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떡볶이집

흔한 음식도 맛과 사연을 담으면 치명적이다. 부드러운 밀떡과 바삭한 오징어튀김의 맛있는 조합. 후한 인심은 즐거운 보너스다.

옥수역에서 4번출구로 나가면 자연스럽게 떡볶이 골목과 맞닿게 된다. 떡볶이 집 세 곳이 나란히 붙어있는 골목. 세 가게 모두 처마 끝에 매달린 노란 백열등이 묘하게 발길을 이끈다. 특별한 가게 간판도 없는 곳들. 어디를 가야할까 고민할 새도 없이 가장 줄을 많이 서는 곳이 단박에 눈에 들어온다. 역 부근에서부터 순서대로 세번째 집이다. 1998년부터 20년간 한결같이 같은 자리를 지키며 맛있는 떡볶이와 튀김, 어묵을 파는 곳. 점심시간엔 근처 초등학생의 간식집으로, 오후엔 학원 간 자녀들을 데리러 나온 학부모의 사랑방으로 변모하는 곳이다.

 

말랑거림이 좋은 밀떡볶이는 한 입에 들어가기 좋을 정도의 크기다. 고춧가루의 매운 맛이 느껴지지만 조리 전에 양파를 한 가득 썰어 넣다 보니 단맛이 함께 나서 매운맛이 맛있게 중화된다. (채수에서 나온 단맛만은 아니다. 물엿도 빠짐없이 들어간다.) 밀떡볶이 특유의 부드러운 목 넘김, 매콤달콤한 맛, 그리고 조리 전후로 아낌없이 들어간 대파 덕분에 끝 맛 마저 시원하다. 떡볶이는 1인분에 3,000원

 

사실 이 집의 에이스는 또 있다. 바로 ‘오튀’, 오징어튀김이다. 특대형 사이즈라는 말이라면 그 크기가 짐작이 될까. 한국에서 초중고를 다니고 세번의 강산이 바뀔 만큼의 세월을 살았지만 어느 분식집의, 일식집의 오징어튀김도 이 집 튀김 사이즈와는 비교하기 힘들다. 물론, 내세울 게 ‘사이즈’만이라면 치명적인 맛집이 될 수 없다. 묽지 않은 튀김 반죽을 사용해 ‘대형 오징어’를 감싸 안을 정도의 튀김 옷을 입혀 바삭하고 고소하다. 튀김 자체에 적당히 조미가 되어 있어 간장을 따로 찍어 먹지 않는 편이 좋은데 떡볶이 국물을 적당히 적셔 먹는 걸 추천한다. 오징어 튀김 1인분은 2,000원인데 가게 아주머니에게 “오징어 튀김에 적당히 (떡볶이)국물을 묻혀 달라”고 하면 떡볶이와 오뎅까지 담아준다. 부드러운 밀떡볶이와 바삭한 ‘오튀’의 조합. 말만 들어도 어울리니 맛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뭐니뭐니 해도 가게 아주머니의 후한 인심이 인상깊다. 크지 않은 목소리인데다 찾아온 손님에게 말도 거의 하지 않아, 처음 가게를 간다면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떡볶이 1인분을, 혹은 튀김 1인분만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있다면 각 손님이 시키지 않은 메뉴를 관찰했다가 말없이 다른 음식으로 좀 더 내어준다. 그렇다고 ‘나도 떡볶이 시켰는데 서비스가 안 나왔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바쁘면 못 주는 거다. 어디까지나 인심으로 주는 거니, 받지 못했다 해서 기분 상해하지 말고 받게 되면 즐거운 보너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좌측에서 하나, 둘, 셋. 세번째 집은 오늘밤도 붐빈다.

이 가게를 들릴 때마다 재미있는 건, 자정 부근에 가도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이색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친구, 동료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풀고 난 느지막한 시간. 귀가하는 길에 늦게까지 불이 켜진 이곳으로 하나 둘 발걸음을 멈추는 것이다. 바로. 이 ‘치명적 떡볶이’를 먹으러 말이다.

주소 서울 성동구 동호로 21 옥수역 4번 출구 부근에서 순서대로 세번째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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