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풍요

GLA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가장 콤팩트한 SUV의 이름이다. 하지만 크기가 다 무슨 소용일까? 요모조모 따져봐도 모자람이 없고, 달리다 보면 가슴까지 후련해지는데.

MERCEDES-BENZ GLA
엔진 1991cc 4기통 터보 | 최대 토크 30.6kg·m | 변속기 7단 자동 | 공인 연비 11.2km/L | 구동 방식 전륜구동 | 크기 4440×1805×1505mm | 기본 가격 4620만~4930만원

안팎으로 답답한 날이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가끔씩 빗방울이 떨어졌다. 빗방울이 조금씩 무거워지고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낙엽이 쏟아져 내렸다. 두껍게 쌓인 낙엽 더미 위로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은행나무 잎사귀가 소용돌이처럼 하늘로 솟구치고 흩어졌다. 가을이 깊었던 날, 소월길에서 메르세데스-벤츠 GLA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던 오후였다.

“정말 좋구나. 왜 드라이브를 하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아”라고, 누가 이 길에서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날은 다 같이 소월길을 몇 바퀴나 돌았다. 몇 년 전이었다. 이상한 우연이지만, 그때도 메르세데스-벤츠 GLA를 타고 있었다. 이쪽으로 갈 때의 시선이 다르고, 다시 올라갈 때의 배경이 또 달라서 질릴 틈이 없었다. 서울의 해 질 녘은 사실 순식간이라서, 같은 길을 다시 달릴 때마다 빛의 색깔도 완전히 달랐다. 빛이 색깔이 다르니까 같은 길이라도 다른 느낌이었다. 같은 길을 같은 차로 달렸던 그때의 기억과 지금의 풍경이 겹쳤다. 하지만 그때의 GLA와 지금의 GLA가 이 길을 얼마나 다른 인상으로 정의하는지 정확히 가늠할 수 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GLA 자체는 도드라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GLA는 실력과 겸양을 모두 갖춘 차였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딱 그만큼 움직이면서 동승자가 원하는 속도와 기분을 유지할 줄 알았다. 그게 GLA의 성격일 것이다. 그대로 충만한 채, 그날의 기분과 배경에 다른 모든 걸 내주는 넉넉함까지 갖춘.

어쩌면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유구한 가문의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만드는 SUV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결국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먼저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드는 SUV 라인업의 구성을 이해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세단을 구분하는 기준을 그대로 SUV에 적용하면 된다. 메르세데스-벤츠에 A, B, C, E, S클래스가 있는 것처럼 SUV에도 GLA, GLC, GLE, GLS가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GLA는 메르세데스-벤츠 SUV 중 가장 작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콤팩트 SUV’쯤 될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시장, 언제나 중요한 엔트리 모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GLA 운전석에 앉으면 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모자란 게 별로 없어서다. 콤팩트 SUV, 도심형 SUV 같은 이름이 붙은 SUV는 왠지 섭섭해지는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크기는 충분한데 디자인이 옹색하거나, 디자인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소재가 섭섭한 식이다. 어떤 순간의 서스펜션이 심하게 당황하거나, 살짝 날카로운 요철을 넘을 때 그 충격을 엉덩이까지 다 거르지 못하는 순간도 잦다. 하지만 이해해야 했다. 엔트리 모델이니까. 상대적으로 저렴하니까. 적어도 자동차의 세계에선, 작은 크기와 고급함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니까.

EXTERIOR
LED 헤드램프가 조금 더 날카로워졌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의 모양이 바뀌었다. 조금 더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디자인, 전보다 공격적인 인상을 갖게 됐다.

INTERIOR
메르세데스-벤츠를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인테리어다. GLA는 그 인테리어의 언어와 소재의 고급함, 조립 품질과 침착함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계승했다. 완전히 새롭게 바꾸지 않는 이상, 이 이상의 조합을 찾기도 쉽지 않다. GLA의 풀 체인지 모델이 더 크게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GLA는 침착하게 전복한다. 컴포트 모드에선 일상의 요구를 정확하게, 하지만 고급스럽게 충족시킨다.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는 감각이나 서스펜션의 정도도 매우 성숙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느꼈던 감각이 그대로다. 스티어링 휠은 가벼움과 산뜻함 사이에서 정확하게 균형을 잡는다. 강하게 돌릴 때의 저항도 적당하고 가볍게 돌릴 때의 감각도 그저 ‘스르륵’ 하는 정도다. 스티어링 휠을 쥔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그 두툼한 느낌조차 안정적이어서 급하게 달려야 하는 순간에도 중심을 잡아준다. 서스펜션도 넉넉하다. 도로에서의 충격은 그저 기분 좋은 울림으로, 가끔 깊이 파인 도로를 갑자기 타고 넘을 때도 여유 있게 흡수해낸다.

외모도 달라졌다. 눈에 띄는 변화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인데, 그 변화만으로도 아주 다른 인상이 됐다. 조금 더 본격적인 SUV의 인상, 더 적극적인 공격성, 앙칼진 성격이 생겼다. 차고도 30mm 높아졌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시야의 높이도, 오프로드를 만났을 때 소화할 수 있는 험로의 정도도 딱 그만큼 자유로워진 셈이다.

소월길을 벗어날 즈음, 마음을 조금 더 넓게 먹기로 했다. 이렇게 넉넉한 차를 만났는데 오늘 오후까지 옹색하게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대로 올림픽대로를 타고 인천공항고속도로까지 달렸다.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 조금 더 바다 쪽으로 빠졌다. 고속도로에서 달렸던 스포트 모드와 서울 시내에서 체험했던 컴포트 모드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는데, 양쪽 다 그저 충만한 채 한 발짝 물러서 있는 느낌이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몰아세우면 꼭 그렇게, 여유롭게 달래가며 운전할 때도 정확히 원하는 정도로 움직일 줄 알았다.

하지만 갑자기 사이드미러 저 뒤로 멀어지는 차들, 멀어진 후에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만큼 벌어진 거리는 무슨 뜻일까? 메르세데스-벤츠 GLA는 빠른 차가 아니다. 1991cc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대 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30.6kg·m를 낸다. 섭섭할 일도 없지만 차고 넘치는 힘도 아닌 제원 성능. 하지만 도로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 발군의 힘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 그저 운전자가 호쾌하게 달리고 싶은 정도의 힘과 속도를 맞춰줄 수 있는 실력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갑자기 사이드미러 저 뒤로 멀어지는 차들, 멀어진 후에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만큼 벌어진 거리는 무슨 뜻일까? 메르세데스-벤츠 GLA는 빠른 차가 아니다. 1991cc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대 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30.6kg·m를 낸다. 섭섭할 일도 없지만 차고 넘치는 힘도 아닌 제원 성능. 하지만 도로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 발군의 힘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 그저 운전자가 호쾌하게 달리고 싶은 정도의 힘과 속도를 맞춰줄 수 있는 실력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돌아오는 길은 늘 그렇듯이, 올림픽대로에 진입하자마자 시작된 정체가 한남대교까지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좀처럼 답답하지 않았으니, 조금 다른 차원의 고민이 시작된 것 같았다. GLA 같은 SUV에 더 바랄 수 있는 건 뭘까? 더 크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차에 싣는 짐의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주말에 장을 보기에 적절한 크기란 또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왜 더 큰 차가 필요할까? 어쩌면 더 큰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때문에, 혹은 ‘차가 이 정도는 돼야지’ 싶은 강박 때문일까?

메르세데스-벤츠 GLA는 정확한 풍요, 넘치는 시작일 수 있다. 어디서나 침착하게 이동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허둥대지 않는다. 더 예뻐졌고, 웬만해선 질리지도 않을 디자인이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가 보장하는 일관된 고급함과 품위까지. 답답했던 마음이 갑자기 넉넉해진 것도, 인천까지 갔는데 더 멀리 가고 싶었던 것도 메르세데스-벤츠 GLA 운전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차는 이렇게 쉽게 마음을 움직인다. 오늘이 나쁜 날은 아니었다고, 메르세데스-벤츠 GLA가 침착하게 일러줬다.

 

MERCEDES-AMG GLA 45 4MATIC 50주년 AMG 에디션

2017년은 AMG라는 이름이 세상에 나온 지 딱 50년 되는 해다. 그 숱한 승리의 기록, 속도와 안전과 실력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50년 역사에 GLA도 한정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메르세데스-AMG 45 4MATIC 50주년 AMG 에디션은 전 세계에 딱 50대뿐이다. 검은색과 노란색으로 담백하고 강렬하게 치장했다. 또한 장담하건대, 이 차에 장착된 2.0L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일반 도로를 순식간에 랠리 경기장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만큼 재미있고 쾌활하며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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