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이란 무엇인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능력은 퇴보한다.

지금으로부터 350만 년 전, 네 발로 기던 포유류가 두 발로 걸었다고 한다. 그렇게 인류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발전은 곧 생존과 관련이 있었다. 3만 년 전에는 하늘의 별을 보고 주변의 변화를 이해했다. 계절의 변화와 야생동물의 이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약 1만 년 전부터 환경을 다스리는 법도 익혔다. 야생동물을 길들이고 농작물을 키우면서 무리를 지어 정착했다. 그러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자원이 생겼다.

재고를 기록할 방법이 필요했다. 6000년 전, 쓰기를 발명한 이유였다. 점토판에 새긴 문양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었다.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줄 비결이었다. 기록을 통해 인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정보를 전달하게 됐다. 이처럼 과거 인류가 이뤄낸 발전은 인간이라는 생물의 능력치를 높이는 것이었다.

반면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발전은 개념부터가 다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같은 전자 기술이 중심에 있다. 무선 연결 이어폰이나 4K 화질 TV의 등장뿐만이 아니다. 의식주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컴퓨터로 집을 설계하고 방직 기계로 옷을 만든다. 심지어 쌀 한 줌을 수확해서 밥상에 올리는 과정에도 수십 종의 기계와 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느끼는 발전이란 기술을 위한 발전이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발전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 자체가 발전하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기술 때문에 인간이 퇴보하는 모습마저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자. 이 작은 장치는 인류가 이뤄낸 전자 기술을 대표한다. 정보를 교환하고, 이미지를 저장하며, 게임레포츠금융에서도 활용된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비중은 과도하다. 실제로 전화기에 기록된 수백 개의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가족과 친인척 등 20여 개의 번호도 거의 외우지 못한다. 사실 우리는 이제 그 무엇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일정이나 메모, 추억까지도 스마트폰 메모리에 맡긴다.

전자제어 기술의 발전도 여러 문제를 낳았다. 기계가 인간을 보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제보다 안전하고 편하고 빨라지기 위함이다. 기술은 이런 목적을 달성한다. 하지만 전자제어의 개입이 늘어날수록 인간이 책임지고 감당할 부분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역할의 비중이 낮아지는 만큼 경험치는 줄고 부족한 실력을 개선할 여지도 없다.

이는 자동차업계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엔진 출력이 300마력을 넘는 자동차를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당장 운전면허를 딴 초보라도 이런 차를 운전하는 게 어렵지 않다. 뛰어난 전자제어 기술이 자동차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개입하며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

고성능 자동차가 코너에서 완벽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모든 운전자의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기계 스스로 움직임을 제어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운전을 연습하거나 기계적 구조를 파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전자제어 기술이 자동차의 완성도에 영향을 주는 만큼 운전이란 능력은 퇴보한다는 의미다.

“OO야, TV와 에어컨 켜줘.” 소파에 앉아서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고 많은 것을 명령할 수 있다. 불과 1m 앞에 놓인 리모컨을 누르는 일도 기계에게 시킨다. 운송과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이 하루에 300m도 채 걷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는 계단을 오르거나 뛰어다니는 행동조차 불편한 일로만 인식될 뿐이다.

배가 고플 때도 스마트폰 앱을 열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된다. 그럼 순식간에 음식이 코앞까지 배달된다. 기술적 관점에서 인류가 먹고 사는 데 이렇게까지 편했던 적도 없다. 하지만 다양한 신기술 덕분에 우리의 신체적 능력과 경험이 곤두박질치듯 퇴보하는 것도 사실이21다. 어제보다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더.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의 퇴보를 걱정한다고 당장 뭐가 달라지겠는가. 전자 기술 개발을 멈추고 모두가 다시 농경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원한다고 늦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인류에게 필요한 발전이란 기술과 같은 결과가 아니다. 어떤 것이 진정한 의미의 발전인지를 다시 정의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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