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잘될까?

뜻밖에 그럴 수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주한 마음이 야릇하다. 개념 없는 욕심쟁이가 극성스레 설쳐댄 범죄의 주무대였으니 어쩐지 다가가는 시선이 삐딱해진다. 한국 국민 10명 중 6명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잘 모른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이처럼 낮은 인지도엔 그 매캐한 이미지가 한몫했을지 모른다(지난 5월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지도 조사 결과, 올림픽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의 백분율이 그나마 3월의 35.6%에서 40.3%로 4.7%p 올랐다). 그 서슬에 왠지 준비 상황도 엉망일 듯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정부가 바뀌고 정치 구도가 새로 짜이는 동안 평창동계올림픽도 상처를 씻어내고 차근차근 준비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시설 쪽 준비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 모든 경기장이 99% 이상 완공됐다. 지난 9월 1일에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으로부터 슬라이딩 센터의 공식 승인서를 전달받았다. 슬라이딩 센터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이름 그대로 미끄럼을 타는 경기를 치르는 장소. 루지 경기에 대해서는 올해 1월 국제루지경기연맹(FIL)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평창 슬라이딩 센터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는 열아홉 번째로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경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먼 옛날 무한 도전을 일삼는 개그맨 무리가 봅슬레이를 타기 위해 일본까지 건너가야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느새 뿌듯함에 젖어들게 된다. 시설 쪽에서 가장 우려됐던 곳은 올림픽 메인 행사장인 개·폐회식장. 설계 변경으로 공기가 지연돼 ‘혹시’ 하는 걱정을 샀다. 그러나 뭐든 날짜 맞추는 데는 일가를 이루는 민족답게 개·폐회식장 건설 또한 무리 없이 진행됐다. 오는 11월 4일 G-100일 메인 행사장으로 일반에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교통 쪽도 생각보다 준비가 빨리 이뤄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도권과의 교통수단인 고속철도(KTX). OTX(올림픽 익스프레스)라고도 불리는 이 고속철도는 오는 11월 말 개통될 예정이다. 개통이 되면 수도권(서울 용산·청량리)에서 평창까지 50분, 강릉까지 1시간 30분이면 다다를 수 있게 된다.

준비가 잘됐다고 만사형통은 아니다. 올림픽이 치러진 뒤 대회 시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세간의 걱정과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 대해 당국은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경기장 사후 활용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구닐라 린드버그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정위원장은 9월 14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을 보고했다. “경기장 시설은 훌륭하게 준비됐다. 다음 관심사는 올림픽 운영 및 흥행을 위한 노력, 대회 이후 남을 올림픽 유산으로 옮겨가는데, 현재 몇몇 경기장의 시설 활용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린드버그 조정위원장은 주장했다. 실제로 평창 슬라이딩 센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대회 이후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 린드버그 조정위원장은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하얀 코끼리’가 남길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격은 천문학적이지만 정작 쓸 데는 별로 없는 하얀 코끼리에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을 비유한 것이다.

강원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경기 시설 사후 관리 방안의 기본 방향을 ‘사후 활용’에서 ‘동계 스포츠 산업 활성화’로 전환시켰다. ‘강원도의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이 아닌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언제까지 산업 육성 시설로 운영할 수 있을지. 월드컵 이후 전국 곳곳의 웅장한 축구장들이 제구실을 못 한 채 그야말로 하얀 코끼리가 되고 있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부분, 국민의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 올림픽 티켓 1차 판매 기간인 올 2월부터 6월까지 팔린 입장권은 총 판매 목표량(107만 장)의 21%(22만9000장)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5일 시작된 2차 티켓 발매 상황 또한 현재까지는 아쉽기만 하다.

올림픽의 성공 기준이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정답이 여럿 있을 수 있다. 다만 어떤 관점에서라도 그 가운데 ‘대회 열기’가 있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선수들이 아무리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여도 바라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성공한 올림픽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강원도 당국 역시 올림픽 입장권 예매율을 대회 성공의 가늠자로 본다. 개막 전까지 최대한 예매율을 끌어올려 흥행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지자체와 공공 기관의 입장권 구매에 대해 선거법과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까지 이미 받아놓았다. 그와 함께 지난 9월 12일부터는 전국 각지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한 각종 전시·공연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이어 성화가 들어와 봉송되기 시작하면 올림픽 열기가 자연스레 뜨거워질 것이라는 게 당국의 예상.

하긴 이럴 때일수록 한국 사람들끼리라도 흥을 돋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뜩이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해외 티켓 판매(현재 목표 판매량의 50%쯤 팔려나간 상태)가 줄어들고 올림픽 관광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판국이다. 지금이야 다소 싸늘하지만 막상 올림픽이 코앞에 닥치고 방송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홍보를 이어가면 대회 열기는 자연히 오를 것이다. 존경해 마지않는 김연아를 비롯해 다양한 올림픽 스타들 또한 최선을 다해 열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디 그런 열기가 입장권 판매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까?

가장 기대를 모으는 종목은 역시 쇼트트랙이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이후 전통의 메달밭이 됐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 종목에서만 적게는 세 개, 많게는 다섯 개의 메달을 노린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심석희(한체대)와 최민정(성남시청)의 쌍두마차를 중심으로 1000m 개인, 3000m 계주, 500m 개인, 1500m 개인전 등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삼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도 뺄 수 없다. 이상화(강릉 스포츠토토)는 대표팀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금메달 카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여자 500m를 제패하면 이상화는 올림픽 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이번 올림픽에 새롭게 추가된 정식 종목도 있다. 이름은 매스스타트, 흥미로운 종목이다. 선수 두 명이 트랙을 달리며 기록을 측정하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매스스타트는 이름 그대로 선수 여럿이 동시에 출발한다. 쉽게 말해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 규칙을 합쳐놓았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점에서 매스스타트는 한국에 유리하다. 쇼트트랙 출신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많아 종목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서다. 아닌 게 아니라 김보름(강원도청)은 이 종목 여자 부문 세계 랭킹 1위다. 남자 부문 이승훈(대한항공)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최근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 선수단의 경기력은 초스피드로 세계 정상권에 진입해 있는 상태. 봅슬레이 2인조인 원윤종(강원도청), 서영우(경기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와 스켈레톤 윤성빈(강원도청)이 ‘난데없이’ 맹활약한 덕분이다. 특히 썰매 종목은 경기 특성상 홈경기의 이점이 많아 선전이 예상된다. 만약 메달을 딴다면 색이 어떻든 빙상이 아닌 설상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 될 것이다.

컬링과 스노보드도 의외로 메달 획득 가능성이 낮지 않다. 특히 컬링 종목에서 새롭게 추가된 믹스더블(혼성 2인조)은 아직 구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아수라장 상태. 이 틈새를 잘 비집고 들어간다면 메달 획득도 꿈만은 아니다. 이기정, 장혜지(이상 경북체육회) 듀오가 최근 국제 대회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스노보드는 전통적으로 미국, 캐나다, 북구 유럽이 초강세다. 하지만 또 하나의 ‘느닷없는 금메달’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최근 이상호(한체대)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2월의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스노보드 남자 회전과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3월의 터키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스키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이 대회의 이상호가 최초. 그 밖에 크로스컨트리의 김마그너스도 최근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종합 성적에서 한국은 미국,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 스위스, 독일 등과 각축을 벌일 것 같다. 일본 또한 얕봐서는 안 될 상대.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선수단의 목표 달성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안방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선수단의 예상처럼 금메달을 8개 이상 따내기만 한다면 종합 4위라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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