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신보 앨범 소개

그때 그 시절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A TRIBE CALLED QUEST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

지적인 힙합의 대명사이자 해체했던 전설의 그룹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가 무려 18년 만에 발표한 이 앨범은 정말 끝내준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트렌드 어디에도 기대지 않은 채 자유분방하게 구성된 프로덕션은 오래 기다려온 올드팬들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 차원의 수준에서 몇 발짝은 더 나아갔음을 보여주며, 전반을 감싼 시의적인 주제의 가사는 컨셔스 랩이 부활하는 짜릿한 순간을 선사한다. ‘보수가 아니라 진보로 가야 할 시간’이라는 노골적인 메시지와 함께 현 미국 사회의 치부인 인종 차별 문제를 은유적으로 비꼰 첫 곡 ‘The Space Program’은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측면, 경찰들의 야만적인 행위, 인종 차별, 종교 차별, 여성 차별 등 여러 문제를 까발리는 ‘We The People’ 같은 곡이 대표적인 예다. 힙합 황금기를 수놓았던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는 이처럼 그룹 역사상 가장 정치적이며 진보적인 앨범을 통해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기고 퇴장했다. 진정한 전설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한 그들에게 경배를! 그리고 앨범 작업 중 지병으로 사망한 멤버 파이프 독에겐 깊은 애도를 표하며….

WHEN 전설의 힙합이 궁금할 때.
WHERE 가능한 한 가사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곳.
WHO ATCQ를 기억하는, 그리고 ATCQ를 알고픈 이들.

글_강일권(음악 칼럼니스트, <리드머> 편집장)


그때 그 시절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MYLES SANKO

JUST BEING ME

편안하다. 딱 이 계절과 어울린다. 그레고리 포터의 묵직함과 마이클 키와누카의 거친 느낌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듯한 보컬과 사운드다. 이 무난함은 역설적이게도 굉장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마일스 상코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울 아티스트다. 대중이 항상 새로운 것만 갈구하는 것은 아니다. 몸과 귀와 정신을 어지럽히지 않을 정도의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어쩌면 지금이 딱 그런 시점인지도 모른다. 우린 안정이 필요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여유가 필요하다. 그는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다. 대성공이다. 이런 부드러운 소통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과장되지 않은 표현 덕분에 진심을 너무도 잘 알겠다.

WHEN 몸과 마음이 시린 딱 지금.
WHERE 몸을 녹일 수 있는 난롯가.
WHO 작은 위안이 필요한 당신.

글_김진호(<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그때 그 시절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9와 숫자들

수렴과 발산

이번에도 역시 좋은 가요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지금 ‘넘실거린다’라는 표현을 썼다. 이유인즉슨 9와 숫자들의 음악은 언제나 내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어떤 절묘한 균형점을 포착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래서 언제나 넘실거린다. 흥미로운 순간도,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전자의 경우가 후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번 신보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은 활달해진 2집보다는 그 이전의 음악과 더욱 밀착한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수렴과 발산 중간 즈음의 무드를 일궈내면서 듣는 이를 매혹한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음반 전체를 들어달라고 슬며시 주문하고 있지만 유독 돋보이는 봉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언니’, ‘드라이플라워’, ‘안개 도시’ 세 곡만 감상해봐도 <수렴과 발산>이 어떤 식으로 당신과 나를 ‘스윽’ 하고 끌어들이는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자기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당신과 나의 이야기다.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좋은 앨범이 대개 그렇듯이 말이다.

WHEN 1990년대 가요의 정서를 느끼고 싶을 때.
WHERE 방구석에서 듣기에 최적화된 음악.
WHO ‘듣는 나’에 대해 얘기해주는 음악을 듣고픈 당신.

글_배순탁(음악 칼럼니스트,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그때 그 시절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VARIOUS ARTIST

LA LA LAND OST

<라라랜드>는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에 헌사를 보내는 작품이다. 따라서 그 시절 뮤지컬의 주요 음악인 재즈가 주로 흐른다. 재즈를 활용한 뮤지컬 넘버도 나오고 즉흥을 곁들인 연주곡도 등장한다. 주인공 세바스찬의 직업도 재즈 뮤지션이다. <위플래쉬>를 만든 데이미언 셔젤 감독답다. 가장 빛나는 곡은 ‘City of Stars’다. ‘무명 예술가의 쓸쓸함과 사랑을 통한 회복’이라는 영화 내용을 짧은 가사와 심플한 선율에 훌륭하게 압축했다.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엠마 스톤의 허밍 버전도 좋다. 탭댄스 장면에 흐르는 ‘A Lovely Night’는 프레드 아스테어를 떠올리게 한다. 화면만 그 시대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 음악도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영화에는 아하의 ‘Take on Me’ 등 뉴웨이브 음악이 상당수 등장하지만 앨범엔 실리지 않았다.

WHEN 영화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WHERE 영화관에서 듣는 것이 베스트.
WHO 영화 안 본 사람에게도 추천.

글_이대화(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