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서야 먹는 남자: 도쿄 라멘 츠타 편>

미대식가(미식가+대식가) 자베의 맛집 탐방기. 그 남자는 오늘도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줄을 선다.

 

단지 라멘이 먹고 싶어 도쿄로 향했다. 맛에 대한 호기심이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츠타미쉐린 스타를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라멘집이다. 딤섬으로 원스타를 받은 홍콩의 팀호완 다음으로 저렴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미쉐린 가이드 도쿄 2015>에서 처음 별 하나를 받았고 <미쉐린 가이드 도쿄 2016>에서도 별을 유지했다. <미쉐린 가이드> 덕분에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몰려든다.

츠타는 스가모라는 조용한 동네 인적이 드문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스가모는 관광객들이 굳이 찾을 이유가 없는 평범한 주거 지역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이는 지역이기도 해서 ‘노인들의 하라주쿠’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츠타에 가기 위해 과감하게 스가모에 숙소를 잡았다. 츠타에서 5분 거리인 스마일호텔이다. 저렴하지만 규모가 꽤 크고 깨끗한 호텔이다.

굳이 스가모에 호텔을 잡은 이유는 작은 표 하나를 받기 위해서다. 츠타에 사람들이 워낙 몰려 들어서 이곳만의 웨이팅 시스템을 마련했다. 아침 7시부터 1000엔을 받고 ‘정리권’이란 걸 나눠준다. 영업시간인 11시부터 한 시간 단위로 선택해서 줄 설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무작정 몇 시간씩 기다리지 않도록 나름 머리를 썼다. 1000엔은 입장 시 다시 돌려준다. 일종의 보증금 개념이다.

아침 6시 5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눈뜨자마자 모자를 눌러쓰고 츠타로 향했다. 점심에 도착하는 친구를 위해 오후 1시에 줄 설 수 있는 정리권을 두 장 받았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고 체크아웃했다. 짐을 호텔에 맡기고 스가모역 2층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신 후 친구를 맞았다. 바로 츠타로 향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이미 뿌듯했다. 목적 달성이 눈앞이다.

화이트 트러플 오일을 뿌린 시오라멘을 먹었다. 친구는 블랙 트러플 오일을 뿌린 소유라멘을 선택했다. 맑은 닭 육수 트러플 오일의 향이 묘하게 어울린다. 엄청난 임팩트는 아니지만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맛이다. 국물을 떠먹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줄 설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것이다. 물론 호텔까지 다시 이곳에 잡지는 않을 생각이다. 친구를 굳이 달고 올 필요가 없었다. 혼자 오는 손님의 경우 정리권이 없어도 매장 회전 상황에 따라 남는 자리에 착석할 수 있다. 복불복이긴 해도 웬만해선 대기 시간 30분 안에 한 자리가 난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배를 두드리며 스가모역 일대를 산책했다. 멀리서 지도를 들여다보며 길을 헤매는 외국인 둘이 보였다. 분명 츠타를 찾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 가서 말을 걸었더니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츠타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점심 영업시간도 끝나가고 정리권도 없으니 먹기 힘들 것이라고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잠시 후 풀이 죽은 그들을 다시 만났다. 결국 실패했다고 한다. 놀리고 싶어 맛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찬사를 쏟아냈다. 승자의 거만함이랄까. 결국 우린 같은 이유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노력을 기울였을 뿐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매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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