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의 키는 달러다

달러를 보라

지난 7월 6일 설마 했던 미중 무역 전쟁이 기어이 시작됐다. 미국이 먼저 약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 제품에 29% 관세 폭탄을 투하했고, 약 5분 뒤 중국 상무부는 “똑같은 규모, 똑같은 관세로 맞선다”라는 원칙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등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물론 1차 난타전으로 무역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이번 미중 무역 전쟁은 그 이면에 패권 전쟁의 성격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협상을 하려면 실제 주먹질이 오가기 전에 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이미 원투 펀치를 날렸다면 이제 미국은 더 강한 펀치를 휘두를 것이고 중국도 더 격렬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곧 항복 선언을 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한 5년 전에나 맞았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중국이 꼬리를 내리면 중국은 향후 5년, 아니 10년간 패권의 ‘패’ 자도 입 밖에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중국은 마지막까지 극렬한 저항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중 무역 전쟁이 치열해지면 질수록 세간의 관심은 ‘이것’에 집중될 것 같다. 바로
1조 달러 상당의,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이다. 이건 곧 달러의 운명과도 연관이 깊은데, 결국 향후 달러 가치의 움직임이 이번 미중 무역 전쟁의 결말을 예측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2017년, 왜 주식도 부동산도 좋았나

2017년에는 주식과 부동산 모두 무섭게 올랐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모든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이 그랬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증시는 20% 넘게 폭락하고 세계경제는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정반대였다. 지난해 연초부터 증시가 급등했고 부동산은 버블 영역까지 치솟았다. 코스피는 무려 5년 반 동안 갇혀 있던 ‘1850~2050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면서 무려 2600포인트까지 내달렸다. 아파트 가격도 매일 오르면서 서울 서초구의 한 30평형대 아파트는 실거래가 27억원을 찍을 정도로 뜨거운 열풍이 일었다. 

대체 왜 이런 모습이 나온 것일까. 트럼프가 당선되면 세계경제가 다 망한다고 했는데 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 정답은 바로 ‘달러’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달러 약세’이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달러 약세주의자이다. 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화폐 가치 절하)의 힘을 잘 알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DNA를 타고난 트럼프는 돈의 실질 가치가 떨어져 명목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이 어떻게 흥분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경기 부양이란 명목하에 돈을 뿌렸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를 우회적으로 압박해 금리 인상을 노골적으로 막는 모습까지도 보였다. 이렇게 트럼프가 자산 가격을 인위적을 띄우자 전 세계에 풀려 있던 달러가 각국의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자산을 거침없이 매수했고 그 결과 세계 자산 시장이 연중 내내 오르기만 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자, 그런데 2018년으로 접어들면서 큰 변화가 생겨난다. 약세로, 약세로 추락할 것만 같았던 달러 가치가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느닷없이 ‘달러 강세’로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이다. 

2018년, 왜 갑자기 달러 강세가 시작된 것일까

연초 웬만한 외환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의 한 해를 점쳤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도 깨질 수 있다고도 했다. 2017년의 달러 약세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었다. 이렇게 되자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투어 ‘주식, 역시 주식!’을 말했고, 코스피가 3000포인트까지 갈 거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결과는 정반대였다. 달러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기만 했고, 원/달러 환율은 1120원 위로 올랐다. 증시 분위기도 썰렁하다. 3000은커녕 2600선도 지키지 못한 채 2200선대까지 하락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것일까. 다들 달러 약세를 원하고 미국 대통령도 달러 약세를 몰아붙이고 있는데 왜 달러가 점점 강해지는 것일까. 바로 미국 연준이 각을 잡고 돌아앉았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연준은 추세적인 금리 인상을 외치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에 옮겼다. 상반기에 두 번 올렸고 하반기에 추가로 두 번 더 올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유동성은 굳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 자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금리는 한번 상승으로 가닥을 잡으면 1년 넘게 지속적으로 오른다. 그렇다면 많이 오른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다음, 현금을 들고 있다가 금리 상품에 투입하면 된다. 지금부터는 가만히 앉아 원금 손실 없는 연 3%, 5%, 7%대까지 금리(이자율)를 챙기면 그만이다. 

이렇게 명확한 금리 상승의 신호가 나오자 미 달러화가 세계 각국에서 빠져나와 미국으로 향했고, 몸값이 엄청 귀해지면서 가파른 달러 강세가 연출된 것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빠져나가는 달러를 잡지 못해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 신흥 국가들이 모두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는 달러 강세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갑자기 미 연준이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바꿨을까 하는 점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유약한(?)’ 제롬 파월이란 인물을 신임 연준 의장으로 임명했지만 연준은 지금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건 크게 두 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첫째는 명백한 인플레이션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급등에 2% 대 물가 상승률이 확실하게 나와줬고,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를 올리는 게 당연하다. 

둘째는 트럼프에 대항해 일명 ‘연준 패권’을 지키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국제 유대 자본의 본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대 자본 입장에서는 그간 트럼프의 행동이 너무 오만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지난 7월 6일 무역 전쟁이 터졌음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무역 분쟁의 어려움이 있지만 미국은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다”라고 했다. 너무 강경한 모습이었는데, 연준은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공식 선포인 것도 같다. 

그런데 놀라운 건 트럼프가 이런 흐름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나는 트럼프가 이미 연준의 이런 행보를 가늠하고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러면서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무역 전쟁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트럼프는 2017년 증시와 부동산의 활황 속에서 자기를 싫어했던 많은 사람들의 맘을 돌려놓았다. 그리고 올 11월 중간선거까지는 이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는데 유대 자본 쪽에서 냉기류가 흐른다. 금리 인상을 통해 자신들 뜻대로 나아가겠다고 한다. 그러면 급격한 달러 가치 상승, 달러 강세가 이어질 텐데 이렇게 되면 일명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도 힘들고 무역수지 적자 해결도 요원해진다. 수출 가격 경쟁력은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져야(달러 약세) 생겨난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웃는 곳은 GM(제너럴 모터스)이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소름 돋게도 무역 전쟁이란 히든카드를 뽑아 들었다. 무역 전쟁은 트럼프가 지난 3월 8일 “모든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대통령 포고령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그러더니 이후 트럼프는 마치 무슨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의 칼춤을 췄다. 유럽연합(EU)과 심지어 캐나다 철강에도 관세를 때렸고, 앞서 말한 것처럼 7월 6일부터는 중국과 본격적으로 치고받기에 나섰다. 대체 트럼프는 왜 이런 초강경 무역 전쟁을 선택한 것일까. 바로 ‘달러 강세’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분위기가 바뀌는 게 확실해지자 무역 전쟁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관세 폭탄 전쟁에서 승리자는 항상 미국이 되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라면 무역 전쟁은 미국의 승리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무역 전쟁이 지속되면 결국 미국도 힘들어질 거라고 분석한다. 가령 20% 관세를 예를 들어보자. 미국이 관세 폭탄을 던지면 미국에서 판매하는 100달러짜리 중국산 가전제품 가격이 120달러가 된다. 이러면 우선 미국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힘들어지고 자연스럽게 물건값이 올라 인플레이션도 겹치게 된다. 바로 이 대목이다. 약간 복잡하지만 생각해보자.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전반적인 긴축 모드가 진행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매기면 물가가 튀어 올라 연준의 긴축을 누르면서 인플레를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산 제품 수입이 축소되니 무역 적자 해소란 보너스도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무역 전쟁과 달러 강세는 최상의 궁합인 거다. 

반대로 중국을 보자. 중국 입장에서는 최악이다. 가령 미국산 수입품에 똑같이 관세를 매기면 중국 내 소비자 가격이 오르는데, 여기에 위안화 약세(달러 강세)가 심화되면 엄청난 물가 상승 고통에 빠진다. 게다가 어차피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양은 얼마 안 된다. 교역 축소의 타격은 중국이 몇십 배 더 크게 다가온다. 따라서 무역 전쟁이 9월, 10월, 11월까지 지속된다 해도 달러 강세만 이어진다면 트럼프와 미국은 결국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는 “난(나도) 달러 강세를 선호한다”라는 뜬금포 발언을 했다. 그때 다들 트럼프가 달러 강세/약세의 차이도 모른다고 비웃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몇 수를 내다본 소름 돋는 발언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게 트럼프의 놀라운 통찰력에서 비롯한 ‘빅 픽처’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매 순간 즉흥극처럼 취하는 트럼프의 행동들이 이상하리만치 ‘이기는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는 건 인정해야만 한다. 

중국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이제 공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첫째 트럼프의 위상을 추락시키거나, 둘째 미국 달러화를 추락시키는 길밖에 없다. 전자를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른 것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첫발을 내딛은 북한 비핵화 문제가 잘 안되길 바랄 것이다. 그래야 트럼프가 자국(미국)에서 입지가 축소된다. 여기에 러시아 스캔들 이슈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라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후자인, 달러 가치를 추락시킬 방법은 음모론 경제 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1조 달러 상당의 미 국채를 시장에서 투매하는 방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렇게 되면 미 국채 가격은 공급 과잉에 폭락하고 미국 신용 등급이 강등되며 달러 가치 역시 폭락한다. 하지만 이건 곧 중국 스스로도 자신의 재산을 깎아 먹는 엄청난 타격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중국 스타일을 보면 당장 취할 수 있는 대응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달러 강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달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공격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령 IMF 특별인출권(SDR)을 달러를 대체할 슈퍼 기축통화로 만드는 걸 주장한다든지 금본위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다. 과격하게 상상해보면 위안화를 금과 엮는 ‘위안화-금본위제’를 발표할 수 있다. 아니, 굳이 이 정도 판타지는 아니더라도 하반기 국제 금값 추이는 의미가 있다. 달러와 금은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금값이 하락하면 이번 무역 전쟁에서 미국과 달러의 압승이라고 보면 되고, 반대로 국제 금값이 느닷없이 급등하면 여기에는 중국의 반격이 숨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너무 남 이야기하듯 말한 것 같은데 실은 미중 무역 전쟁이 길어질수록 피해가 커지는 곳은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 입장에서는 빨리 전쟁이 끝나는 게 최선이다. 승패를 확인하는 좋은 지표는 역시 ‘달러 강세’이다. 달러 강세만 분명하다면 미국의 승리가 확실하나 중국이 이 ‘트랩’을 어떻게 깨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중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향후 10년 정도는 미국과 달러의 패권이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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