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한국축구

지금 필요한 건 승리의 자축이 아니라 패배의 복기다.

도무지 이어지지 않았다. 매사 툭툭 끊기기 일쑤였다. 팀 스포츠의 핵심은 다른 무엇도 아닌 연결이다. 여러 명이 팀을 이뤄 경기장에 나서는 팀 스포츠에서 연결이 되지 않고서야 승리를 쟁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F조에 속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스웨덴전에서 바로 그 핵심인 연결이 되지 않았고, 그 결과 패배라는 쓴잔뿐만 아니라 ‘유효 슈팅 0’이라는 참담한 결과까지 받아들여야 했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감독 탓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스웨덴전에 나서기 직전 우리 대표팀의 전력은 어떠했는가? 먼저 장점을 보자. 우리에게는 좋은 공격수가 한 명 있었다. 손흥민이다. 드리블, 슈팅, 주력 등 공격의 거의 모든 면에서 빠르고 예리하며 정확해서 세계 어디 내놔도 부족할 게 없는 정상급 공격수다. 그런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장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장점이 그 정도인 데 반해 단점은 수두룩했다. 

먼저 수비 조직이 불안했다. 더 치명적인 것은 전체적으로 개인 기량이 다소 처져서 우리 진영에서 경기장 가운데를 가로질러 상대 진영으로 공을 옮겨가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사실. 상대 진영으로 공을 연결시키지 못해서야 골은 언감생심이다. 세계의 많은 전문가와 도박사들이 우리나라의 우승 확률을 0.2% 수준으로 진단한 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대표팀 감독이 스웨덴전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했다. 먼저 수비 조직을 단단히 정비하는 것, 그리고 우리 진영에서 경기장의 허리와 같은 미드필드를 넘어 상대 진영까지 패스가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 전체 전력이 떨어지는 우리 팀으로서는 어떻게든 손흥민을 위시한 공격수들에게 공을 연결해 그들이 골을 넣어주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신태용 감독은 이런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두 가지 답을 선택했다. 수비에 관한 의문에는 김영권을 중심에 둔 수비 라인을 포백으로 정비한 다음 기성용까지 수비에 전념하게 만든다는 답을, 허리의 장악 여부에 관한 의문에는 김신욱을 공격진 중심에 세우는 ‘4-3-3 포메이션’이라는 답을 정했다. 그리고 모두가 잘 알고 있듯 그 선택은 대실패로 끝났다. 특히 허리 문제에 관한 답변은 10점 만점에 1점도 줄 수 없을 만큼 참사에 가까운 결과였다. 

사실 수비 문제에 관한 해법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김영권과 기성용은 맡은 임무를 나름대로 해냈고 여기에 조현우라는 샛별의 활약으로 상대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불운한 페널티킥만 아니었더라도 어쩌면 스웨덴전을 무실점으로 끝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신태용 감독을 분명 평가할 만한다. 반면 허리 문제는 치명적이었다. 잘못 선택한 포메이션 탓에 도무지 공격이 이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질문. 개인 전술이 떨어지는 팀이 상대 진영으로 쳐들어가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야 할까? 먼저 한두 번의 긴 패스로 경기장을 뛰어넘는 방법이 있다. 다음으로는 서너 명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전진하는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은 첫 번째를 선택했다. 일단 상대 진영으로 긴 패스를 때려 넣은 후 그 패스를 받은 손흥민을 비롯한 우리 공격수들이 김신욱에게 공을 연결하는 것, 또는 그 반대로 김신욱이 다른 공격수들에게 공을 이어주는 것, 그것이 스웨덴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선택한 공격 전술의 핵심이었다. 

이제 그 전술이 실패한 원인을 살펴보자. 먼저 김신욱 중심의 4-3-3 포메이션에서는 손흥민, 황희찬이라는 빠른 공격수들이 경기장 양옆으로 빠져 있어야 했다. 이는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가? 역습에 활용 가능한 자원들이 경기장 양쪽 구석에 고립되고 말았다. 제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도 혼자서 기량을 발휘하기는 힘든 법이다. 상대 수비수들의 협력 수비에 가로막히면 공격은 고사하고 공을 간수하기도 어렵다. 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프랑스나 벨기에 같은 팀이 하나같이 훌륭한 공격 콤비네이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알다시피 축구에서 골이 만들어지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 가운데다. 양 사이드를 이용한 역습 공격에서 가운데로 패스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격은 실패로 끝나게 마련이다. 빠른 공격수를 구석에 위치시키고 느린 스트라이커를 가운데 박아둔 전술은 필연적으로 역습 타이밍에서 공이 가운데로 연결되지 못하는 실패로 거듭됐고 ‘유효 슈팅 0’이라는 참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 황희찬이 상대 진영으로 짓쳐 들어가 김신욱에게 그림 같은 크로스를 연결하기를 바랐겠지만, 실제 경기에서 두 선수가 상대 진영으로 치고 들어갔을 때 김신욱은 손흥민과 황희찬의 스피드를 쫓아가지 못하고 처지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황희찬에게, 또는 황희찬이 손흥민에게 패스하기도 어려웠다. 양쪽 구석에서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희찬과 손흥민은 경기 내내 단 한 번밖에 패스를 주고받지 못했다. 

알다시피 축구에서 골이 만들어지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 가운데다. 물론 아주 드물게 양 측면에서 골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런 상황을 전술에 활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양 사이드를 이용한 역습 공격에서 가운데로 패스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격은 실패로 끝나게 마련이다. 빠른 공격수를 구석에 위치시키고 느린 스트라이커를 가운데 박아둔 전술은 필연적으로 역습 타이밍에서 공이 가운데로 연결되지 못하는 실패로 거듭됐고 ‘유효 슈팅 0’이라는 참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에 대해 최용수 전 축구 감독은 이렇게 평가했다. “4-3-3 포메이션의 스리톱이라는 건 유기적인 포지션 체인지로 상대를 흔들면서 공간이 나왔을 때 침투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되는데 너무 피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그리즈만, 음바페, 지루가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브라질도 제주스, 네이마르, 윌리안 등이 모두 속도를 활용한 위치 전환으로 상대를 흔든다. 결국 속도가 떨어지는 김신욱 중심의 스리톱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우리 진영에서 상대 진영으로 공을 연결해 골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이런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롱 패스로 허리를 건너뛰려는 전술은 A매치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기성용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뚫는 법은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자기 진영에 진을 치고 있을 때 아자르나 메시 같은 뛰어난 선수가 1 대 1 돌파로 공간을 열어주는 것, 그런 선수가 없다면 바르셀로나처럼 3~4명이 콤비네이션으로 뚫고 들어가야죠.” 

결국은 돌파 또는 콤비네이션 패스 말고는 답이 없다는 의미인데, 신태용 감독은 그 ‘둘 중 하나’를 포기한 채 현대 축구에서 이미 용도 폐기가 확인된 ‘뻥 축구’ 전술을 선택했고 끝내 패배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다소 잔인하게 말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 자체가 이미 실패였다. 

앞서 살짝 언급한 또 하나의 숙제는 세트피스다. 아무리 약팀이라도 상대 진영에서 세트피스 상황을 어찌어찌 몇 차례쯤은 만들어낸다. 그리고 세트피스에서의 골 확률을 높이는 것은 약팀이 강팀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 문제에 관해 신태용 감독은 준비를 많이 했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스웨덴전에서 우리가 가까스로 얻어낸 다섯 차례의 코너킥 기회는 매번 연기처럼 날아갔다. 멕시코전의 일곱 차례도 마찬가지였다. 그 순하다는 박지성 SBS해설위원조차 ‘무의미하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승승장구 중인 잉글랜드가 모든 골의 75%를 세트피스 상황에서 얻어낸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장신인 김신욱을 생각보다 일찍 빼야 했다’는 말은 변명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그런 상황 역시 준비했어야 했다. 

우리 대표팀은 멕시코전에서 또 한번의 안타까운 실패를 기록했지만 독일전에서는 기어이 세계를 놀라게 만드는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대단한 위업이기는 하되 솔직히 칭송보다 안타까움이 앞선다. 바꿔 말하면 그만한 저력이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경기는 다른 무엇보다 첫 경기인 스웨덴전이었다. 오로지 그 경기만이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 그 중요한 때 왜 진작 그러지 못했을까. 안타깝기만 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제 러시아 월드컵이 안긴 마지막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차기 감독 선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 ‘신임 감독 후보에 신태용 감독 또한 포함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준비 기간이 짧았으므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조리 덮어씌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신태용 감독이 이론에 밝은 지장임은 이미 여러 경로로 확인된 바 있으니 감독 후보로 포함시키는 것이야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찌 됐건 그는 이번 스웨덴전에서 너무나 크게 실패했다. 멕시코전도 아니고 독일전도 아닌, 오로지 스웨덴전 하나만 보고 달려간 러시아 월드컵인 터라 그 실패는 다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게 느껴진다. 그와 같은 치명적 실패의 장본인에게 다시금 대표팀을 맡긴다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더군다나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며 겪은 여러 행정상 문제로 현재는 대한축구협회까지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 시점에서 올바른 선택은 대한축구협회 자체부터 혁신하고 정비한 다음 대표팀 감독을 외부에서 수혈해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나름대로의 진단이다. 

사족으로, 대한축구협회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전무이사가 언급한 주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해설위원들이 현장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바로 그 논란의 말에 대해서다. 스포츠에 대해 글을 쓰면서 가장 가당찮게 느껴지는 반응이 “그리 잘났으면 직접 한번 뛰어보지” 같은 말이다. 심심찮게 듣거나 읽게 되는데, 솔직히 그때마다 ‘내가 왜? 연봉도 안 주는데 왜? 당최 말 같은 말을 해야 대꾸를 하지’ 하는 심정이 된다. 영화가 재미없다는 관객에게 “그럼 직접 만들든가”라는 식으로 푸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해설위원에게는 해설위원대로 해야 할 몫이 있고 협회 스태프에게는 스태프대로 해야 할 몫이 따로 있다. 비싼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비난하는 것이 팬들의 특권이듯 협회의 행정을 평가하는 것은 해설위원들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 평가가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 조목조목 설명하면 될 일.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식 석상에서 대뜸 ‘직접 한번 해봐라, 그런 소리 나오나 안 나오나’ 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른답지 못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한심하다. 적어도 이번 발언에 대해서는, 홍명보 전무에 대한 실망이 크다.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