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자동차 어워즈-<3>

<에스콰이어>가 올해 출시된 차 중에서 마땅히 기억하고 싶은 이름만 첨예하게 골랐다. 빚을 내서라도 갖고 싶은 차부터 최고의 재치와 혁신, 기술, 그리고 가장 가치 있는 딱 한 대의 이름까지. 그렇게 우리 주변의 온갖 혼탁하고 부정한 것에서 벗어나 2017년을 뜻깊게 해줄 순정한 자동차 리스트를 완성했다.

PERFORMANCE of the Year

쉐보레 볼트 EV

2017 CHEVROLET BOLT EV
전기모터 싱글 전동 모터 | 최고 출력 204마력 | 최대 토크 36.7kg·m |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282km | 무게 1620kg | 공인 연비 5.5km/kWh | 가격 4779만원

어떤 차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 차를 갖고 싶은지, 갖게 될 것인지, 누군가에 강하게 추천할 수 있는지까지. 쉐보레 볼트 EV는 출발과 동시에 놀라운 힘으로 치고 나갔다. 가속페달을 밟는 것과 동시에 최대 토크로 뛰쳐나가는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해도 그랬다. 예상치를 우습게 상회하는 탄력이었다. 달리는 맛도, 꺾는 재미도 있었다. 인테리어는 제한된 원가 안에서 최대치의 만족감을 성취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기본기가 충실한 회사가 기술까지 섭렵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어떤 패기의 경지였다. 하지만 이것만이 자동차의 퍼포먼스일까? 쉐보레 볼트 EV의 진짜 가치는 이토록 훌륭한 가치의 문턱을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낮춘 데 있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전기차보다 1000만원 정도 싸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감성 품질까지 이뤄냈다. 그러니 기꺼이 갖고 싶었다. 오래도록 아끼고 싶기도 했다. 이토록 친숙하고 합리적이다. 경차를 타던 사람의 다음 선택으로도, 누군가의 세컨드 카로도 추천할 만했다. 모두가 미래의 매혹을 좇을 때, 쉐보레는 원한다면 기꺼이 소유할 수 있는 미래를 창조했다. 쉐보레 볼트 EV의 진짜 퍼포먼스였다.
– 정우성


올해의 가치

기아 스팅어2.0T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팅어 2.0L 터보는 내 뒤통수를 강하게 때릴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줬다. ‘기아자동차 최초의 뒷바퀴 굴림 세단’이라는 그들의 수식처럼, 처음 만드는 뒷바퀴 굴림 세단을 이렇게 잘 조율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앞에 엔진을 얹고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구조적인 특성에서 만들어지는 주행 감각을 잘 살렸다. 핸들링은 직관적이다. 다루기 재미있고 예측하기 쉽다. 물론 어떤 순간에도 정도를 넘지 않는다. 딱 계산된 만큼, 실제 소비자에게 필요한 만큼만 제공한다. 실내 공간은 충분하고 편의 장비도 부족하지 않다. 요즘 고급 차에 쓰는 능동형 안전 장비도 잘 갖췄다. 이 차는 스포티한 겉모습과 달리 넓은 범위의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자동차다. 멋지고 쓰임새 좋고 효율적인 자동차. 좋은 차를 갈구하는 우리의 끝없는 고민에 대한 답이다.
-김태영


올해의 신기술

폭스바겐 씽크 블루 팩토리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연료 효율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자동차업계가 직면한 과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차를 만들 때, 혹은 차를 고객에게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까지도 줄이는 것이다. <에스콰이어>가 올해의 신기술로 폭스바겐의 ‘씽크 블루 팩토리’에 주목하는 이유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자동차 생산에 따른 환경 영향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과 솔벤트 배출량을 45% 감축할 예정. 실제로 씽크 블루 팩토리는 차를 만들 때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약 5300가지 방법을 개선했다. 16개에 달하는 페인트 공정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차를 만들 때 필요한 물의 양도 크게 줄였다. 해외 8개 공장은 모든 에너지를 재생 가능한 자원을 통해 얻도록 설계했다. 그렇다. 이런 게 신기술을 개발하는 진짜 목적이자 이유다.
-김태영


올해의 지붕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 카브리올레

이런 크기에 지붕이 열리는 차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게다가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의 명료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으니, 지붕을 열고 달릴 때나 닫혀 있을 때나 마냥 귀엽고 예쁘다. 달려보면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드는 차에는 태생적인 여유와 낭만의 유전자가 있다. 크기와 장르를 가리지도 않는다. C클래스 카브리올레도 마찬가지다. 올림픽대로를 달릴 땐 한강이 지중해 같았다. 북악스카이웨이에선 그대로 길을 따라 산을 넘어가면 모나코에 닿을 것 같기도 했다. 활짝 열어놓은 지붕 안으로 숲과 산의 청량함이 그대로 들어오는데, 바람은 마냥 신사답게 흐르듯 했다. 이렇게까지 감성과 감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단연코 올해의 지붕, 그대로 고전의 지위를 준다 해도 아깝지 않다.
-정우성


올해의 호사

벤틀리 벤테이가

이 차를 설명하려는 모든 언어가 실은 좀 무색하다. 3억4400만원이라는 가격? W12기통 엔진의 비현실적인 감각? 600마력? 최대 토크 91.8kg·m를 체감하는 순간? 묘사할 순 있다. 벤틀리가 자랑하듯 하는 말처럼 ‘폭포수 같은 토크가 모든 영역에서 쏟아져 나온다’고 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벤틀리 벤테이가를 타고 경춘고속도로에 올랐을 때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17년을 돌아보는 이 짧은 지면에 이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차의 장점을 다 쓰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지금 한국에서 살 수 있는 SUV 중에서는 벤테이가가 최고로 호사스럽다고 담백하게 말할 수 있겠다. 벤틀리 벤테이가는 ‘럭셔리’의 정의 같은 차다. 누군가 이 차를 가질 순 있겠지만, 진정으로 이 귀한 차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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