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실패다?

식당에서 감내해야 하는 실수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

‘인생은 실수에서 배운다’는 말은 식당 업주들에게는 웃기는 소리다.

실수가 거듭되면 손님들은 정나미가 떨어지고 매출도 덩달아 떨어진다. 그냥 매출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엄청난 보상을 해야 할 때도 생긴다.

아무개 호텔의 커피숍에서 1만5000원짜리 커피를 팔고 에르메스 핸드백값으로 1500만원을 물어준 적이 있다.

커피를 쏟은 것도 아니다. 그 테이블의 다른 손님에게 샴페인을 따르다가 얼음물이 몇 방울 떨어졌을 뿐이다. 아주 코팅이 잘된, 블리자드가 덮쳐서 얼음 조각이 박혀도 흠집 하나 생길 것 같지 않은 튼튼한 가방이었다.

물어달라고 다 물어주는 호텔이 어디 있나. 문제는 상대가 VVIP였다는 것이다. 최순실 정도의 파워를 가진 이였을 테지. 하지만 호텔의 안위를 생각해서 ‘물어드렸’을 게 분명하다. 그런 손님이 호텔에 많이 온다.

호텔 웨이터가 괜히 팔에 행주를 걸고 있는 게 아니다. 행주가 어쩌면 1500만원의 지출을 막아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샴페인을 얼음 통에서 꺼내면, 웨이터가 성의껏 병 바닥을 행주로 훔쳐내는 건 예의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로 어떤 손님이 자기가 가져온 와인의 코르크가 부러졌다고 총지배인을 호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원래 반입한 와인은 코르크의 파손이나 개봉 실패에 대해 업장에서 책임지지 않는다. 업장에서 파는 와인의 경우 실패했을 때 바꿔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손님의 와인은 운명적으로 오직 ‘하나’일 수밖에 없다. 손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라도 대개는 ‘쌩깐다’. 디캔팅하면서 코르크 찌꺼기를 여과하고 서비스 안주를 한 접시 내는 정도다. 방법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가 VVIP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날 그 업장에서는 같은 등급의 와인을 하나 개봉해주고 살살 달랬다. 라 타슈였다. 그렇다. DRC 라인업의 두 번째 고가 와인이었다. ‘이 와인이 어떤 건 줄 알아?’ 이런 말을 하는 손님의 입을 막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이 정도 사안이면 퇴근한 총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실수는 실패다?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호텔은 실수의 경연장이다. 누가 실수를 적게 하는지 싸울 뿐이다.

내 후배는 룸서비스 담당이다. 과거 룸서비스는 로테이션으로 근무하던 요리사 담당이었지만 이제는 전담 팀을 두는 추세다. 룸서비스는 꽤 짭짤하지만 손님들의 나쁜 평판이 잘 나오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그 호텔의 룸서비스팀에서는 소시지가 요주의 대상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냉동시켜둔 소시지를 꺼내서 우선 해동을 위해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그 다음 팬에 구워낸다.

문제는 그날 어떤 초짜가 단독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어지간히 큰 호텔이 아니고서는 룸서비스는 혼자 맡는다. 병장이 없는 날 이등병이 초소를 지킨 셈이었다.

그가 매뉴얼을 전달받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는 소시지를 전자레인지에 해동하는 걸 깜빡했다. 그러고는 팬에 기름을 넣고 소시지를 살살 굴려서 겉을 매끈한 갈색으로 만들어냈다. 아주 먹음직스러운 소시지였다. 속은 돌덩이 같은 아이스바였지만 말이다.

더 놀라운 건 그 소시지를 이미 반쯤 먹은 상태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그 손님이 누구였는지 궁금하다. 으레 소시지는 차갑게 제공한다고 믿었던 건 아닐까. 마치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건조 소시지처럼. 이빨이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이런 일은 자주 벌어진다. 라사냐나 라비올리같이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얼려두는 메뉴에서다. 전자레인지는 참 고마운 존재다. 이걸 써야 하는 단계를 잊어먹지만 않는다면.

내가 최근에 저지른 황당한 실수 한 토막.

새우 국물을 내려고 겨울 시장에 나오는 백하를 샀다. 작고 톡톡 튀는 산 새우다. 이건 튀겨도 맛있고, 국물을 우려내서 시원한 맛을 내는 데에도 쓴다.

그 새우를 삶아 국물을 잔뜩 내서는 싱크대에 망을 깔고 부었다. 망에 새우가 가득 쌓였다. 아차, 내가 새우를 삶아 쓰려는 게 아니었지. 그걸 깨달았을 때 이미 국물은 하수구로 다 사라진 후였다. 맛이 다 빠져버린 새우를 씹고 또 씹었다. 새우가 달지 않고 쓰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