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의 얼굴이 달라진다

패션 잡지의 표지가 변화하고 있다. 분명 색다르다.

잡지에서 표지란 어떤 역할을 할까?

캠페인을 대신할 광고의 장이 될 수도, 정치적 슬로건이 될 수도, 가장 현재적인 인물을 내세워 해당 잡지의 권력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잡지의 논조와 방향성, 미적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표지의 모델이라면 당대의 유명인이 아니고서야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다. 패션 잡지의 경우 최근 대중에게 인기 있는 유명 배우나 톱 모델이 표지를 독차지한다. 매달 시의성에 따라 인물이 바뀌지만 표지의 형식과 규격은 수십 년째 고정되어 있다.

대중적인 패션 잡지는 당신의 짐작보다 보수적이다.

그런데 달라졌다.

고착화된 패션 잡지의 표지가 최근 단계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급진적 성향으로 똘똘 뭉친 인디 잡지가 주가 되긴 하지만 점층적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잡지의 얼굴이 달라진다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032c>는 최신호 표지를 총 세 종류로 만들었다.

그중 가장 새로운 것은 1996년 헬무트 랭의 진 컬렉션 광고 캠페인을 활용한 표지.

누렇게 변한 종이의 색과 종이를 반으로 접었던 흔적을 그대로 살린 디테일이 헬무트 랭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그의 공백을 쓸쓸하게 상징하는 듯하다.

그 외 머트&마커스가 찍은 모델 아미나 블루의 누드, 윌리 반데르페르가 찍은 모델이자 DJ인 클라라 3000의 뒷모습 또한 전형성을 탈피한 표지로 훌륭하게 기능했다.

 

잡지의 얼굴이 달라진다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시스템(SYSTEM)>은 패션업계 종사자를 표지에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 호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CEO 마르코 비자리를 함께 등장시킨 파격 이후 이번 호에는 유르겐 텔러가 폰다조네 프라다의 공간에서 찍은 미우치아 프라다를 표지로 썼다.

가공되지 않은 사진의 힘은 표지이기 때문에 더 분명한 인상을 전달했다.

잡지의 얼굴이 달라진다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더스트(DUST)>의 열 번째 이슈는 무려 8개의 표지로 발행됐다.

어느 것 하나 심상치 않았지만 SNS에서 가장 떠들썩했던 표지는 발렌시아가의 박스 실루엣 재킷을 입은 아기 사진이었다. 발렌시아가의 수장 뎀나 즈바살리아의 친구 피에르 앙주 칼로티가 찍은 이 사진은 과연 기존 패션계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뎀나의 ‘베트멍 크루’다운 결과물이었다.

물론 이 몇 가지 사례로 전체 패션 잡지의 경향을 말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급진적이고 세련되게 시대를 반영하는 잡지의 특성을 볼 때 표지의 기준과 관점을 다시 점검하게 한다.

만인의 스타가 아닌 인플루언서를 선택하며, 기존 사진의 전형성과 표지의 일률적인 규격을 스스로 바꾸고 새로움을 모색하려는 의지, 하이패션이 키치한 대중문화로 귀속되는 현상에서 이 같은 신선한 변화는 패션 잡지를 포함한 종이 잡지의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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