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무기의 놀라운 저변

해외에서 각광 받는 국산 무기를 소개한다.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내세울 만한 것은 모두 수출해야 한다. 자동차와 선박은 좋은 수출 상품이다.

하지만 군수산업이야말로 진정한 알짜배기 수출 사업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부품과 소모품의 후속 수출도 수십 년간 계속 이어진다. 이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도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와 K-9자주포 같은 무기를 국제 무기 시장에 적극적으로 내놓고 홍보하고 있다.

물론 첨단 기술과 최고 성능의 무기만이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 각국의 군대에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한국산 무기를 애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필요성과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도 모르게 환영받는 한국산 무기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IS 손에 쥐어진 K2C 소총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 조직 이슬람 국가(IS) 대원들이 교전하는 모습이 유포됐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쓰는 무기가 한국산 K2C 소총이라는 점이다. K2C 소총은 한국에서 개발한 지 얼마 안 된 것인데 정말 상상치도 못한 의외의 장소에서 나타난 것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한국의 방산업체들은 IS를 비롯한 테러 단체 등에 군수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일부 소총 및 탄약류를 제외하고는 민간 기업에도 함부로 공급하지 않는다.

군사 무기는 주로 국가 간 거래로 판매한다. 따라서 IS의 손에 쥐어진 K2C는 IS와 교전 중인 이라크 정규군 특수부대가 국내 업체로부터 수입한 소총이다. 수송 과정에서 일부가 탈취되어 IS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K2C 소총은 특전사에서 소량 시험 평가 중이었을 정도로 한국군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최신 무기였다. 하지만 업체 주도로 개발해 이미 2015년부터 중동을 비롯해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 수출을 시작했다.

IS가 K2C를 사용하는 모습이 환영받을 일은 아니지만 개발한 지 얼마 안 된 한국 무기가 실전 현장에서 제대로 된 성능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가성비의 힘 KH-179 155밀리미터 견인포

최근 전투 환경에서는 견인포의 역할과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무래도 대포병 사격에 취약하고 기동과 운영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단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견인포보다는 자주포를 선호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이런 전략을 쓰는 건 아니다. 제대로 된 포병을 갖추지 못한 약소국 군대나 게릴라를 상대로 하는 곳에서는 견인포만큼 값싸고 막강한 화력도 없다. 이런 이유로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견인포를 수입하여 실전 배치한다.

인도네시아는 KH-179 155밀리미터 견인포를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사용한 M-114 155밀리미터 견인포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했다(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인도네시아가 다른 경쟁자가 아닌 KH-179를 도입한 이유는 ‘적당’했기 때문이다. 시장엔 KH-179보다 성능이 뛰어난 신형 견인포도 많지만 인도네시아에 필요한 것은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화력이었다. 포탄이나 부품 수급 면에서도 가까운 나라 한국이 믿음직한 공급원이었을 것이다.

이란도 KH-179 도입국이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KH-179를 도입해 아직까지도 일부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심지어 차량에 탑재하는 형식으로 자주화된 개량형도 포착된 바 있어 앞으로도 마르고 닳도록 쓸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개발한 낡은 국산 견인포는 자주포가 2000대 이상인 우리나라에서는 천덕꾸러기 신세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쓸모 있는 무기 체계다.

원조를 이긴 장보고급 잠수함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산 무기가 성능과 신뢰를 상징하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산 잠수함을 도입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2009년 인도네시아의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 입찰에 참가했다. 입찰에 참여한 나라는 러시아, 프랑스, 그리고 우리에게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전수한 독일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쓸 만한 군용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10여 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군용 잠수함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그야말로 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런데도 한국은 그 어려운 도전을 기어이 해내고 말았다. 게다가 장보고급의 원형 모델인 U209급을 만든 독일 HDW사와 경쟁해서 승리했다.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은 ‘권한 정리’다. HDW사로부터 장보고급을 도입하면서 기술 사용과 이를 수출할 수 있는 권한을 명확히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존 모델에 성능 보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한 것도 놀랍다. 이런 사실은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 창정비 사업을 통해 이미 증명했다.

처음이 힘들지 두 번, 세 번은 쉬울 수 있다. 3000톤급 독자 모델도 건조 중인 만큼 앞으로도 군용 잠수함 수출국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중국 때문에 긴장의 연속인 남중국해를 국산 잠수함이 누비고 있다는 사실도 계속 주목할 일이다.

로열네이비가 수입한 최초의 군함

2016년 12월 1일 옥포조선소에서는 영국 해군 타이드레이스 함의 명명식이 있었다. 영국 해군으로부터 수주한 네 척의 군수 지원 함 중 두 번째 함선이다.

영국 해군의 군수 지원 함 수주는 한국 방산 수출 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인 7억800만 달러 규모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이 구조 조정으로 어려운 시기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이 사건은 영국에서 더 주목받았다. 대영제국의 자존심이자 상징과도 같았던 영국 해군 역사상 첫 해외 함정 발주로 내부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것. 영국조선협회는 자국 일자리 창출에 대한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며 해군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영국 해군의 요구에 따라 배를 건조할 수 있는 자국 조선소가 없었다. 다시 말하면 한국 조선소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영국의 자부심을 넘어선 것이다.

국내에서 건조하는 영국 해군의 신형 군수 지원 함은 영국 해군의 새로운 상징이 될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등 주요 함정의 해상 보급을 담당하는 항모 전단의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유럽에서 가장 강한 항모 전단에 우리나라에서 건조한 군함이 활약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영국 해군으로부터의 수주 이후 곧바로 노르웨이 해군으로부터 군수 지원 함을 수주하기도 했다. 영국의 ‘타이드’급이 우리의 조선소를 홍보해준 덕택이다. 영국 해군의 타이드 클래스는 벌써부터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에 대한 보증수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를 누비는 한국산 고물 K-311

K-311은 1980년부터 생산한 오래된 군용차다. 포니2가 1982년 출시했으니 첫 생산은 이보다도 2년이나 빠르다. 물론 현재 사용하는 차는 2003년 대규모 개량을 거쳤다. 원형은 1967년부터 생산해 월남전에서 사용한 M-715 카이저 지프 트럭이니 참 유서 깊은 모델이다.

고색창연한 모습이지만 의외로 평가는 좋다. 덩치가 작아서 좁고 비탈진 길이 많은 곳에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한국에서도 수송반에서 가장 활용도 높은 차로 꼽힌다. 소규모 병력 수송부터 각종 물자를 실어 나르는 일을 하기에 크기와 성능이 안성맞춤이다.

K-311과 같이 다목적으로 요긴하게 쓰면서도 비용적으로 저렴한 차를 원하는 나라는 의외로 많다.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해 기아자동차는 K-311을 필리핀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판매할 수 있었다.

K-311은 필리핀의 우거진 정글의 험로를 달리고 길과 땅의 구분이 없는 아프리카의 초원을 달린다. 특히 수단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는 특유의 다목적성을 살려 소련제 방사포와 대공포를 탑재한 형식으로 개조한 구성으로 목격되기도 했다. 역시 K-311은 어디를 가나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충직한 당나귀처럼.

Credit

에디터
정 충열(밀리터리 칼럼니스트)
사진 박 남규
출처

Tags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