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이 예술이다-1 페스타 다이닝

다채로운 쌀 요리의 향연이 펼쳐지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페스타 다이닝’. 그만큼 이곳의 밥은 만능이다.

강레오 셰프는 한복려 선생으로부터 궁중 음식을 다년간 전수받았다. 근래 주목받는 뉴 코리언 다이닝 중 페스타 다이닝이 전통 한식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밥을 비롯해 쌀을 활용한 요리도 그만큼 다채롭다.

“반상에 오르는 쌀밥만 해도 비벼 먹고 말아 먹는 등 취식 방법이 다양해요. 그 모든 경우에 적용해도 빠지지 않는 쌀을 고르는 데 고민이 많았죠. 처음에 고려한 쌀은 고시히카리였어요. 그런데 여러 차례 실험한 결과, 정점의 온도에서 뜸 들일 때까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다가 보온에 접어드는 순간 급속도로 쌀알이 풀리면서 한 시간 후에는 쓸 수 없을 지경으로 변했죠. 레스토랑이 규모가 있다 보니 한 시간마다 밥을 다시 지을 수가 없어 차선책으로 추청을 택했습니다.”

강 셰프가 추청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참고로 페스타 다이닝은 110석 규모다.

“추청은 고시히카리보다 퍼포먼스의 최대치는 다소 떨어지지만 보온 상태에서 안정적인 맛을 유지합니다.”

탱탱한 식감과 적당한 찰기로 높게 평가받는 추청은 특히 페스타 다이닝의 대표 메뉴 ‘산 5-5 골동반상’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한다.

“고루 비볐을 때 으레 고시히카리로 지은 밥은 떡이, 철원 오대미로 지은 밥은 죽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추청으로 지은 밥은 비볐을 때 어떨까? 골동반상을 받았다. 흰쌀밥 위에 색색의 나물이 원을 이루며 살포시 얹혀 있다. 이는 나물 10여 개를 따로 데치고 삶고 볶아 둥글게 모양을 잡은 후 한데 뭉쳐 단면을 잘랐기에 가능한 모양이다.

강 셰프는 비비기도 먹기도 힘든 기존 비빔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깃덩어리를 말아서 조리한 후 단면을 잘라내는 발로틴의 조리법을 빌려왔다. 그 결과 모양새가 새뜻할 뿐 아니라 모양을 잡는 과정에서 힘을 가해 뭉쳐 나물의 양도 배로 많다.

아름다운 자태에 비비기를 주저하며 고추장부터 맛봤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농부가 만들었다는 토마토 고추장은 토마토를 55% 함유한 한편 찹쌀이나 밀가루 풀을 넣지 않아 깔끔하면서도 감치는 동시에 제법 발효한 티가 난다.

고추장을 맛보니 기대치가 한껏 상승하여 티스푼만 한 유기 수저로 재빨리 비빈 후 큰 수저에 소복이 담아 입에 한껏 넣었다. 일순간 잘게 자른 각종 나물과 토마토 고추장에 코팅된 쌀알이 입안에서 버무려졌다. 그리고 씹을수록 엿을 연상시키는 향긋한 단맛이 더해지면서 비빔밥 특유의 텁텁함은 온데간데없고 입안이 화사하고 개운해졌다. 특히 쌀알이 작은 추청의 맛과 식감이 더 섬세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강 셰프가 처음 비빔밥을 권했을 때는 백미 특유의 은은한 풍미가 강한 양념에 가려지지 않을까 의심했는데, 오히려 그 조합 안에서 진정한 밥맛이 무엇인지, 밥의 역할을 더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비빔밥의 주인공이 밥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골동반상에 이어 인기 있다는 ‘해남 연잎 반상’은 찹쌀과 멥쌀의 비율이 여느 식당과 많이 다르다.

“보통 찹쌀과 멥쌀 비율이 8 대 2 이상이거나 아예 찹쌀만 쓰는데, 그랬을 때 밥의 기능이 떨어진다고 봐요. 반찬과 함께 입안에 넣었을 때 한데 풀어져야 하는데, 찹쌀의 끈기로 인해 밥이 떡져 따로 노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찹쌀과 멥쌀을 반반으로 섞어요. 사실 제가 차진 밥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손님들을 설득하려면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하니 제 입맛에 맞춰 밥을 짓게 되죠.”

강 셰프가 멋쩍게 웃으며 맺은 말을 듣는 순간 추청을 쓰는 이유가 다시 한번 납득됐다. 잘 지은 밥에 든든하고 균형 잡힌 찬으로 이뤄진 반상을 이토록 호화로운 공간에서 2만~3만원대의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니. 밥집의 스펙트럼이 한순간 무한대로 넓어지는 기분이다.

address 서울 중구 장충단로 60
tel 02-2250-8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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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사진신규철
출처
28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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