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자동차 어워즈-<1>

<에스콰이어>가 올해 출시된 차 중에서 마땅히 기억하고 싶은 이름만 첨예하게 골랐다. 빚을 내서라도 갖고 싶은 차부터 최고의 재치와 혁신, 기술, 그리고 가장 가치 있는 딱 한 대의 이름까지. 그렇게 우리 주변의 온갖 혼탁하고 부정한 것에서 벗어나 2017년을 뜻깊게 해줄 순정한 자동차 리스트를 완성했다.

 

CAR of the Year

테슬라 모델S 90D

2017 TESLA MODEL S 90D
전기모터 앞뒤 듀얼 전동 모터(AWD) | 시스템 최고 출력 420마력 | 시스템 최대 토크 66.8kg·m |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378km | 무게 2200kg | 공인 연비 4.2km/kWh | 기본 가격 1억2100만원

<에스콰이어>는 수십 대의 자동차를 두고 이 상을 고민했다. 올해 등장한 대부분의 차가 저마다 특징과 매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작심하고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크게 다섯 가지 기준에서 차를 선정했다.

첫째, 매혹적인가?
둘째, 혁신적인가?
셋째, 독보적인가?
넷째, 주목받아 마땅한가?
마지막으로, <에스콰이어>의 이름으로 추천할 만한가?

결과적으로 테슬라 모델S 90D가 이 모든 조건에 깔끔하게 부합했다. 두 팔 벌려 환영해 마땅한 결과다. 현대 G70과 기아 스팅어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특정 조건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아쉽게도 올해의 차에 선정되지 못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테슬라 모델S 90D 운전석에 앉아서 윌리엄 깁슨의 이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두 손은 무릎 위에 있었다. 오른발은 어떤 페달도 밟고 있지 않았다. 레버로 속도를 조절하거나 차선을 이동하고 싶을 때 방향 지시등만 켰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달리고 싶을 땐 스포츠카 몰 듯이 몰아붙였다. S 90D의 역량은 차고 넘쳤다. 그럴 때마다 경부고속도로가 판타지였다. <제5원소> <블레이드 러너> <아이로봇> 같은 영화가 여기에 밝힐 수 없는 시속으로 스쳤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는 동안 내가 운전한 거리와 테슬라가 알아서 운전한 거리의 비중은 어떻게 될까? 부산 어느 호텔에서 내렸을 땐 거기가 과거 같았다. 다른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가 지나갈 때 내는 소리마저 부자연스러웠다. 모골이 송연하도록 빠르게 달리는 차도, 간이 똑 떨어지도록 코너를 돌파하는 차도 있다. 하지만 테슬라 S 90D는 시간을 왜곡해버렸다. 게다가 그 아름다움과 쾌적함. 가차 없는 미래를 정조준하면서도 인간과 감성을 똑똑하게 챙긴 속내까지. ‘자율 주행 전기차’라는 말이 흔하디흔한 선전 문구처럼 된 시대, 테슬라 모델S 90D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미래였다.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매혹이었다. 시간보단 ‘시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스케일이었다. 기꺼이 가질 수 있는 물성, 그토록 섹시한 지금이었다.
-정우성

내연기관 자동차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전기차를 ‘올해의 차’로 꼽은 것은 재앙이다. 그런데도 테슬라 모델S 90D는 분명 올해를 대표할 차가 될 만하다. 그만큼 강력한 인상이다. S 90D는 전기차의 구조적 특징을 장점으로 잘 부각한다. 차 무게는 2200kg이다. 이 중 절반을 배터리가 차지한다. 하지만 배터리를 자동차 중심, 가장 아래쪽에 장착해 균형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수십 년간 고민해온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이건 플랫폼의 혁신이다. 결과적으로 주행 성능이 놀랍도록 안정적이다. 정교한 운전 감각은 없지만 코너를 돌파하는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 동력도 충분하다. 앞뒤 전기모터가 합세한 시스템 출력은 약 420마력.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단 4.4초면 된다. 화끈한 가속력이다. 물론 S 90D는 어떤 순간에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하고 평화로울 뿐. 1회 충전으로 378km(환경부 인증)를 달릴 만큼 현실적이기도 하다. 게다가 똑똑하다. 실내 중심에 자리한 17인치 터치스크린에서 차의 모든 기능을 상세하게 제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능을 계속해서 추가하고 개선할 수 있다. 이 차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아직은 제한적인 자율 주행 기능도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내가 모델S 90D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김태영


올해의 세단

BMW 5시리즈

완연한 품위였다. 요철 하나를 넘는 감각도 제대로 농익어 있었다. BMW 5시리즈를 타고 달리던 낮에는 분명히 그랬다. 어쩌면 그게 세단 본연의 가치다. 최대한 편안하게, 극도의 안정감 속에서 이동하는 일. 하지만 밤이 되고 도로가 한산해졌을 땐 BMW 본연의 본능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고 북악스카이웨이의 굽잇길을 공략할 땐 BMW의 모토, ‘Sheer driving pleasure’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세단의 세계관을 우습게 넘어서는 날카로움이 이렇게 진보적인 차체 안에 숨어 있었다. BMW 5시리즈는 안정과 쾌락의 범위를 제대로 확장시켰고, 시장은 확실하게 반응했다. 11월 10일 현재, 10월까지 집계된 결과에 따르면 BMW 520d는 3개월째 가장 많이 팔린 수입 차다. 5위 안에는 520d x드라이브와 530 x드라이브가 같이 포진해 있다. 단연코 5시리즈를 위한 한 해다.
-정우성


올해의 브랜드

푸조

조짐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변속기를 개선하고, 디자인 요소가 점점 단순해지더니 단연코 돋보이기 시작했다. 푸조의 간판 해치백 308이 기점이었을까? 해치백 중 어떤 차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모조리 푸조 308을 추천했다. 올해는 콤팩트 SUV3008을 내놓고 다시 한번 정점을 찍었다. 내·외관의 디자인이 오밀조밀하고 새롭다. 생전 처음 보는 디자인인데도 눈에 거슬리는 구석 없이 한 덩어리로 자연스럽다. 달릴 때도 그랬다. 재치와 재미, 효율과 힘이 적절했다. 1560cc 디젤 터보 엔진을 아주 알차게 써서 최고 출력 120마력, 최대 토크 30.6kg·m를 낸다. 제한된 힘을 최대한 뽑아내고, 그 힘의 효율을 상상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건 푸조의 핵심 역량이기도 했다. 이미 잘하는 것에 새롭고 세련된 가치를 더했다. 가격도 성능도 산뜻하다. 아직도 푸조가 한국 수입차 시장의 언저리처럼 느껴질까? 뭘 좀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 푸조는 자랑하고 권할 만한 차를 만든다. 2017년 한 해, 가장 빛나게 발전한 브랜드였다.
-정우성


올해의 SUV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

지난 28년간 각진 보디 형태를 유지해온 디스커버리가 신형을 통해 둥글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시대에 맞는 완벽한 프리미엄 전략이다. 예전 모델과 차원이 다르다. 이 차는 일상에서 레저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7인승 시트를 기본으로 갖추고, 여전히 오프로드에 특화된 뛰어난 주행 성능을 발휘하는 이유다. 확 바뀐 외관처럼 실내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로 실내를 가득 채우지 않는다. 최고급 가죽과 나무, 알루미늄, 크롬이 조화를 이루며 품격을 높였다. 3.0L 디젤 모델은 움직이는 행위조차도 고급스럽다. 258마력(61.2kg·m)의 여유 있는 출력을 바탕으로 2.5톤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가 마치 요트처럼 부드럽게 흘러간다. 어떤 순간에도 차와 신경질적으로 씨름할 필요가 없다. 그저 부드럽고 빠르고 꾸준하게 뻗어나갈 뿐이다.
-김태영


올해의 재치

르노삼성 트위지

한국에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모습.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재치로 가득한 차다. 트위지는 일반 중형차의 3분의 1 크기인 초소형 전기차다. 헬멧처럼 둥근 보디 형태에 바퀴 네 개가 돌출된 구조다. 창문이 없는 도어는 하늘을 향해 열린다. 문을 위로 올린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겉모습처럼 실내 구성도 단순하다. 차 중앙에 운전석이 덩그러니 자리해 있다. 그 뒤로는 뒷좌석 시트(혹은 짐 공간)가 있다. 운전자에게 주어진 것은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 버튼 몇 개가 전부다.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없다. 그런데도 이 차를 타는 동안 무척이나 즐겁다. 달리기 실력도 수준급이다. 모터의 출력은 고작 17마력이지만 무게가 가벼워 제법 경쾌하게 달린다. 핸들링도 직관적이고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차 양쪽 모서리에 위치한 타이어와 낮은 무게중심을 기본으로 코너를 날쌔게 돌아간다. 더하지 않고 덜어냈기에 가능한 일. 우리에겐 지금 이런 차가 더 많이 필요하다.
-김태영


올해의 혁신

현대 제네시스 G70

혁신(革新)이란 무엇인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뒷바퀴 굴림 중형 세단 G70은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혁신이냐고? 기존 국산 차에는 없는 구성의 제품이다. 더불어 기대 이상으로 구석구석 신경 써서 잘 만들어낸 차라는 의미다. 차를 출시하기 전에 제네시스 엠블럼을 떼고 보여줬다면 아마도 모두가 BMW, 아우디처럼 프리미엄 브랜드가 만든 차인 줄 알았을 것이다. 실제로 차를 타고 경험하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디자인이 분명하게 향상됐고 소재의 조화와 조립 품질도 만족스럽다. 물론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것. G70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일부에 수입 브랜드 제품과 비슷한 디자인이 보인다. 원래 디자인이라는 것은 유행을 따르다 보면 좀 비슷한 것이지만, 똑같아도 너무 똑같아서 문제다.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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