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프로야구 머니볼

선수, 구단, 연맹, 방송, 관중. 프로스포츠를 이루는 다섯 가지 조건은 돈을 중심으로 돈다.

프로스포츠를 떠받치는 기둥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선수. 둘째, 구단. 셋째, 연맹, 넷째, 방송·언론, 다섯째, 관중(시청자·구독자). 이 다섯 가지 가운데 하나만 빠져도 현대 프로스포츠는 성립하기 어렵다.

다시 정리하면 평균보다 기량이 월등히 뛰어난 선수들이 구단에 소속되고, 구단은 연맹에 소속되며, 연맹은 리그를 개최하고 운영해 관중을 끌어들이고, 방송·언론은 프로스포츠를 매개로 시청자·구독자를 끌어들인다. 이 과정에서 관중은 수준 높은 프로스포츠 경기를 관람 또는 시청·구독하는 대신 연맹 또는 방송·언론에 입장료, 광고료 등의 형식으로 직간접적인 대가를 지불해 프로스포츠의 원초적 수입을 창출시킨다. 연맹과 방송·언론은 그 수입을 구단과 나누고, 구단은 그 수입을 다시 선수들과 나눈다.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기본 전제는 다섯 가지 기둥이 모두 저마다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와 구단, 연맹, 방송·언론은 수익이라는 이익을 얻어야 하고, 관중은 수준 높은 경기력을 즐기는 이익을 얻어야 한다. 이 이익들이 한층 더 수준 높은 경기력을 추구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면서 비로소 프로스포츠는 질적·양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현대 프로스포츠의 기본적인 운영 시스템이다.

 

 

KBO 리그와 돈

우리나라 프로야구, 이른바 KBO 리그는 기형적이게도 이 기본 전제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그랬다. 독재 군사정권의 강요에 가까운 주도 아래 인프라가 온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출범한 탓에 초창기는 물론 한 해 관중이 800만 명이 넘는 현재도 구단이나 방송사 등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프로스포츠가 특정 국가에서 제대로 운영되려면 인구가 적어도 1억 명이 넘어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 그 주장을 어느 정도라도 신뢰한다면 미국이나 일본 또는 영향력이 전 세계에 이르는 EU 소속의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프로스포츠가 설 자리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 남짓. 통설 기준의 절반을 살짝 넘는 상황이니 프로스포츠의 발전을 꿈꾸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KBO 리그의 치명적인 딜레마가 있다. 최근 언론을 수놓은 KBO 리그와 관련한 갖가지 ‘돈 이야기’는 이 딜레마를 바닥에 깔지 않고서는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만화경이다.

 

 

FA 계약과 돈

노경은이라는 선수가 있다. 오랫동안 부진에 빠져 이 팀 저 팀, 1군 2군을 넘나들다가 지난해에 부활해 9승6패, 평균 자책점 4.08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시즌 선발진이 대체로 부진했던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기에 그 숫자는 더 빛났다. 이후 FA 선언. 팬들은 성적에 걸맞은 계약 규모를 기대했지만 언론 발표에 따르면 자이언츠는 2억원이라는 상대적 ‘푼돈’ 탓에 올 시즌 유력한 3, 4선발 후보를 내쳤다. 자이언츠가 가뜩이나 선발 자원이 부족하고, 지난해 외야진에 민병헌을 가세시키는 데 80억원 넘는 돈을 퍼부었던 팀임을 감안하면 너무나 뜻밖의 결과였다. 자이언츠와 노경은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김민성 역시 신비로움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김민성은 2007년 자이언츠에서 경력을 시작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다. 통산 성적은 1177경기, 타율 0.278(3802타수 1056안타), 99홈런, 528타점, 505득점. 10개 구단 어디에서든 3루수 주전으로 뛸 수 있을 만한 숫자다. 놀랍게도 이 알토란 같은 선수는 막판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다가 지난 2월 4일에야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 기간 3년, 총액 1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뒤 LG 트윈스에 현금 트레이드됐다. 트윈스가 히어로즈에 5억원을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더 기막힌 것은 트레이드 금액 5억원을 트윈스가 아닌 선수 본인이 지불했다는 언론 보도가 튀어나왔다는 사실. 결국 헛소문으로 밝혀졌지만 많은 이들이 ‘혹시 그럴지도?’ 했다는 점이 최근 FA 시장 경기를 대변한다.

이 모든 것은 구단의 적자 구조와 깊이 관련돼 있다. ‘돈도 못 벌면서 웬 사원 증원이냐’는 삼엄한 자본주의 논리가 FA 선수들의 몸값을 짓누르고 있다.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최근 FA 경기 침체의 원인이 그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FA와 관련된 최근의 해프닝 아닌 해프닝들은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 구단주들이 모여 속닥속닥 얼기설기 짜놓은 FA 관련 규약과 관계가 깊다. 경기가 좋을 때는 우승 한번 해보겠다며 선수들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더니 불경기인 지금에 와서는 몸값에 거품이 많다느니 보상 규정 관련 피해가 막심하다느니 툴툴대며 선수들에게 책임 전가를 해대니 가히 가관이다. 더 억울한 것은 그 갈지자 행보의 피해를 고스란히 선수와 팬이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해결책은 지금으로서는 한 가지뿐이다. 계약 규모에 따라 보상 규정이 달라지는 이른바 ‘FA 등급제’ 등 보완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중계권과 돈

다섯 가지 기둥 가운데 연맹에 해당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월 25일 유·무선(인터넷, 모바일 등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 카카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2+3년(2년 뒤 재협상)에 총액 1100억원. 지난해까지 연 100억원 수준이던 뉴미디어 중계권료가 연평균 220억원까지 치솟은 셈이다. 어쨌거나 연맹이 수입을 많이 챙겼다니 환영할 만하지만 그에 따른 걱정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한 기둥인 방송이 입찰에서 탈락하며 경제적 손실을 포함한 유·무형의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다. 먼저 평균 시청률 1~2%로 다른 프로스포츠를 압도한다. 경기 시간 또한 가장 길다. 이닝으로 딱딱 끊어지는 경기 특성상 광고 시간 배정에도 용이하다. 그런 ‘킬러 콘텐츠’를 연 400억원 수준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지난해 11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폭스와 2022년부터 2028년까지 7년 동안 약 5조7000억원의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감지덕지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방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방송계 사정은 생각보다 열악하다.

“현재 방송 중계 제작비는 한 시즌에 50억원이 넘는다. 이 비용을 광고만으로 충당하기에는 현재 방송 환경에서 무리이다. 방송사들이 뉴미디어 중계권을 원했던 데에는, 그것 아니고서는 적자를 메우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또 하나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손에 쥔 떡을 빼앗긴 방송사들이 실력 행사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은 벌써 조짐이 수상하다. 최근 들어 매년 빠지지 않았던 시범 경기 중계가 하필 올해에 중단됐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시범 경기는 광고가 붙지 않아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설명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맞닥뜨릴 지상파·케이블 방송 중계권 계약을 앞둔 위협 사격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또 하나 살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비디오 판독 제도에 중계방송사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실이다. KBO는 비디오 판독 제도 시행 이후 비디오판독센터를 설립하고 점차 판독 카메라를 늘리는 등 보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계는 여전히 엄존한다. 한층 더 정확한 판정을 이끌어내는 데 장비와 기술 면에서 앞선 중계방송사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문득 떠오르는 우려 하나. 만약 방송사가 협조를 거부한다면? 현재로서는 중계방송사가 판독 화면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없다. 실제로 지난해 KBO는 비디오 판독 중 경기장 전광판에 리플레이 화면을 내보내겠다고 발표했다가 방송사들로부터 ‘비용 한 푼 지불하지 않으면서 사전 협의도 없이 무슨 권리로 남의 영상을 쓰겠다는 것인가’ 하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현재로서는 야구장 어디에도 없다. 가난한 리그의 팬들에게는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

 

 

프로야구 응원가와 돈

한때 선수들이 타석에 들락거릴 때마다 관중석에서 울려 퍼지던 응원가가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저작권 문제 탓이다. 관중이 부르는 노래에 무슨 저작권인가 싶겠지만 저작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판단은 정확해 보인다. 실제로 각 구단은 2000년대 들어 기존 곡을 응원가로 활용하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저작권 관련 3개 단체에 저작권료를 지급해왔다.
그것으로 더 이상 말썽이 없겠거니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다. 저작권 속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던 인격권이라는 ‘듣보잡’이었다.

대표적 예가 원곡 작곡가 21명이 제기한 지난해 3월의 집단 소송. 표적은 삼성 라이온즈. 작곡가들은 ‘곡을 무단 변경해 사상·감정 등을 침해했다’며 4억2000만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프로야구단은 기존 응원가를 사용하지 않고, 작곡자가 편곡·개사를 허가한 노래를 쓰거나 저작권 없는 음악을 활용했다. 야구장에서 응원가가 줄어든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박상구)는 지난 2월 18일 “편곡 또는 개사 행위가 원작자들의 저작·인격권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아직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겠지만, 1심 재판의 판결이 묵직한 판례로 작용한다면 문제는 뜻밖에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듯하다. 언제부터 다시 응원가가 들려올지, 시절이 하 수상한 야구장에서 그나마 흥미진진한 기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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