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과 비범사이

<에스콰이어>가 3월에 주목한 네 대의 신형 자동차.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엔진 1993cc4기통 가솔린+전기모터 시스템 최고 출력 215마력 최대 토크 17.8kg·m 복합 연비 19.3km/ℓ 기본 가격 4320만원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든 차에는 그 고유한 성격과 주행 감각이 있다. 이기기 위해 태어난 차가 있고, 호사스러움 그 자체로 존재감을 웅변하는 차가 있다.

유난히 야심이 강하거나 태생적으로 멋을 아는 친구가 있는 것처럼. 때론 길이 아닌 곳을 주파하기 위한 차, 사랑하는 모두와 안락하게 이동하기 위한 차에 괜히 마음을 빼앗길 때도 있다.

그럴 때 이 넓디넓은 자동차 시장에서, 마음의 평화와 실용을 우선하는 사람이라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간은 넓고 편의 장비는 합리적이다. 하이브리드의 어색함을 우려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기술의 완성도는 이미 높다. 다만 이 시스템을 십분 활용하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 그래서 최적의 연비와 안락을 구현하는 것만이 운전자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혼다는 그걸 적극적으로 돕는다.

주행을 마치고 시동을 끄면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운전했는지를 그림으로 보여준다. 나뭇잎을 많이 받은 날은 ‘아, 내가 지구에 공헌했구나’, 하루의 피로를 씻고 뿌듯하게 마시는 맥주 한잔도 좋을 일.

혼다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세단에 이런 위트를 심었다. 운전하는 내내 담백하게 정제된 사람이 된 것 같다. 세상 편안하고,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기꺼이 경험해볼 만하다.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 필요와 사치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 합리 그 자체에서 오는 쾌락을 아는 좋은 사람에게 이 차를 추천하고 싶다. 모든 것이 평균 이상이고, 아무것도 과하지 않다.

글_정우성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엔진 1995cc 4기통 터보 디젤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43.9kg·m 복합 연비 12.0km/ℓ 기본 가격5980만~7040만원

2017년형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

2017년형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시각적으로 만족스럽다.

시승 차는 밝은 와인색(피렌체 레드) 보디 컬러를 바탕으로 휠과 지붕, 앞 범퍼 그릴을 메탈 블랙으로 마무리했다. 마치 따뜻한 초콜릿을 먹는 듯한 달콤함을 눈으로 느낄 수 있다. 모두 이번에 새로 더한 옵션(스포츠 블랙 팩)이다.

콤팩트 SUV치고는 실내 공간이 제법 넓다. 성인 4명이 장거리를 갈 때도 무리 없다. 앞뒤 창문 면적이 넓고, 커다란 글라스 지붕도 갖춰서 개방감도 좋다.

대시보드 중앙에 달린 10.2인치 모니터로 차의 모든 기능에 쉽게 접근한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다루듯 슬라이드와 터치, 줌인&줌아웃 모션에 정교하게 반응한다. 인컨트롤 앱으로 스마트폰에 깔린 T맵 내비게이션을 오롯이 활용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대시보드의 플라스틱 소재가 약간 저렴해 보인다는 것이다.

다행히 주행 감각은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 180마력을 발휘하는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항시 네 바퀴 굴림이 조화를 잘 이룬다. 평지든 곡선이든 요철이든 상관하지 않고 노면을 따라 매끈하게 달린다.

꽤 본격적인 전자제어 오프로드 주행 장비도 갖췄다. 그러니 도심뿐 아니라 레저 활동에도 완벽하게 어울릴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이 차를 타는 사람 대부분에게 과한 구성이다. 그들 대부분이 도심에서 아주 사소한 용도로 이 차를 쓸 테니까.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다재다능한 자동차’라는 개발 콘셉트처럼 실용성과 스타일링을 모두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다방면에서 잘 조율하고 매끈하고 잘 만들어서 오히려 심심한 구석도 있다.

글_김태영


엔진 1997cc 4기통 터보 디젤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40.8kg·m 복합 연비 12.4km/ℓ 기본 가격 3990만~4540만원

2017년형 포드 뉴 쿠가

차를 사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제원을 세세히 비교하고 테스트하고 검증한 후에 결정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디자인, 누군가는 첨단 편의 장비에 끌린다.

그렇게 특정한 호감이 생기기 시작하면 곧 제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힘은 대단히 강력해서 제품의 치명적인 단점도 합리화시켜버릴 정도다. 이게 대부분의 사람이 제품을 고르는 방식이다.

2017년형 쿠가가 일부 디자인과 편의 장비를 개선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이 차는 사용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구성이 아주 적당한 자동차다. 기본은 2.0리터 디젤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지능형 네 바퀴 굴림이다. 요즘 SUV 대부분이 갖춘 흔한 구성이다.

그런데 쿠가를 타보면 여느 SUV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된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적당한 만족감을 준다.

특히 승차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저속에서 요철을 넘을 때 ‘쾅’ 하고 충격이 전해지는 게 아니라 ‘퉁’ 하고 흡수된다. 스티어링 휠이나 브레이크 또는 가속페달을 다룰 때도 감각이 부드럽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하기 쉽다. 처음 운전하는 자동차지만 마치 매일 몰던 자동차 같다. 이게 쿠가의 매력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알리려면 운전석까지 고객을 끌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호감’을 불러일으킬 장치가 더 필요했다. 2017년형이 앞뒤 디자인을 일부 바꾸고 최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싱크3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준비한 이유다.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별, 타원, 네모 등 생김새가 각기 다른 블록을 뭉친다. 각각의 모서리를 다듬어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다. 그런데도 모든 구조의 형태를 알 수 있다. 쿠가의 표현 방식도 비슷하다.

글_김태영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엔진 1598cc 4기통 터보 디젤 최고 출력 135마력 최대 토크 32.8kg·m 복합 연비 14.7km/ℓ 기본 가격 2085만~2580만원

쉐보레 더 뉴 트렉스 1.6 디젤

이 정도 크기의 SUV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질 것이다. 일단 경험해보면 굉장히 편리하고 효율적인 장르라는 걸 알 수 있다. 지금껏 고집했던 그 큰 차의 효용에 대해 다시 의심하게 만드는 것도 콤팩트 SUV의 힘이다.

게다가 쉐보레 트렉스는 아주 옳은 방향으로 진보했다. 눈매에는 힘이 제대로 살아 있다. 둥글둥글해서 마냥 성격 좋아 보이던 몸에는 잔근육이 생겼다. 시속 150킬로미터를 넘어 한껏 달릴 때도 당황하지 않는다.

디젤 엔진이 내는 소리가 의외로 우렁차게 들릴 때가 있는데, 가속페달을 누르는 힘의 정도와 깊이에 따라 강도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달리다 아주 익숙한 코너를 만났을 때, 그 코너를 의외의 쫀쫀함으로 돌아 나갈 때, 이 단단한 차체와 섀시와 서스펜션의 능숙한 조화가 느껴질 때야말로 쉐보레 트렉스의 진가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차체 전체가 아주 단단한 조약돌 같다. 핸들을 꺾는 정도와 차체가 돌아 나가는 탄력에도 매력이 있다. 쉐보레가 만드는 자동차의 기본기가 이렇게 단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트렉스 운전석에서 느끼는 감각이야말로 신뢰의 방증 같다.

르노 SM3와 쌍용 티볼리를 경쟁 상대로 꼽을 수 있을까? 트렉스는 담담하고도 우직하다. 실력은 뼈대로부터 나온다. 그 느낌을 아는 사람이라면.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평범과 비범사이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3월호

이렇게까지 담백한 실력으로 시장을 유혹하는 차도 드물다. 튼튼하게 잘 만든 차고, 디자인도 확연히 좋아졌다. “이정서 팀장에게 문자 보내줘” 같은 기능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글_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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