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베술례] 최고의 바 앨리스 청담

미대식가(미식가+대식가) 자베는 단 한 잔이라도 허투루 마시지 않는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술을 찾아 나서는 자베술례. 이번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로 선정된 앨리스 청담으로 향했다.

얼마 전 코리아 베스트 바 어워드가 개최되었다. 몇 해 전부터 순위는 발표했으나 시상식까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주최 측의 말에 따르면 이 행사가 빛을 보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앞으로는 매년 개최될 예정이다. 총 50개의 바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 중 최고의 바로 선정된 곳이 바로 앨리스 청담이다. 앨리스 청담의 오너이자 헤드 바텐더인 김용주는 최고의 바텐더로 뽑히기도 했다. 최고의 바텐더가 운영하는 최고의 바가 바로 앨리스 청담이다.

앨리스 청담은 찾기가 쉽지 않다. 골목을 헤매다 토끼가 그려진 간판을 발견하면 전혀 바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내려가면 술집이 아니라 꽃집이 나온다. 모르고 갔으면 당황했을 것이다. 꽃집은 실제로 영업을 하는 곳이고 바가 오픈할 때쯤 문을 닫는다. 작은 꽃집 구석 토끼가 그려진 문을 찾아야 한다.

이 문을 열면 상상하지 못한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앨리스 청담은 스피크이지 바다. 스피크이지는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절 몰래 영업하는 술집에서 모티프를 따온 콘셉트다. 앨리스 청담이 꽃집 뒤에 숨어 있는 이유다. 앨리스 청담뿐만 아니라 여러 바가 스피크이지 스타일로 영업 중이다. 한남동 몰타르는 아예 문을 잠그고 영업한다. 입구에서 문을 두드리면 작은 쪽문으로 밖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한남동의 또 다른 바 블라인드 피그는 높이와 위치가 애매한 문으로 몸을 구겨 넣어야 바 입구에 당도할 수 있다. 포시즌스 호텔 지하의 찰스 에이치는 웬만해선 찾기 어려운 곳에 입구를 만들어두었고 바가 있다는 표시도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고급스러운 바가 영업 중이다. 만화의 한 장면 같기도,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분위기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가구, 카펫, 샹들리에, 조명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웰컴 칵테일을 간단하게 마시고 바텐더에게 터프한 느낌의 칵테일을 부탁했다. 리플렉션이란 칵테일을 추천했다. 앨리스 청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칵테일이다. 카카오를 우린 위스키가 베이스다. 작은 나무 상자에 잔을 담아서 내는데 뚜껑을 열면 연기가 자욱하다. 시각적 효과가 끝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칵테일에 그윽한 향이 배게 한다.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짙고 강렬한 맛이다.

앨리스 청담은 총 12종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판매한다. 메뉴판부터 예사롭지 않다. 콘셉트가 재밌다. 트럼프 카드의 각 문양을 하나의 가문으로 정해 가문마다 다른 스타일을 부여하고 각 가문마다 세 가지씩의 칵테일로 풀어냈다. 메뉴 이름만으로 어떤 칵테일일지 짐작이 쉽지는 않다. 대신 각 메뉴를 바텐더가 친절히 설명해준다. 단순히 만드는 법과 재료 설명을 넘어 이름이 붙은 이유를 비롯한 다양한 스토리를 알려준다. 리플렉션의 경우 스토리가 담긴 만화책까지 제작되어 있다. 다른 칵테일에 대한 만화책도 제작 중이라고 한다.

리플렉션과 반대되는 느낌의 칵테일을 부탁했다. 버드 앤 비를 추천해줬다. 바질을 우린 진을 베이스로 만든 칵테일이다. 모형 새장에 올려서 내고 꽃잎도 뿌려져 있다. 위에 부드러운 거품은 크림이 아니라 IPA 맥주로 만든 것이다. 상상해본 적 없는 독특하고 향긋한 맛이다. 단 두 가지를 맛봤을 뿐인데 칵테일에 대한 놀라운 세계를 경험한 기분이다. 분위기, 콘셉트, 다양한 술 종류, 칵테일의 수준. 앨리스 청담은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최고의 바라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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