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하는 셰프들 4편 금산제면소

곰탕을 끓이고, 탄탄멘 면을 뽑고, 식빵을 굽는다.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새롭게 우려내고 반죽한 국물 한 모금, 국수 한 가닥, 식빵 한 조각에 도전한, 딴짓하는 셰프들을 만났다.

정창욱 셰프가 밀가루 음식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가 탄탄멘 전문점을 차린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밀가루 음식은 일체 소화가 안 돼요. 그런데 몇 해 전 도쿄에 갔다 우연히 먹은 탄탄멘은 놀랍게도 소화가 잘됐어요. 다음 날 다시 먹었을 때도 그랬죠.”

7년간 비스트로를 운영한 정 셰프는 필연적으로 지속 가능한 식당을 꿈꿨고, 그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린 메뉴가 바로 탄탄멘이었다. 2016년 일본의 한 제면 학교에 입학해 면 뽑는 기술을 배우고 돌아온 그는 작년 9월 부동산 계약이 만료되면서 기존에 운영하던 레스토랑 ‘비스트로 차우기’를 잠시 접고 본격적으로 탄탄멘 전문점 준비에 착수했다. 그런데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지난했다. 시작한 걸 후회할 정도였다.

“제가 밀가루 음식을 잘 못 먹다 보니 면의 완성도에 더 민감해요. 직접 면을 뽑아 쓰고 싶은데 국내에 유통되는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이 표기돼 있지 않고, 간수를 구할 길도 없었죠.”

정 셰프는 차우기 단골 손님이던 밀가루업체 관계자에게 도움을 받아 글루텐 함량을 알아내고, 화학 공장을 뒤져 간수 분말을 구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했다. 그 외에 탄탄멘에 고소한 풍미를 더하는 참깨 장과 흑식초 등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험난했던 탄생 비화를 들어서일까, 1만2000원짜리 탄탄멘이 달리 보였다. 아니, 실제로도 다르다. 국물이 거의 없어 면의 절반가량이 공기에 노출돼 있다. 정 셰프는 이것이 진짜 탄탄멘이라고 귀띔했다.

“제가 그날 탄탄멘을 먹고 속이 편했던 이유는 아직까지 미스터리입니다. 산초나 생강 등이 소화를 도왔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면 요리보다 국물이 적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위액이 덜 씻겨 내려가니까요.”

원조는 더 국물이 없는 뻑뻑한 비빔면에 가깝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물 있는 음식을 선호해 닭 육수를 좀 더 추가했어요. 그리고 호오가 갈려 향신료나 기름을 덜 넣었으니 각자 취향대로 조금씩 더 뿌려 먹으면 됩니다.”

좌석 8개가 전부인 바 테이블에 고추기름, 흑식초, 산초, 고춧가루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로6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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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사진신규철
출처
3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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