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하지 말지어다

인피니티 Q30S를 타고 무작정 달렸다. 무언가 깨닫고 싶어서.

인피니티가 해냈다. Q30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원하는 여러 조건을 확실히 만족시킨다. 품질과 마무리가 뛰어나고, 소음과 진동 억제 능력이 좋다. 매끈한 달리기 성능도 주목할 만하다.

EXTERIOR

인피니티 Q30 - 에스콰이어 코리아

인피니티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살렸다. 단지 스타일만으로도 경쟁자를 압도한다. 앞모습은 한껏 몸을 부풀린 파충류처럼 공격적이다. 사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옆모습이다. 속도감이 좋다. 균형이 잡힌 듯 흐트러진 듯 보이는 독특한 비율이다. C필러에서 날카롭게 접힌 초승달 모양의 크레센트 컷 처리가 돋보인다.

인간은 모든 것의 정의를 원한다. 명확하게 정의될수록 이해하기 쉬워서다. 하지만 가끔은 규정하지 못하는 것도 있는 법이다. 어쩌면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모든 것을 우리 기준으로 정의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만이니까. 정의는 무한한 가능성을 우리 기준으로 축소하는 행위다. 예컨대 수학적 관점에선 1 더하기 1은 2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절대 2였던 적이 없었을지도 모르지 않나.

인피니티 Q30도 비슷하다. 이 차는 무한한 가능성과 개성, 새로운 가치를 지녔다. 과대 포장이 아니다. 실제로 단 한두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판단도 자유다. 일단 브랜드 개념부터가 그렇다. 인피니티는 ‘무한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규정되지 않는 무언가를 갈망한다. 뒤늦게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든 자동차 브랜드가 스포츠 세단을 앞세워 시장에서 성공하고, 새로운 형태의 SUV와 디젤 모델을 더해 시선을 끈다. 불과 몇 년 전엔 포뮬러원 레이스 무대를 바탕으로 과감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 그들에게 한계나 규정은 중요하지 않다.

Q30이 속한 장르도 독특하다. 굳이 분류하자면 프리미엄 크로스오버다. 프리미엄은 그렇다 치더라도 크로스오버라면 정의하기가 더더욱 힘들다. 말 그대로 장르를 넘나들거나 파괴하는 장르다. 해치백, 세단, 쿠페, 컨버터블, 왜건과 SUV 같은 아주 기본적인 분류 기준에 속하지 않는다. Q30을 예로 들면, 해치백이면서 동시에 세단 같은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 그러면서도 움직임은 스포츠카처럼 날렵하길 원한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 차를 몇 가지 조건으로 완벽하게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의하기가 어려우니, 이전의 기준에 대입할 수 없다. 완전히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그저 좋은 부분은 좋고, 싫은 부분은 싫은 것이다. 그게 최선이다.

INTERIOR

“실내가 고급스러워.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부품을 많이 쓰는데?” 정확하게 봤다. Q30은 출생부터가 대단한 결정이었다.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인피니티 브랜드의 첫 소형차였으니까. 이때 인피니티는 현명하게 판단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업에서 답을 찾았다. 메르세데스의 소형차 CLA, GLA와 함께 전륜구동 플랫폼(MFA)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렸다. 두 회사는 협업 과정에서 많은 것을 나눴다. 파워 트레인과 서스펜션뿐 아니라 일부 부품도 공유했다. 결과적으로 Q30은 안팎으로 고급 차에 어울리는 감각을 갖게 됐다. 왜 메르세데스-벤츠인가? 이 부분은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만약 인피니티가 혼다의 플랫폼을 사용했다면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차를 멍하니 바라봤다. 무언가 떠오를 것 같았다. 외모라도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곧 포기했다. 다 똑같이 생긴 차들이 눈에 익숙한 시대에 살면서 이렇게 개성 있는 모습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구석구석 인피니티의 패밀리 디자인이 녹아 있지만, 결과적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듯했다.

차체는 여느 해치백보다 지상고가 높아 보였다. 그런데 실제 지붕까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아니, 반대인가? 어쨌든 내 시신경은 그렇다고 우겼다. 외모는 마치 하나의 유기체로 보인다. 보디라인은 현란하고 비율은 역동적이다. 특히 옆모습이 그랬다. 롱 노즈 스타일이지만, 뒷바퀴 이후로 과감하게 꼬리를 감춘다. 뒷모습은 한층 과감하다. 여러 개의 라인이 교차하며 늘어지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등 기교를 부린다. 눈으로 모든 디자인과 디테일을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다.

DETAIL

실내도 구석구석까지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비대칭의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현대적이다. 대시보드와 도어, 시트 등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표면에 가죽과 스웨이드가 덮여 있다. 시각적으로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손으로 만지는 촉감도 좋다. 눈을 감고 만지면 더더욱.

D컷 스티어링은 보기에도 좋지만 손으로 쥐는 감각도 만족스럽다. 엄지손가락 주변으로 버튼이 많지만 도드라지지 않는다. 현란한 첨단 장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서 좋다. 기능적으로 담백한 차는 아니지만 모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소형 해치백 기준에선 없는 기능이 없다. 오히려 과분할 정도다. 익스큐티브 시티 블랙 트림의 경우 8방향 전동 시트와 어라운드 뷰 모니터 같은 장비가 기본이다. 그보다 구현이 복잡한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고 및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도 달렸다. 10 스피커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성능이 만족스럽다. 더 바랄 게 없다.

특히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놀랍다. 앞자리에 키 180cm의 성인이 앉아도 뒷좌석의 무릎과 머리 공간이 제법 넉넉하다. 트렁크도 겉보기보다 넓다. 역시 겉모습으로 내면의 깊이를 판단하면 안 된다.

사실 가장 궁금한 것은 달리기 성능이다. 인피니티는 기본적으로 잘 달리는 차를 만든다. 그러니 Q30도 으레 그럴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변수라면 인피니티가 앞바퀴 굴림 해치백을 처음 만든다는 것이다. Q30S의 앞머리에 얹힌 2.0L 터보 엔진은 211마력(35.7kg·m)을 발휘한다. 쏟아내는 출력은 7단 변속기가 받아낸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엔진이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지 않다. 힘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움직임은 한마디로 경쾌하다. 주행 모드에 따라 얌전한 부분과 화끈한 부분이 확실히 나뉜다.

엉덩이에 붙은 S 배지는 고성능을 뜻한다. 하지만 ‘핫해치’처럼 폭발적인 감각을 원한 것은 아니다.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감각도 기대 이상이다. 손에 전해지는 느낌은 살짝 둔하다. 그런데 운전자에게 할 말은 다 한다. 나와 차 사이의 의견 차를 거의 느낄 수 없다. 다른 방향으로 가길 원할 때, Q30도 즉각적으로 앞머리를 돌린다. 어깨에 힘을 빼고 약간 느긋하게 운전할 때 더 많은 것이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제 몫을 해낸다. 바닥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고르게 흡수한다. 그러면서도 타이어가 노면에 꾸준히 붙어 있게 한다. 흔히 말하는 ‘통통 튀는’ 감각이 아니다. 그보다 한결 차분하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많은 것을 공유하는 상황에서 인피니티 개발자들이 특히 신경 쓴 부분도 하체다. 그만큼 다르다. 메르세데스-벤츠 소형차들은 이보다 딱딱하고 더 절도 있다. 반면 Q30은 한결 유연하다. 일상적으로 타기에 딱 좋다.

끝까지 이 차를 표현할 한마디 단어, 적당한 예시를 찾지 못했다. 넓은 의미를 가진 차를 좁혀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오기가 생겼지만, 그렇다고 억지를 부릴 순 없다. Q30S는 그런 차다. 보는 사람의 입장과 관점마다 다양한 결론에 도달한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원하는 다양한 조건을 확실히 만족시킨다는 점이다. 품질과 마무리가 뛰어나고, 소음과 진동 억제 능력이 좋다. 매끈한 달리기 성능도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오랜 시간을 곁에 두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겠다. 그런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그래, 그런 열정에 어울리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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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민 성필(TEAMROA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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