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마티니

마티니는 제임스 본드만을 위한 칵테일이 아니다.

세상이 복잡해지면 칵테일의 왕이 세계를 바로잡는다. 결국 다시 마티니로 돌아온다. 이 복귀는 마티니 자체처럼 투명하다.

어느 저녁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화학 수업 시간의 주기율표 같은 칵테일 메뉴를 훑어보고 있다고 치자. 이 칵테일들이 혀에 얼마나 실망스러운 혼란을 줄 것인가. 세상에,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치나르, 샤르트뢰즈, 브룩라디, 베헤로프카, 그리고 그레이프프루트 주스, 아몬드 밀크, 루바브 비터스 베이컨… 이런 게 어떻게 맛있을 수 있지?

 

헛소리 말고,마티니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사실 맛없다.

쿠페 잔 속의 대재앙이다. 설명만 읽어도 예감할 수 있다. 이 칵테일의 절반은 얼음에 기침약 로비투신을 따른 맛일 테고, 나머지 절반은 복숭아 통조림에서 따른 액체보다 달 것이다.

싫고 또 싫다.

월리스 스티븐스의 말을 빌리자면, 마지막 부정 끝에 긍정이 온다. 그리고 그 긍정에 우리의 즐거움이 달려 있다.

“저기요…”하며 종업원에게 마티니를 주문한다. 전통주의자라면 진 마티니를, 다른 의미로 순수주의자라면 보드카 마티니를 주문한다. 술의 깃발 꽂기 게임인 양 27가지 맛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우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의 맛을 원한다.

우리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 그러니까 힘든 하루와 반대되는 맛을 기대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 가지 자극이다. 차가운 맛. 입술에 댔을 때 차갑고, 마지막 한 방울을 정복했을 때까지 계속 차갑기를 원한다.

마티니 감식가인 요리사 제프리 자카리안이 말한다.

“그 위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로 차가워야 합니다.”

요즘 이런 말을 하고 싶을 수 있다.

“마티니가 지금 제때를 만났어.”

특히 냉동된 술병들과 닉&노라 글라스들이 놓인 런던 스타일 카트를 테이블 옆으로 가져오는 레스토랑 조지(자카리안이 비벌리힐스에 새로 오픈한 곳) 같은 곳에서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마티니는 늘 제때를 만난다. 마티니에서 중요한 것은 ‘제때’다. ‘뇌를 차갑게 식히며 통찰하는’ 만남을 이루는 제때.

아주 신중하게 예식처럼 만드는 마티니의 모습을 보기 위해 갈 만한 장소로는 새로운 곳도 있고 오래된 곳도 있다. 맨해튼의 베멜만스와 슬로셜리, 브루클린의 매종프리미어, 할리우드의 무소&프랭크그릴, 워싱턴의 마르셀스 등이다.

앞서 한 말을 부정하며 말하자면, 소박함과 반대되면서도 고전적인, 뛰어난 칵테일도 있다. 뉴욕 폴로바의 베스퍼(진과 보드카에 릴레 블랑을 올린 칵테일)가 있고, 다운타운으로 더 들어가면 닉스라는 바에서 투명한 토마토 워터를 이용한 ‘마티니가 블러드메리에 키스하는’ 모닝 매시업을 맛볼 수 있다.

미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마티니는 샌프란시스코의 프로그레스에서 만날 수 있다. 맨 위에 로즈메리 오일이 똬리를 틀고 있는 마티니다.

브루클린에 있는 아스카의 에다 바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마티니의 모든 규칙을 깨고 발틱 해 호박유를 넣는다. 선사시대의 벌레가 들어 있는 보석인 호박으로 만드는 기름이다. 아스카 바텐더 셀마 스라비아크는 이렇게 설명한다.

“손님들이 실제로 수십억 년 전의 것을 마시는 거죠.”

그렇다고 겁먹지 말자.

고대의 호박이 없어도, 마티니로 뇌가 기분 좋게 녹아내리는 경험을 집에서도 간단히 해볼 수 있다. 전통적인 조리법이 최선이겠지만 내가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 질 좋은 보드카와 잔 2개를 냉동실에 넣어둔다. 집으로 돌아와 밤에 냉동실에서 잔을 꺼내 드라이 베르무트를 따른다. 여기에 보드카를 조금 따른다.

‘얼음은 넣지 않아도 될까’ 걱정된다면, 이것이 런던에 있는 듀크스에서 마티니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안심이 될 것이다. 듀크스는 무하마드 알리가 권투에 헌신했듯 마티니에 헌신하는 곳이다.

“이거야! 잘 만들었네.”

이런 말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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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EFF GORDINIER
사진 BEN GOLD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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