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조건+경험)*성향

한국에 몇 없는 시계 칼럼니스트 장세훈이 들려주는 시계 이야기.

어쩌다 이런 직업을 가지게 됐습니까?

어릴 때부터 시계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시계를 좋아하던 때는 시계 잡지처럼 정보를 알 수 있는 창구가 없었어요. 정보를 찾을 곳은 온라인 커뮤니티 ‘타임포럼’뿐이었습니다. 타임포럼은 성장 끝에 2011년 법인을 설립했고 2013년 온라인 매체가 되었습니다. 저는 2011년부터 타임포럼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기자 경험이 있어서 글쓰기 훈련을 받았고, 그때 생긴 글쓰기 기술에 새로 접한 시계 지식을 접목했습니다. 경험을 통해 시계 칼럼니스트로 살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유행을 넘어선 시계에 관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모험이었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시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까? 그걸 느낍니까?

사람들이 시계에 대해 물어볼 때 질문이 점점 자세해지고 있어요. 시계 브랜드 역시 자사 홈페이지를 잘 구축하고 정보를 많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확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고급 기계식 시계는 사치재입니다. 사람들도 모르면서 떠밀리듯 비싼 물건을 사기는 싫어진 것 아닐까요? 차를 살 때처럼 알아보고 싶어진 거죠. 결혼 예물도 한 브랜드의 커플 제품을 사는 것에서 따로 마련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니 남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시계를 사치재라고 했습니다. 돈이 많아야만 시계를 즐길 수 있나요?

그건 아니에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아기자기하게 고려해서 사는 과정이 시계 생활의 재미입니다. 그렇게 몇 번 사다 보면 스스로 어느 정도 느끼는 바가 있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고급 시계를 한두 개 사고 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 사다 보니 ‘이게 나랑 맞는 것 같아. 재미가 있군’이라 생각하며 수집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어요. 자신의 경험과 성향이 맞물리며 취향이 생겨납니다. 그 자체를 즐기면 됩니다.

시계를 처음 구매하려는 예비 애호가에게 권하고픈 말이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예산이에요. 그다음엔 선호 브랜드, 디자인, 스타일, 용도 등을 봐야겠죠. 좋은 시계는 한번 사면 오래 찰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다면 좀 더 신중한 선택을 권합니다. 고전적인 시계를 추천하게 되죠. 그리고 자신의 가용 예산보다 무리해서 소비를 하면 절대 안 됩니다. 무리하면 ‘헬게이트’가 열립니다. 시계는 물건일 뿐이에요. 솔직히 말해 시계를 포함해 어떠한 취미도 무리할 만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보다 보면 비싼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취향은 자기의 조건 안에서 만들어나가는 겁니다. “한 방에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명하고 좋은 시계를 바로 사라는 뜻입니다. 저는 그 말을 가장 싫어합니다. 자신의 조건에 맞춰 소소하게 즐길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시계를 즐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20대 남자가 한 방에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를 찬다면 무슨 현실감이 있겠습니까.

본인이 시계를 살 때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저도 예산이 먼저예요. 그다음엔 디자인과 무브먼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자사 무브먼트를 더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범용 무브먼트인 ETA 무브먼트를 재미있게 변주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 무브먼트를 탑재해도 디자인이 개성적이라면 좋은 겁니다. 그 시계 고유의 가치가 중요합니다. 디자인이든 역사든 기술이든 한 가지 요소가 시계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것만으로 좋은 시계를 구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양성을 좋아합니다.

예산에 한정이 없다면 사고 싶은 드림 워치가 있습니까?

랑에 운트 죄네 1815 크로노그래프. 랑에 운트 죄네를 좋아합니다.

시계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입니까?

역사입니다. 시계 브랜드나 컬렉션에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압도적인 역사와 이야기가 쌓여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가치와 노하우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시계는 누구나 접근하기 쉽지만 그 안을 파고들면 굉장한 전통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노하우가 있죠. 저는 그 사실에 매료됐어요. 기계식 시계는 말하자면 밑그림이 정해진 그림입니다. 전통이라는 밑그림이 있는 상태에서 부품 소재가 바뀌는 정도예요. 하지만 그 전통을 제한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시계를 만든다는 스위스인의 문화를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깊은 시각이 담긴 당신의 글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타임포럼에 가면 되죠. 기사를 볼 때는 회원 가입도 필요 없습니다. 타임포럼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회원 수 15만 명에 1일 페이지 뷰가 40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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