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연결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XXX 2019 F/W 컬렉션에서 우아한 테일러링을 고수하면서도 빠르고 복잡한 일상에 걸맞은 실용적이고 신선한 디테일을 선보였다.

인천에서 도쿄, 도쿄에서 런던, 런던에서 밀라노. 출장에 출장, 대륙과 대륙을 건너 도착했다. 그리고 밀라노 리나테 공항에서 또 다른 여행을 위해 밀라노 중앙역으로 향했다. 푸른빛을 입은 중앙역은 스산한 겨울밤, 여행하는 사람들을 역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매일 32만 명이 이용하는 중앙역의 규모는 가히 대단했다. 중앙역의 위용은 곧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위용이기도 했다. 건축가 울리세 스타키니의 설계로 완공한 이곳은 공사 과정이 꽤 복잡했다. 당대 최고 규모로 완공했으나 건축양식은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아르누보와 아르데코가 뒤섞인 공간. 이곳에서 에르메네질도 제냐 XXX 2019 F/W 컬렉션이 시작됐다. 만남과 헤어짐, 끝이 보이지 않는 통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모여 에너지가 넘치는 역사는 우리의 삶을 투영하며 컬렉션의 무대가 되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아티스틱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토리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중앙역을 컬렉션 장소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곳은 사람들이 여행을 시작하고 마치는 곳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장소, 곧 연결되는 공간이다. ‘연결’은 개방적인 것, 다양성의 공존을 상징한다. 전 세계의 경계가 좁아지고 있다. 원단 제작부터 시작해 이곳에서 패션쇼를 선보이기까지 모든 과정을 통해 세대와 세계를 어우르는 테일러링을 보여주고 싶었다.” 넓은 공간을 가로지르며 복잡하게 얽히는 런웨이를 다양한 국적과 피부색의 모델이 걸어 지나갔다. 반가운 한국인 모델 이민석, 수민, 황준영, 김태민도 무대를 빛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XXX 2019 F/W 컬렉션은 우아한 테일러링을 고수하면서도 빠르고 복잡한 일상에 걸맞은 실용적이고 신선한 디테일을 선보였다. ‘융합과 가공’을 키워드로, 컬렉션 소재 대부분을 제냐 원단 사업부에서 보유한 천을 특수 가공해 세상에 하나뿐인 울, 캐시미어, 나일론을 탄생시켜 사용했다. 재활용 원단을 이용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원단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컬러는 화이트, 그레이, 블랙, 네이비, 카키, 그린을 주로 사용하고 곳곳에 엷은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또한 이번 컬렉션에서는 제품 카테고리의 경계와 구분을 없앴다. 재킷에 코트 주머니를 더하고 셔츠는 재킷으로 활용했다. 테일러링 아틀리에에서 디자인 과정을 거친 다운재킷은 코트보다 섬세하고 고급스러웠다. 바지 종아리 부분에는 3단 스트랩을 더해 융합과 가공의 모듈러 기반으로 옷을 구상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옷을 서로 다른 실루엣과 다양한 스타일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은 남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더블브레스트와 싱글브레스트의 중간쯤 되는 1.5 브레스트 슈트는 종이, 가죽, 캐시미어, 울 실타래를 불규칙적으로 엮어 만들어서 규정지을 수 없는 새로운 스타일로 선보였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만이 가능한 시도였다. 싱글브레스트 재킷은 길고 가는 실루엣으로 여밈 부분을 가려서 더 날렵해졌다. 상형문자 패턴이 더해진 드라마틱한 코트는 가격이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쿠튀르적 요소까지 엿보였다.

액세서리 역시 모듈 형식으로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두꺼운 솔의 지퍼 부츠와 여러 소재를 활용한 스니커즈가 컬렉션 전반에 걸쳐 나왔다. 고객의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스니커즈 ‘마이 체사레’도 쇼 당일 함께 론칭했다. 기하학적 형태의 가방은 디자인적 요소뿐 아니라 내부 공간도 더 넓어져 편의성까지 충족했다.

 

알레산드로 사토리는 테일러링과 기능성의 최상의 융합을 잘 아는 사람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패션 시장에서 트렌드의 변화에 치우치지 않고 소재 활용을 확대해 자연스러운 변화와 혁신을 꿈꾼다. 그런 그의 이념이 에르메네질도 제냐라는 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XXX 2019 F/W 컬렉션은 클래식한 면모와 미래적이고 실용적인 모습을 함께 제시하는 컬렉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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