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현재로 재현하는 디자이너 이광호

PVC와 폴리에스테르로 뜨개질하는 남자.

‘Obsession series’, 2010
2016년 4월 스와로브스키와 함께 진행한 특별 전시.

가구 디자이너 이광호는 PVC 전선이나 폴리에스테르 호스를 꼬고 엮고 매듭지어 의자를 만들고, 스티로폼 조각을 겹겹이 붙여 조명을 만든다. 청동에 칠보를 입히고 옻칠을 해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보석 같은 이광호의 손이 이 모든 걸 해낸다.

펜디와 이솝은 이 독창적이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에게 반해 함께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십여 년째 가구를 만들고 있는 이광호의 꿈은 두 가지. 죽기 전까지 가구를 만들면서, 아내와 세 아이와 즐겁게 노는 것.

지금의 이광호를 만든 건 재료를 꼬아 만든 작품 ‘Obsession series’와 ‘Beyond the inevitable series’다.

그를 만나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고 얘기를 나눴다.

왜 유독 이 작품들이 사랑 받을까?
두 시리즈 모두 재료를 엮어 만드는데, 이런 작업 방식이 뜨개질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렇게 만든 게 목도리가 아니라 의자와 조명이라 관심을 갖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손으로 만들면 기계보다 오래 걸리고 힘들 텐데?
의외로 기계보다 손으로 만드는 게 더 쉽다. 물론 나도 새로운 기술을 접해보고 싶지만 그게 반드시 지금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중에 언제든 다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다. 지금은 직접 해볼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난 장인이 아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 과정을 증명해내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방식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것뿐이지 장인이 되고 싶거나 겉으로 흉내 내고 싶진 않다.

수작업을 추구하는 만큼 물건도 새것보다 오래되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나?
오래되었지만 지금 봐도 좋은 물건, 기술과 환경이 열악했지만 결과물은 튼튼하고 아름다운 것이 매력적이다. 기능 위주의 형태나 자연스럽게 변하는 색감도 좋고.

평상시 작업복을 즐겨 입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늘 덥수룩한 수염, 짧은 머리에 뿔테 안경과 모자를 쓰고 작업복 차림이다. 일부러 맞추려고 한 건 아닌데 내게 어울리는 것을 찾다 보니 이렇게 됐다. 뿔테 안경이 무테보다 어울리고, 머리를 짧게 깎고 모자를 쓰는 게 더 편하다. 작업복은 늘 익숙한 옷이고.

10년 동안 디자이너 이광호는 어떤 사람이었나? 그동안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건 없다. 얻은 건 이 직업을 선택한 후 쌓은 모든 경험. 디자이너도 하나의 직업일 뿐이다. 나는 예술적으로 살지 않고,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느냐가 중요하다. 10년 동안 디자이너로 산 기분을 만끽하기보다는 죽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이광호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작업하면서 아내, 세 아이,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삶을 만들고 싶다.

그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디자이너로 꼽힌 경험은 남달랐을 것 같다. 해외에서도 꾸준히 호평받는다.
사실 거의 작업실에 있고 만나는 사람도 한정적이라 내가 대단한 인물이 됐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렇게 봐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는 많이 부족하게 느낀다. 이제 겨우 10년 일했는데 앞으로 20년은 지나야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이너 이광호로 사는 10년 동안 인간 이광호는 어떻게 성장했나?
내 직업과 삶이 하나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두 영역을 대하는 내 생각과 태도는 동일하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이 생겼다. 아내와 세 아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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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목 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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