한 자구책이기도 했다. 실제로 윤종신은 예전 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월간 윤종신 >은) 돌파구였던 것 같다. 기존의 앨범 방식으로는 딱히 자신이 없었다. 음악을 잘 만들었다고 해도 판매나 반응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뭐라도 꾸준히 하자고 생각했다.” 또한 < 월간 윤종신 >은 흥행뿐 아니라 음악적 면모에서도 자구책이었다. 음악가로서의 정체성과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걸어놓은 ‘한 달에 한 곡’이라는 핸디캡 말이다.

한 달에 한 곡씩 8년을 넘게 했다. 100번을 했다. 누구도 윤종신 이 < 월간 윤종신 >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 그동안 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다. 윤종신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사람들은 성실함을 늘 재능의 별책 부록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재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성실함이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가장 아래에 있다면, 넘을 수 없는 벽 위에 ‘실제로 (한 번) 하는 것’이 있고, 또 넘을 수 없는 벽 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성실하게 오래 하는 것’이 있다. < 월간 윤종신 >은 지금 세 번째 영역에 와 있다.

물론 성실함의 정의를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특히 직장인이 아니라 예술가의 세계로 가면 성실함의 정의는 조금 더 모호해진다. 만약 윤종신 처럼 매달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는 음악가가 있다면 조금 전에 내가 그랬듯 우리는 그를 성실한 사람으로 인식할 것이다. 반면 10년에 앨범 한 장을 발표하는 음악가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일단 게으른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전자의 작품이 평범한 만듦새의 연속일 뿐이고 후자의 작품은 역사에 남을 역작이라면 과연 누가 예술가의 본분에 걸맞은 성실함을 갖춘 걸까. 오해는 말자. < 월간 윤종신 >을 통해 나온 노래 중에는 훌륭한 것도 많다. 그러나 모든 노래가 그렇지는 않다. 다채로운 시도와 실험 속에서 어떤 것은 뛰어나고 어떤 것은 아쉽다. 그렇기에 이 정도의 균형 감각은 지닌 채로 < 월간 윤종신 >을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이렇듯 성실하게 무언가를 오래 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아쉬움이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치도 존재한다. 일단 성실함 자체에 대한 신뢰는 기본이다. 음악이든 다른 무엇이든 한 가지를 꾸준히 오래 하는 사람은 무조건 신뢰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월간 윤종신>은 성실함을 앞세워 몇 가지를 더 성취했다. 개별로는 불가능하지만 총합으로 가능한 것들을 말이다.

2000년대 이후의 윤종신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어쩌면 ‘예능’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음악과 예능 사이의 균형’이다. 예능인 윤종신의 존재감이 커져가며 음악가 윤종신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져가던 때를 기억한다. 물론 제3자들이 취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태도이긴 하다. 예능을 이용하려다 예능에 먹힌 음악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니 이해할 수 있는 우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윤종신 은 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예능 녹화를 하고 온 날 음악이 더 고프다. 강호동, 유재석이랑 신나게 떠들고 집에 들어오면 음악이 더 하고 싶다. 예능에서 여러 사람의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영감을 받기도 한다. 주식 몇억 날린 것부터 해서 여러 가지 다이내믹한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예능 안 하는 뮤지션이라고 해서 한 달 내내 음악을 하나? 그렇지 않다. 뮤지션 윤종신은 변한 게 없다. 사람들의 시각이 달라졌을 뿐이다.” 당사자로서의 디테일,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영민하게 활용하는 윤종신의 면모가 돋보이던 순간이었다.

더 나아가 윤종신 은 예능 영역과 음악 영역을 서로 생산적으로 섞거나 분리시키며 그것을 성실함으로 밀어붙여 결국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예능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음악을 만들었고 자신의 새 앨범을 < 라디오 스타 >에서 홍보했다. 다음은 강명석 <ize> 편집장의 말이다. “음악인 윤종신 이 형성한 관계로 만들어낸 음악을 예능인 윤종신 이 맺은 관계를 통해 알린다. 예능과 음악 또는 장필순부터 김구라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던 그의 활동과 인맥이 제작자 윤종신을 통해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윤종신 은 자신이 아무리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더라도 < 월간 윤종신 >을 미루지 않았다. 실제로 < 월간 윤종신 >이 발표되지 않은 달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뿐이다.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지속돼온 이 광경을 지켜보며 생각을 고쳤다. 윤종신 은 음악과 예능이 각자의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며 상호 공존할 수 있음을 성실함으로 버티며 증명했다. 음악과 예능의 예술적, 사업적 선순환이었다. 한국에서 윤종신 이 처음으로 낸 길이었다.

개별이 아니라 총합을 통해 < 월간 윤종신 >이 이뤄낸 것은 또 있다. 그는 미술가들에게 앨범 커버 작업을 맡기고 영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가사를 적었다. 어떨 때는 자신의 노래를 다시 부르기도 했고 자신의 노래 둘을 섞기도 했으며 남의 노래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한편 어떨 때는 전형적인 시즌 송을 부르고 어떨 때는 실험과 파격을 감행했다. 이제 < 월간 윤종신 >은 음악을 중심으로 하지만 어떤 예술이든 함께 섞일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단순한 싱글 발표 플랫폼이 아니라 (조금 과장해) 종합 예술 플랫폼이 되었다. 물론 그와 동시에 라디오나 칼럼을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마침 < 월간 윤종신 >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 월간 윤종신 >은 프로듀서 윤종신 을 주축으로 한 독자적인 매체이자 기획 전문 집단이다.”

이쯤에서 래퍼 스눕독 이야기를 뜬금없이 꺼내야겠다. 많은 사람이 갱스터 래퍼였던 데뷔 시절의 그를 강렬하게 기억하지만 지금에 와 돌아보는 그의 진면목은 실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위대함에 있다. 스눕독은 음악 외에도 연기와 개그 등 각종 번외 활동을 겸하며 스스로 컬트 아이콘이 되는 데에 성공했다. 근면 성실함과 끊임없는 변화의 노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스눕독의 커리어는 어쩌면 미국 힙합의 역사, 혹은 미국 팝의 변천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윤종신 과 스눕독이라니, 얼핏 정말 생경한 조합 같지만 윤종신 역시 스눕독과 마찬가지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윤종신 이 걸어온 행보가 곧 한국 대중음악의 변천사, 혹은 음악가가 한국에서 살아가고 살아남는 방식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확실한 것 하나는,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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