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라면집 2편 손맛의 라제비

흔한 음식도 맛과 사연을 담으면 치명적이다. 40년 가까이 흑석 시장 한켠을 지켜온 국숫집. 여전히 중앙대 학생들이 그곳을 찾는 이유가 있었다.

수목식당

40년 가까이 한 자리만을 지키는 가게가 있다. 물 수, 나무 목. 물 주는 나무처럼 쑥쑥 자라라고 지은 이름 수목식당. “이름 때문에 수요일, 목요일만 하는 줄 아시는 분들도 더러 있어. 단골들은 괜히 ‘수목드라마’, ‘수목원’이라 부르는데 애칭이야 애칭.” 2대에 걸쳐 국수를 삶아온 이 가게는 흑석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자 유일한 국숫집이다. “옛날엔 이 일대가 다 국숫집이었는데 개발 때문에 다 사라지고 홀로 남았지. 그 시절 맛이 그리워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아.” 그런 국숫집에서 요즘 가장 인기 좋은 메뉴는 라제비. 원래 있던 수제비를 라면에 넣은 것이다. “라면 하나만 먹으면 밥 먹은 것 같지가 않잖아. 그래서 수제비를 넣었지. 배부르라고.”

넉넉한 인심 덕에 푸짐한 라제비는 매섭게 끓더니 손잡이도 없는 양푼에서 그릇으로 금세 옮겨졌다. 그 맛은 짭조름하다. 밀가루가 한껏 밴듯한 걸쭉한 국물에 라면 본연의 맛과 마지막에 뿌려지는 후추의 짭조름함이 어우러진다. “특별한 건 없지 뭐. 중요한 건 타이밍과 불 세기야.”라며 겸손을 보였지만, 이 라면의 포인트는 육수에 있었다. 매번 황태, 멸치 등으로 직접 칼국수 육수를 내는데, 라제비에도 그 육수가 사용되는 것. 수제비 역시 직접 반죽해 그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오래되다 보니 단골도 많다. 주변에 학교와 대학 병원이 있어 사연 많은 손님들이 이곳을 오간다. 마음 아픈 손님도 있었다. 암 투병 중인 환자 중 “마지막이에요. 안녕히 계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젊은 아주머니는 여전히 가게 아주머니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손님 중 하나. 그런가 하면 차츰 몸이 회복돼 처음에는 먹지도 못한 맵고 짠 재료도 팍팍 넣어달라는 아저씨도 계셨다고. 오래되다 보니 그 역사를 함께한 단골도 있었다. 혼자 오다가 부부가 되어 오더니 어느덧 아이들까지 데리고 오는 손님. 혹은 학생 때 찾았던 이 식당을 아들, 손자와 함께 찾는 할아버지 손님도 여럿이다. 그래서인지 가게 아주머니는 라제비의 맛을 ‘정겨운 맛’이라 묘사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 라제비를 추천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입맛 없는 분”이라 답했다. 감기 때문에 입맛이 뚝 떨어진 지금, 아주머니 말대로 무척이나 라제비가 먹고 싶다.

주소 서울시 동작구 서달로14나길 28
문의 02-816-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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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이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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