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고 싶은 날

쉐보레 볼트 EV를 타고 마음껏 달렸다.이 차는 가장 현실적인 전기차가 분명하다.

혁신적인 제품은 기업의 구구절절한 설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용자가 제품을 경험하고 그 가치를 피부로 느꼈을 때의 순수한 평가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이 현실이 되거나, 나와는 상관없던 일이 갑자기 내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기대가 동반돼야 한다. 이런 경험이 가능한 제품을 우리는 ‘혁신적’이라고 평가한다. 쉐보레 볼트 EV는 혁신적이다. 기존과 비슷한 구성의 전기차지만 가치는 완전히 다르다.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려웠던 전기차의 단점을 대부분 해결해버렸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 에스콰이어
전기모터 싱글 전동 모터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36.7kg·m
구동 방식 FWD
배터리 60kWh
공인 연비 5.5km/kWh
크기 4165 × 1765 × 1610mm
기본 가격 477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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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전기차를 타야 하는가?

분명 누구도 환경을 살리기 위해 친환경 차를 사지는 않는다. 트렌드 리더가 되기 위함도 아니다. 결국 당장의 주머니 사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럼 볼트 EV는 어느 정도 경제적인가? 기본 찻값은 4779만원. 여기에 여덟 가지 고급 안전 기술이 더해진 세이프티 패키지를 추가하면 105만원이 더 붙는다. 절대 경제적인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볼트 EV는 국내 전기차 중 가장 긴 인증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따라서 국고 보조금 1400만원과 지역별로 최대 900만~1200만원 지자체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그러니 상황에 따라 국산 중형차 값으로 살 수 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차는 소형, 혹은 중형차의 가솔린과 디젤이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이들과 비교하면 볼트 EV 쪽이 확실히 연료비가 적게 든다. 한 번 충전하는 데 담배 한 갑 정도의 금액이 든다. 주행거리 380km를 기준으로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면 매번 연료비가 5만~6만원씩 차이가 난다. 두 차가 1만km를 달렸다고 가정할 때는 단순 계산으로도 연료비가 200만원 정도 차이 난다. 실로 엄청난 차이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 에스콰이어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 에스콰이어

EXTERIOR
볼트 EV는 크로스오버 장르에 어울린다. 곡선을 강조한 보디라인에 미래적인 뒷모습이 시선을 끈다. 크기는 소형 해치백과 소형 SUV의 중간 사이즈. 외관 디테일에도 대단히 신경 썼다.

#2

다른 전기차와 어떻게 다른가?

전기차를 타보고 여전히 허구라고 느낀 건 7년 전이다. 쓸 만해졌다고 느낀 땐 4년 전, 가까운 미래라고 느낀 건 2년 전이다. 하지만 사야겠다고 느낀 건 볼트 EV가 처음이다. 우리가 알던 전기차의 모든 기준이 분명하게 변했다. 장점이 대단히 많다. 일단 주행 가능 거리가 길다. 볼트 EV의 인증 주행 가능 거리는 383km다. 테스트한 결과 일반적인 상황에서 350km 이상 무난히 달렸다. 연비 주행에 몰두했을 때 서울-부산-울산을 한 번에 달린다(올 3월 전기차 사용자 포럼에서 입증했다).

올해 초 국내에 상륙한 테슬라 모델 S도 이 정도 주행거리를 가볍게 소화한다. 하지만 기본 찻값이 1억 200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는 대중에겐 또 다른 문제의 비현실이다. 반대로 볼트 EV와 비슷한 가격대의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인증 주행거리가 최대 191km이고 기아 쏘울은 180km 수준이다. 그보다 가격이 높은 BMWi3는 200km를 달릴 수 있다. 사실 이 정도 거리만으로도 시내에서 출퇴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분명 전기차여서 불편한 점이 생긴다. 회사까지 왕복 50km라고 가정하자. 그럼 보통의 전기차는 하루가 끝났을 때 남은 거리가 130km다. 충분하지 않다. 실제 주행 조건은 훨씬 가혹하다. 차 안에서 에어컨이나 히터를 쓰고,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충전한다. 짐도 싣고 사람도 태운다. 그런데 이렇게 흥청망청 배터리를 쓰면 주행 가능 거리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주행 가능 거리가 갑자기 70km가 된다. 걱정이 앞선다. 퇴근 후 갑자기 약속이 잡히거나 집 근처 공용 충전기를 누가 쓰고 있으면 충전은 어떡하나? 당연히 생활 반경에 제한이 생기고 번거로움이 더해진다.

볼트 EV는 다르다. 한 번 충전으로 부산까지 거뜬히 달린다. 에어컨과 각종 전자 장비를 사용해도 최소 300km 주행은 확보된다. 이 정도면 근거리 주행을 기준으로 3~5일을 쓴다. 배터리 크기의 최적화가 답이다. 수랭식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은 LG화학과 함께 개발했다. 60kWh 용량에 무게는 약 430kg 수준. 교류 전원을 직류로 변환하는 모듈과 조합된다.

전기차의 주행거리 연장은 충전의 개념도 바꿔놓는다. 가정용 충전기를 이용하면 완충까지 약 10시간,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80% 충전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차를 사면 가정용 충전기가 따라온다. 하지만 가정용 충전기를 설치하기 어려운 환경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도 전기차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 생활 리듬만 바꾸면 된다. 가령 주말에 마트에서 장 볼 때 급속 충전기로 1시간을 충전한다. 그러다 수요일쯤 커피 한잔 마시며 회사 근처 공영 주차장에서 추가로 20분쯤 충전한다. 이 정도는 분명 크게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 에스콰이어

INTERIOR 1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통해 계기반의 다양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적화된 한글화가 장점.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 에스콰이어

INTERIOR 2
변속기라기보다는 게임기 조이스틱 같은 디자인의 기어 레버. 손에 잡히는 감각이 좋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 에스콰이어

INTERIOR 3
곳곳에 수납공간을 만들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실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게 정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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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EV의 특별한 장점이 있나?

개성 있는 디자인과 효율적인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소재의 마무리와 디테일이 뛰어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꼼꼼히 챙겼다. 스티어링 휠 잡는 느낌이 좋다. 손에 잡히는 감각도 디자인도 훌륭하다.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반응도 예상보다 민첩하다. 배터리 팩과 모터같이 무거운 부품을 차체 하단에 몰아서 무게중심에 유리하다. 그래서 폭이 좁은 에코 타이어를 달고서도 코너에서 충분한 접지력을 뽑아낸다. 코너링이 재밌다. 속도를 높여 코너의 중심으로 밀고 들어가는 경험이 즐겁다. 물론 타이어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를 테지만 볼트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답한다. 센터패시아 중간에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더 적극적으로 달릴 수 있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7초. 최고 속도는 155km다. 시내에서 부족함 없이 차들 사이로 빠르게 치고 나간다.

회생 제동 개입 모드도 특별하다. 내리막이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 버려지는 에너지를 다시 충전에 쓰는 기술이다. 최신형 전기차는 회생 제동 모드를 두 개로 둔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개입하는 식이다. 전자는 효율적이지 못하고 후자는 주행에 이질감이 강하다. 따라서 볼트는 두 모드 외에 운전자가 원할 때 회생 제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비밀 기술을 쓴다. 스티어링 왼쪽 뒤에 달린 패들 버튼이 비결이다. 평소에 자연스럽게 운전하고 다니다가 내리막에서 탄력이 붙거나 브레이크를 여유 있게 밟아야 하는 순간에 패들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럼 회생 충전 에너지가 갑자기 늘어나고, 동시에 엔진브레이크를 잡은 듯이 차가 부드럽게 속도를 줄인다.

승차감이 뛰어나고 방음 수준도 만족스럽다. 시내를 달릴 때 노면 충격을 잘 걸러낸다. 타이어나 바람 소리가 실내로 크게 들이치지 않는다. 최적화된 한글화도 주목할 만하다.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카플레이뿐 아니라 주행거리 리포트, 각종 세팅에 표시되는 한글 문장이 잡지 원고처럼 매끈하다. 뒷좌석 공간은 키 180cm 성인이 장시간 탈 정도로 넉넉하다. 좌우 독립형 열선 시트도 갖췄다. 트렁크 공간도 소형 해치백의 두 배 수준이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 에스콰이어

DETAIL 1
배터리 사용량과 충전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 에스콰이어

DETAIL 2
최대 충전은 가정에선 10시간, 급속 충전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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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문제는 없나?

물론 있다. 한국GM이 올해 국내에 공급한 볼트 EV의 물량은 380대다. 한 달 전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해 이미 전량 판매되었다. 그러니 당장 사고 싶어도 못 산다. 그보다 더 문제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은 추첨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추첨에 당첨됐어도 보조금이 확보되는 건 아니다. 차를 인도받는 순서로 보조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볼트 EV는 국내 공급 상황이 더디다. 고객에게 인도를 시작했지만 올 12월까지 출고가 밀려 있다. 그래서 실제로 하반기 전에 관련 보조금 예산이 동날 경우 일부 고객은 올해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 어쩌면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하는 데에는 기술보다 정책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극소수 사람의 경험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볼트 EV는 그런 현실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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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민 성필(TEAMROAD STUDIO)
출처
17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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