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 우물 안 잠수정을 꿈꾸다

엘론 머스크의 잠수정은 실리콘밸리 모델의 한계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기적을 바라지만 현실에서 기적이라 할 만한 일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기적이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 일이 지난 7월 10일 태국에서 있었다. 태국 유소년 축구팀 동굴 조난 사건 얘기다. 6월 23일 태국 치앙라이 탐 루엉 동굴에서 고립된 무빠(야생 멧돼지)라는 이름의 태국 유소년 축구팀은 태국 정부와 세계 각국의 구조대 덕분에 7월 10일 기적적으로 전원 생환했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태국 네이비실은 전원이 생환한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리는 이것이 기적인지, 과학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13명의 모든 야생 멧돼지가 방금 동굴에서 나왔습니다”라고 썼다. 아마 과학과 기적 둘 다가 아닐까.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치앙라이의 주지사로 구조 작업을 지휘한 나롱삭 오소탕나곤은 이 미션에 대해 처음 논의했을 때 즉각 이 미션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구조 작업이 국제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었다. 미국에서 30명이 태국으로 가서 구조 작업을 도왔고 그 외에도 호주, 일본, 중국, 미얀마, 라오스, 영국의 구조대원들이 도움을 줬다. 실제 12명의 아이와 코치를 동굴에서 발견한 것은 영국인 존 볼랜던과 릭 스탠턴이었다.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6월 23일, 11살에서 16살 사이의 아이들로 구성된 축구팀과 25살의 코치는 축구 연습이 끝나고 동굴 탐험을 떠났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들은 일전에 동굴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이날은 좀 더 깊은 곳까지 가서 동굴 벽에 이름을 새기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탐 루엉 동굴에 들어가고 나서 얼마 안 있어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로 인해 동굴 내의 높아진 수위가 이들을 가둬버렸다. 저녁이 되고, 밖에 있는 다른 코치는 동굴로 간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부모들이 자신에게 전화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코치는 연습이 끝나고 함께 동굴에 가지 않고 집으로 간 축구팀의 다른 아이를 통해 이들이 동굴 탐험을 하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동굴 입구에 놓인 자전거와 가방을 확인한 후 아이들의 실종 사실을 신고했다. 한편 음식과 먹을 물이 없는 동굴 속에서 아이들은 동굴 벽과 종유석에 맺힌 물을 마시면서 탈수를 막고, 한때 불교에 몸담았던 코치의 지도로 명상을 하며 구조를 기다렸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앞서 기적이라고 표현한 그대로다. 좁은 동굴 속에 흙탕물이 가득 차고, 그마저도 빠른 유속으로 실종자들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1만여 명의 사람들이 구조 작업에 기여했다. 잠수부만 100명 이상이었고 2000명의 군인, 900명의 경찰, 그 외에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구조하는 데 힘을 더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던 구조 임무가 전원 생환이라는 기적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이자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도 있었다. 사실 이 글에서는 동굴 구조 작업에 관한 것보다 엘론 머스크에 관한 얘기를 자세하게 하려 한다.

축구팀이 사라진 지 일주일이 넘었을 때 엘론 머스크는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트윗을 올린다. 그리고 이틀 후, 민간 로켓 기업인 스페이스 X의 엔지니어를 태국으로 파견했다고 얘기하고, 바로 다음 날 아이들을 구조할 수 있는 소형 잠수정에 대한 얘기를 트위터에서 꺼낸다. 잠수가 어려운 아이들을 잠수정에 태워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는 아이디어였다. 소형 잠수정에 관한 얘기를 꺼낸 7월 7일, 캘리포니아의 한 수영장에서 잠수정을 테스트하는 사진도 올렸다. 그리고 7월 8일, 태국의 구조 현장에 잠수정을 두고 온다. 실제 잠수정이 구조에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여기까지는 엘론 머스크의 선의를 충분히 인정하고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상해지는 것은 축구팀과 코치가 모두 구조된 7월 10일 이후의 일이다. 구조 작업을 지휘하던 치앙라이의 주지사 나롱삭 오소탕나곤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기술이 훌륭하고 세련되기는 하지만 이 임무에는 실용적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머스크는 이 말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는지, 나롱삭 오소탕나곤은 전문가가 아니며 진짜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은 자신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릭 스탠턴이고, 그가 계속해서 잠수정을 개선해달라고 말했다는 이메일을 트위터에 공개한다. 그러나 머스크의 소형 잠수정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얘기한 건 오소탕나곤 한 명만이 아니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영국인 잠수버 버논 언스워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잠수정이 ‘PR 스턴트’이고 “실제 구조 작업에 써먹을 만한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잠수정이 단단해서 좁은 동굴의 코너와 장애물 사이를 지나갈 수 없었을 거라는 게 이유였다. 머스크는 자신의 잠수정에 대한 언스워스의 가혹한 평가를 듣고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언스워스를 소아성애자라고 모욕한다. 3일 후 자신이 과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이미 말을 내뱉은 후였다. 실용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자신의 선의를 모욕했다고 생각했을까? 머스크의 생각은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소아성애자’라는 표현의 모욕은 애초의 선의마저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였다.

구조라는 불가능해 보였던 임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좀 더 느리지만 방법론적이고, 더 좁은 분야에 전문화된 문제 접근법이었다.대단히 중요하지만 실리콘밸리가 좋아하는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먼 모델들이다.

<뉴욕 타임스>에 올라온 논평은 엘론 머스크의 이 사건이 실리콘밸리 모델을 적용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 모델이란, 할 수 있다는 낙관주의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분야로 별문제 없이 옮겨갈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신속하고 화려하게 대중의 관심을 끌기 좋아하는 것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것을 뜻한다. 머스크가 잠수정으로 보여준 것은 바로 이러한 실리콘밸리 모델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논평이 지적하듯 아이들과 코치를 동굴에서 구조해낸 모델은 실리콘밸리의 모델과는 다른 것이다. 구조라는 불가능해 보였던 임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좀 더 느리지만 방법론적이고, 더 좁은 분야에 전문화된 문제 접근법이었다. 이 모델은 위험천만한 일을 좀 더 안전한 것으로 만들어낸다. <뉴욕 타임스>의 글에서 예로 든 것은 상업 항공 여행이나 암벽 등반 같은 일이다. 이런 일은 오랜 기간에 걸쳐 방대한 프로토콜과 안전 조치를 만들어왔다. 대단히 중요하지만 실리콘밸리가 좋아하는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먼 모델들이다.

전문가에 대한 불신과 폄하 또한 머스크가 저지른 실수 중 하나다. 머스크가 할 수 있었고, 해서 칭찬받을 만했던 것은 구조 작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잠수정이라는 자원을 지원한 것이다. 잠수정을 쓰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현장의 구조대에 맡겨야 했다. 비실용적이라는 평가에 안타까워할 수는 있지만 화를 낼 필요는 없었고, 실제 구조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현장 지휘관을 깎아내릴 필요도 없었다. 선의는 어디까지나 선의일 뿐 선의가 실종자들을 구조한다는 애초의 목표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태국 동굴 구조 작업을 보도했던 주요 언론들은 잠수정의 사용 여부를 두고 시끌벅적하게 보도하지 않았고, 구조대 또한 자신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잠수정 없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머스크는 다소 민망해졌고

‘소아성애자’라는 모욕적인 표현 때문에 다이버인 언스워스에게 고소를 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잠수정 때문에 사망자가 생기는 비극적인 일은 없었다.

실종자가 코치를 제외하면 전부 청소년이었다는 점, 물이 문제가 되었다는 점 때문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번 태국 동굴 조난 사건을 보며 세월호를 떠올렸을 것이다. 구조 작업의 결과가 크게 달랐기에 안타까움도 좀 더 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나는 엘론 머스크의 잠수정을 보면서,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세월호 초기 구조 작업 때 논란이 됐던 다이빙벨을 떠올렸다. 당시 세월호 현장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본부장은 “빠른 유속과 높은 탁도 등 현장 상황을 고려해볼 때 투입이 부적절하다”는 얘기를 했다. 결과를 놓고 보아도 다이빙벨은 구조 작업에 전혀 실용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언론까지 거든 것은 태국의 동굴 구조 작업과는 정반대인 또 다른 모습 중 하나였다. 일부 언론은 무능한 당국이 다이빙벨이라는 훌륭한 구조 방법을 방해하고 있다는 틀에 빠졌었고,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는 <다이빙벨>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만들어 여전히 다이빙벨의 실패에 관한 음모론을 설파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가 자신의 선의에 도취해 전문가를 무시하고 결국엔 자신마저 제어하지 못하게 됐던 것처럼, 다이빙벨 또한 많은 이들이 선의와 정의감에 빠져 구조 작업에 무익한 잡음만을 만들어냈다.

선의와 정의감을 폄하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선의와 정의감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사실 검증과 긴 기간 동안 다듬어져온 프로토콜이란 것이 있다. 때론 그 프로토콜을 뒤엎을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다. 그 가능성까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로토콜이 프로토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가장 안전하고 실용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만 남겨놨기 때문이다. 선의가 선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안전을 위해 다듬어진 프로토콜이라는 선을 넘지 않았을 때다. 선을 넘은 선의와 정의감은 그저 개인의 자기만족을 채워주는 허영심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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