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WATCH ESQUIRE – 샐러리캡

연봉엔 돈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정 액수를 떠나 연봉은 사회생활, 즉 남과 함께 하는 일상의 결과물이다. 돈이 많든 적든 자기가 좋아하는 시계를 차는 건 자기 자유임에도 ‘연봉에 맞는 시계’가 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내 잔고와 남의 시선을 두루 고려해 연봉별 시계를 제안해본다. 현명한 사회생활과 소비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시급 6,470원 (2017년 최저 시급)

나이가 젊고 잔고가 풍부하지 않아도 멋을 부리고 싶을 수 있다. <에스콰이어> 같은 잡지에 나오는 멋지고 비싼 시계를 사고 싶을 수도 있다. 아서라. 무리해서 사치품 사는 남자 정말 애잔해 보인다. 오히려 젊은 나이에만 찰 수 있는 상징적이고 안 비싸고 가볍고 튼튼한 시계가 훨씬 낫다. 타이멕스 인디글로처럼. 플라스틱 케이스로 만들어 가볍고 부담 없이 찰 수 있는 타이멕스 인디글로 7만8000원.

타이멕스 인디글로 - 2016 WATCH ESQUIRE - Esquire 2016년 9월호

플라스틱 케이스로 만들어 가볍고 부담 없이 찰 수 있는 타이멕스 인디글로 7만8000원.

연봉 2-3000만원대

연봉 3000만원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면 이미 한국 평균 이상이다. 기계식 시계라는 고급 취미를 가져볼 수도 있다. 개중에 덜 비싼 기계식 시계를 찾는다면 역시 해밀턴이 훌륭한 대안이다. 기본적인 모양의 케이스라 안 질리고 만듦새도 훌륭하다. 시곗줄을 바꿔 차서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이 정도만 돼도 안 질리고 평생 찰 수 있다.
해밀턴 전용 H-10 무브먼트를 장착한 2016년 바젤월드 신제품 카키 필드 오토 99만원.

해밀턴 카키 필드 오토 - 2016 WATCH ESQUIRE - Esquire 2016년 9월호

연봉 4000만원대

연봉이 4000만원대라니 축하한다. 여전히 당신은 돈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살 테고 주변엔 당신보다 많이 버는 사람이 많겠지만 당신은 이미 꽤 많이 벌고 있다. 메탈 브레이슬릿의 질 좋은 기계식 시계 하나쯤 있어도 나쁠 것 없다. 시원한 메탈 브레이슬릿이 달린 융한스를 하나쯤 사서 가죽 스트랩과 번갈아가며 쓰면 정년까지 걱정 없이 차고 다닐 수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위대한 디자이너 막스 빌이 디자인한 융한스 막스 빌 173만원.

융한스 막스 빌 - 2016 WATCH ESQUIRE - Esquire 2016년 9월호

바우하우스 시대의 위대한 디자이너 막스 빌이 디자인한 융한스 막스 빌 173만원.

연봉6000만원대

사회생활은 모호한 불문율의 연속이다. 누가 정했는지도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지만 안 지키면 안 되는 규칙이 사회 곳곳에 거미줄처럼 쳐져 있다. 일선 대기업에서 통하는 연봉 대비 시계 가격은 대체로 5~10퍼센트다. 당신 연봉이 6000만원쯤 되는데 예물 아닌 시계 하나 더 사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단정한 태그호이어를 고르면 된다. 지름이 작은 편이라 그녀와 함께 찰 수도 있다. 디테일의 폴리싱 장식이 인상적인 태그호이어 까레라 칼리버 5 39mm 300만원대.

2016 WATCH ESQUIRE - Esquire 2016년 9월호

디테일의 폴리싱 장식이 인상적인 태그호이어 까레라 칼리버 5 39mm 300만원대.

연봉 1억원대

사회적 지위가 생기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동시에 생겨난다. 예를 들면 비싼 시계를 찰 순 있지만 요란한 시계를 찰 순 없다. 까르띠에의 기본인 탱크의 골드 버전이라면 연봉 1억원어치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적절한 은유가 될 수 있겠다. 이쯤 되면 물려주는 데에도 무리가 없다. 취향 좋은 아버지로 기억될 것이다. 20세기 초반의 아르데코가 그대로 남아 있는 까르띠에의 탱크 루이 1100만원대.

2016 WATCH ESQUIRE - Esquire 2016년 9월호

20세기 초반의 아르데코가 그대로 남아 있는 까르띠에의 탱크 루이 1100만원대.

연봉2억원대

이쯤 되면 사고 싶은 것 정도는 눈치 안 봐도 되지 않을까? 리차드 밀이든 로저 드뷔든 화이트 골드로 만든 롤렉스든 당신 맘에 드는 걸 차면 그만이다. 굳이 제안해야 한다면 피아제의 드레스 워치를 추천하겠다. 피아제는 고급 시계의 여러 덕목 중에서도 경량화에 천착한다. “다 차보니까 적당히 눈에 띄고 가벼운 게 좋아서요” 같은 말을 하는 게 진짜 부다. 들여다볼수록 고급스러운 알티플라노 38mm 1800만원대.

2016 WATCH ESQUIRE - Esquire 2016년 9월호

들여다볼수록 고급스러운 알티플라노 38mm 1800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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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박 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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