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이야기를 만든 작가의 책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단편선.

그레이엄 그린 단편선
그레이엄 그린, 현대문학

그레이엄 그린은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이렇게 설명하면 왠지 평론가들이나 좋아할 재미없는 이야기만 써온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반대다. 그레이엄 그린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썼다. 그의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했다. 동시에 노벨상 후보로 오를 만큼 문학적으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평생 세간의 명예에 큰 관심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이야기를 만들었을 뿐이다.

그의 단편선이 최근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53편에 달하는 그의 거의 모든 단편이 실려 있다. 일주일에 하나씩만 읽어도 1년이 걸릴 정도의 양이다. 분량도 950페이지에 가깝다.

많이 팔렸지만 읽히지는 않았을 스티브 잡스 자서전이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맞먹을 정도로 두껍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읽기도 고르기도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의 소설 안에는 기묘하고 축축한, 우리의 매일과 비슷한 세계가 있다. 우리와 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별안간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과 마주친다. 너무 크고 무뚝뚝한 세계나 운명이 작고 나약한 개인에게 난폭한 힘을 휘두른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처럼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반응하며 스스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 속 사람들은 우리를 조롱하거나 비웃기도, 혹은 우리를 위로하기도 한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더없이 비겁해질 수도 있지만 더없이 숭고해질 수도 있다.

그레이엄 그린이 평생 그려온 것이 바로 그 이중성이다. 앞뒤가 안 맞아 보이지만 함께 있는 것만은 확실한. 그래서 우리는 한 작가가 만든 세계를 훔쳐보며 나와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게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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