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하는 셰프들 3편 광교옥

곰탕을 끓이고, 탄탄멘 면을 뽑고, 식빵을 굽는다.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새롭게 우려내고 반죽한 국물 한 모금, 국수 한 가닥, 식빵 한 조각에 도전한, 딴짓하는 셰프들을 만났다.

광교옥 by 박찬일

박찬일 셰프가 돼지국밥에 이어 곰탕에 도전한다. 곰탕을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즐겨 찾던 중구 광교에서 이름을 딴 ‘광교옥’이다. 아버지 못지않게 곰탕을 즐기는 박 셰프는 옛날에 먹었던 곰탕 맛을 회상하며 이탈리아 육수 내듯 탕을 끓인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서양식에서는 육수 낸 고기를 버리기 때문에 고기에서 육수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지만, 곰탕은 국물을 고기와 함께 먹는 음식이에요. 육수와 고기의 균형을 맞춰 끓이는 게 핵심이죠.”

박 셰프는 육수를 충분히 내는 한편, 고기가 수분을 최대한 보존하도록 저온에서 천천히 삶는다.

“곰탕에서는 무엇보다도 고기가 주인공입니다. 한우를 쓰면 좋겠지만, 그럴 경우 가격대가 부담스럽고 고기도 푸짐히 넣을 수 없어 수입산 중 가장 질이 좋은 호주산 와규를 택했습니다.”

박 셰프는 호주산 와규 중 양지머리를 최대한 숙성해 쓴다. 숙성할수록 육질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수입산 고기는 배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숙성돼요. 그걸 가지고 와서 유통기한이 허락할 때까지 더 숙성시키죠.”

맑은 육수에 얇게 저민 고기가 꽤 많이 들어 있다. 양 등의 내장을 포함해 삶았을 때를 기준으로 고기를 그릇당 120g씩 제공한다고 한다. 첫술을 떴다. 살짝 기름이 도는 국물이 고소하고 간간하다. 무엇보다도 바로 떠먹을 수 있을 정도로 뜨겁지 않다. 광교옥은 곰탕 온도를 85℃에 맞춰 낸다. 너무 뜨거우면 맛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온도는 더 낮지만, 먹는 동안 식는 걸 감안하여 85℃에 맞췄어요. 원래 곰탕은 토렴해 먹는 음식이잖아요. 뜨거운 국물에 식은 밥을 말아 토렴했을 때 온도가 85℃쯤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밥을 말았다. 수저로 휘저었으나 국물이 쉬이 탁해지지 않았다. 쌀알이 굵은 신동진미를 쓴다고 한다. 소금의 짠맛이 받쳐주는 고소한 고기 국물에 간간이 탱탱한 밥알과 얇게 저민 고기가 입안에 빨려 들 듯 들어온다. 그야말로 단순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 한 끼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84길 15
문의 02-568-8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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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사진신규철
출처
3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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