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의 진짜 전율

자동차가 구현할 수 있는 일상과 환상의 사이가 얼마나 넓은지, 그 깊고 넓은 세계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쾌락은 어디까지인지, 메르세데스-AMG GT 패밀리가 알려줬다.

밖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남자와 여자, 노인과 아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노란색 메르세데스-AMG 앞에서 멈춰 섰다. 각기 다른 음색과 높낮이의 탄성을 듣는 재미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감탄하면서 누군가는 동영상을, 누군가는 사진을 찍었다. 걸어가던 커플은 차 옆에 번갈아 섰다. 옆에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행복해했다. 메르세데스-AMG GT 패밀리 중 하나, 메르세데스-AMG GTC 로드스터 앞에서였다. 그건 소유욕이었을까, 동경이었을까? 좋아해 마지않던 배우나 가수를 마주한 마음과 비슷했을까? 혹은 지금 이 순간부터 이 한 대의 차를 꿈으로 삼기도 했을까? 독일의 작은 도시 바트드리부르크에 있는 파더보른이라는 이름의 작은 공항 앞 주차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실은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차였다. 세세한 모델을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메르세데스-AMG GT라는 이름의 모든 라인업이 그랬다. 보닛이 길고 엉덩이가 짧은, 이른바 롱 노즈 쇼트 테일 형식의 비율에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지극히 나른하고 낭만적인, 동시에 과시적이면서도 독보적인 매혹이었다. 이런 차를 가진 사람이라면 약속 시간 3분 전에 가까스로 집을 나서면서도 서두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느긋하고 호사스러웠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메르세데스-AMG 본연의 성격이 드러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직한 15개의 세로줄이다. AMG는 이 그릴을 파나메리카나 그릴이라고 부른다. 모두 크롬으로 감쌌다. 이 그릴을 둘러싸고 전체적으로 코처럼 보이는 부분이 전방으로 살짝 돌출돼 있다. 이 ‘살짝’이 인상의 대부분을 좌우한다. 굉장히 공격적이고, 옆에서 보면 심술궂게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인 굴곡은 탄탄한 상어의 몸체를 상상하면 쉽다. 총알도 튕겨낼 것 같은 몸체를 따라 앞으로 가다 보면, 자연스러운 유선형으로 아래를 향하고 있는 상어의 코. 그 흐름과 굴곡을 그대로 닮았다. 이런 느낌으로 헤드램프를 보면 그대로 상어의 눈빛 같다. 언뜻 선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순간적인 착시INDUSTRYAMG의 진짜 전율EDITOR_정우성자동차가 구현할 수 있는 일상과 환상의 사이가 얼마나 넓은지, 그 깊고 넓은 세계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쾌락은 어디까지인지, 메르세데스-AMG GT 패밀리가 알려줬다. 에 가깝다. 보면 볼수록 날카로운 눈이다. 가장 바깥쪽에 있는 선과 LED 램프가 적용된 부분, 그 안에 있는 눈동자와 눈동자의 테두리까지 가만히 살펴야 한다. 이 차가 유기체라면 조금 더 가까이 가기 전에 위협당했을지도 모른다. 꼭 그런 느낌의 헤드램프다.

EXTERIOR
보닛이 길고 엉덩이가 짧다. 비율과 선은 여유롭고 낭만적이지만 그것으로 이 차의 성능을 예측해선 안 된다. 이 차의 이름은 메르세데스-AMGGTC 로드스터다. 딱 두 명만 탈 수 있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메르세데스-AMGGTS보다 한 단계 높은 고성능 모델이다.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차였다. 세세한 모델을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메르세데스-AMG GT라는 이름의 모든 라인업이 그랬다.

인테리어도 만만치 않게 공격적이다. 하지만 유려하다. 이게 메르세데스-AMG의 감각과 실력이라는 웅변 같다. 카본과 알칸타라가 현란하게 적용돼 있는데 그 모든 요소의 조합은 효율적이고 가지런하다. 어느 것 하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손을 뻗으면 꼭 필요한 버튼에 자연스럽게 닿는다. 시트에 앉으면 엉덩이부터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허리도 안정적으로 고정된다. 이대로 트랙을 달려도 마냥 흥겨울 것 같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그런 분위기다. 몸도 반응하기 시작한다.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고, 메르세데스-AMG가 느끼게 해줄 아찔한 쾌락을 상상하면서 미리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생소했다. 지붕을 열고 도로에 나선 순간, 그렇게 몇 미터를 달리다 첫 번째 요철을 넘는 순간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동승한 기자에게 말했다. “이 차, 감각이 좀….” 아직 한 문장을 완성할 정도의 정보는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일반 도로에서 조금 더 달리다가 곧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다시 물었다. “이 차, 지금 굉장히 편하지 않아요? 조수석에서도 그렇게 느껴져요?”

컴포트 모드로 달리고 있었다. 그걸 감안해도 편했다. 절대 물렁하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럴 리도 없는 차였지만 ‘안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됐다. 긍정적인 당혹, 낯선 감각을 향한 ‘갸우뚱’이었다는 뜻이다. 좀 과장하면, 옆에 앉은 사람이 부모님이라도 무리 없을 것 같은 감각이었다. 다시 고개를 반대쪽으로 갸우뚱했다. AMG가 원래 이런 차였나? 지금까지 숱하게 경험한 모든 AMG를 하나하나 반추해봤다. 그러다 조금 더 넓게 뻥 뚫린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거의 감각적으로 운전 모드를 스포트로 바꿨다.

메르세데스-AMG의 모든 엔진은 한 명의 엔지니어가 책임지고 만든다. 엔진마다 엔지니어의 서명이 있는 이유다. 이름을 걸고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차 내부는 알칸타라와 가죽, 각종 기능에 필요한 버튼의 조합이 현란하면서도 조화롭다. 손을 뻗으면 꼭 필요한 버튼이 손끝에 닿는다.

이 투명한 플라스틱이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 덕분에 지붕을 열고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릴 때도 다만 쾌적하고 유유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손이 닿아 있는 스티어링 휠과 발이 누르고 있는 페달의 감각부터 정색하기 시작했다. 배기음을 증폭시키는 버튼을 눌렀더니 내 왼쪽 가슴의 부피가 확장된 것 같았다. 스포트에서 스포트 플러스로 운전 모드를 한 번 더 바꿨다. 이젠 심장이 그냥 뛰는 게 아니었다. 내 흉부를 마구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았다. 이럴 땐 차의 실력을 가늠할 필요가 없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의 범위 안에서 한껏 노는 게 중요하다. 손발에서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할 때 오른발을 브레이크로 옮겼다. 그때 속도계에 찍혀 있던 숫자를 여기에 밝힐 순 없지만.

우리는 메르세데스-AMG GTC 로드스터를 타고 있었다. 3982cc 직렬 8기통 가솔린 엔진이 내는 최고 출력은 자그마치 557마력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3.7초다. 최고 속도는 시속 316km. 세상에 어떤 도로에서 이 차의 최고 속도를 체험할 수 있을까? 최고 속도를 찍는 그 순간에 앞서, 그 속도에 도달하는 매 순간 느껴지는 이 차의 광폭한 성격을 내 몸이 감당할 수나 있을까?

일반 도로에서 좌우로 갸우뚱하면서 떠올렸던 모든 물음표가 무색해졌다. 메르세데스-AMG는 그냥 편해지기만 한 게 아니었다. 스펙트럼의 범위를 가차 없이 넓힌 거였다. 그게 곧 실력이었다. 안온한 일상부터 극단적인 스포츠카의 정체성까지 한 대의 스포츠카에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차로 아이를 등교시키는 오전이라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주말엔 그대로 트랙까지 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트랙을 향하는 모든 길도 이미 트랙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메르세데스-AMG가 타고난 감성이, 운전자가 의도한 모든 도로를 트랙으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 한 번 더 돌리면 레이스 모드가 있다. 거기까진 차마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아쉽지도 않았으니, 메르세데스-AMG의 한계치는 아직 다른 세상의 경험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오전 내내 고속도로와 산길과 작은 마을을 달리면서도 어딘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호기심이 있었다. 메르세데스-AMG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가 줄 수 있을지를 상상만 하다 돌아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마침내 블리스터 베르크 드라이브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 우리의 기대치는 다시 혼란과 마주했다. 아까와는 아주 다른 차원의 혼란이었다. 상당한 난도의 트랙이었다. 코너의 굴곡은 물론 코너와 코너 사이의 고저 차도 상당했다. 어떤 코너는 끝이 안 보였다. 코너에 진입하는 순간 출구를 향해 시선을 보낼 수 없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우리가 트랙에서 탈 차는 메르세데스-AMGGTC보다 더 본격적인 고성능이었다. 아예 레이스 스포츠를 위해 태어난 차, 메르세데스-AMG GT3였다.

헬멧을 쓰고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에 뒀다. 저 앞에서 우리를 이끄는 인스트럭터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들렸다. “자, 천천히 가속하세요. 끝까지 밟아보세요. 이젠 천천히 감속하세요. 저 앞에 콘을 보고, 기어 내리고, 다시 내리고, 이제 다시 가속합니다. 좋아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주로 이런 식이었다. 트랙의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우리는 눈과 귀를 열어놓고 좇았다. 부지런히 좇을 때, 가속페달을 밟는 오른발에 자칫 과한 힘이 들어가면 여지없이 엉덩이가 춤을 췄다. 코너에 앞서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역시 엉덩이가 춤을 췄다. 이 역시 메르세데스-AMG의 성격이었다. 어쩌면 이게 진짜 모습이었다. 안락? 편안함? 그건 메르세데스-AMG의 성격을 묘사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었다. 메르세데스-AMGGT라는 고유 모델의 성장을 상징하는 성격이었다. 날카롭고 예민하게 달려 승리하는 건 그 누구보다 잘하는 브랜드니까, 이젠 조금 더 일상을 파고들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게다가 지붕까지 열 수 있으니.

메르세데스-AMG의 시작은 A, M, G라는 세 글자였다. 창업자 한스베르너 아우프레히트(Hans-WernerAufrecht), 에버하르트 멜허(EberhardMelcher)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와 회사를 창립한 지역 이름 그로사스파흐(Groβaspach)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었다. 시작은 메르세데스-벤츠만을 고성능으로 튜닝하는 작은 회사였다. 실력은 이미 출중했다. 창업 4년 만에 출시한 300SEL6.8AMG가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숱하게 우승했고, 그 벅찬 승리의 역사가 벌써 50년째다. 그동안 AMG라는 이름은 메르세데스-AMG로 바뀌었다. 메르세데스 소속의 고성능을 총괄하는 브랜드다. 메르세데스-AMGGT는 이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두 번째 스포츠카다. 브랜드 자체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3년에는 전년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2016년에는 약 10만 대를 팔았다. 40% 성장이었다. 지금은 전 세계 어떤 거리에서 만나도 누군가는 반드시 뒤돌아보는 스포츠카를 만든다. 파더보른 공항 앞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 우리한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웃던 할아버지 얼굴도 같이 생각났다.

지금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메르세데스-AMG는 기본형 GT와 고성능 GTS 두 가지다. 여기에 앞으로 3년 안에 총 여덟 가지 모델로 구성된 메르세데스-AMG GT 패밀리를 완성할 계획이다. 엔트리 모델 메르세데스-AMG GT의 쿠페와 로드스터, 고성능 GTS 쿠페, 거기서 더 성능을 높인 GTC 쿠페와 로드스터, 최고 성능의 GTR을 포함하는 다채로운 라인업이다. 모두 4.0리터 V8 엔진이 바탕이다. 하지만 운전석에서 느낄 수 있는 쾌락과 섬세함의 범위는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예측조차 어려울 것이다.

이튿날 아침, 마지막 시승의 루트는 숙소에서 파더보른 공항까지였다. 도로는 좀 젖어 있었고 간간이 비가 내렸다. 지붕을 열지 않고 천천히 도로로 나갔다. 이번엔 어떤 도로에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간이 뚝 떨어질 정도로 가속하지도 않았다. 마을을 지날 땐 시속 40km 정도로, 일반 도로에서는 시속 60~80km를 유지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50km 언저리에서 편안하고 유유하게 달렸다.

그럴 때 이 차와 같이 달렸던 모든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스티어링 휠을 꺾을 때 기민하게 방향을 트는 감각, 그 길고 긴 보닛이 내가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향할 때의 전율, 이 차의 뒷바퀴와 지면 사이에서 타이어와 도로의 한계를 가늠했던 섬세한 순간 같은 것들. 이젠 아주 가볍고 일상적인 움직임에서도 극단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메르세데스-AMG GT 시리즈를 소유한다는 건 이런 뜻일까?

마침내 파더보른 공항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은 한산했다. 주차장에 메르세데스-AMG GT C 로드스터를 세워두고 공항으로 들어갈 땐 어쩐지 긴 소설의 한 챕터를 막 다 읽은 것 같았다. 배낭을 메고 지나가던 소녀가 멈칫하더니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노란색 메르세데스-AMG GTC 로드스터 앞에서였다.

 

메르세데스-AMG GT 3의 세계

정말이지 본격적인 레이스카다. 쿠페와 로드스터를 포함한 여섯 종류의 메르세데스-AMG 시리즈와는 아주 다른 세계, 서킷을 위해 태어난 메르세데스-AMG GT 라인업이다. 이 차를 타고 빌스터 베르크 서킷을 달릴 때, 메르세데스-AMG가 지향하는 어떤 극단을 살짝 엿본 것 같기도 했다.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