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여, 오라

2017년, 세계 경제에 '최후의 몸부림'은 나타나는가.

난 결코 비관론자가 아니다.

하지만 2017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를 전망하면서 아무리 희망과 긍정을 찾아보려 해도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2017년 경제에 대해 그냥 ‘힘들다’ 또는 ‘나쁘다’는 말로 짧게 정리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도 같다. 지금 TV에 나오는 경제 토론도 다 똑같다. 결국 “정말 안 좋아”라는 말을 어렵게 혹은 에둘러, 완곡하게 할 뿐이다.

그런데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후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문득 하나의 키워드가 떠올랐다. 바로 ‘최후 발악’이다.

그래서 난 2017년 경제 분야의 화두를 ‘최후의 몸부림은 나타나는가’로 고쳐 잡았다. 정리하면 이런 마지막 저항이 없다면 그냥 무너지겠지만, 만약 최후의 발악이 나올 수 있다면 시장은-실물경제가 아니다-정반대 모습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오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불꽃이 꺼지기 직전 ‘화~악’ 하며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는 그 마지막 국면을 말하는 거다.

그렇다면 이 마지막 몸부림은 어떤 상황에서 연출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최후 발악이 나온다면 그 끝은 어디가 될까. 그럼 난 무엇을 해야 할까.

2017년,‘최후의 몸부림’은 나타나는가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무조건 달러 약세가 나와야 한다.

서두에 말했지만 2017년 경제는 나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근거는 수십 가지 이상 댈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빚’이다. “빚은 갚아야 비로소 끝난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빚을 갚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그런데 이 빚 문제는 우리 가계 부채 1300조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양적 완화란 미명하에 천문학적인 달러를 찍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모두 빚더미에 앉아 있고, 누가 봐도 이 빚은 갚을 수 없다.

2017년 경제 전망을 하면서 상당수 경제학자는 “그나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만은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난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미 대마왕 부채 국가이다.

연준이 2017년 3번 이상 기준 금리를 올린다고? 이렇게 되면 연방 정부는 국채 이자 상환 부담에 파산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동안 미국은 달러의 힘으로 잘 버텨왔다. 지난 2011년 여름 미국의 신용 등급이 강등당하는 순간에도 달러의 가치는 폭등했으니까.

그래서 혹시 이번에도 그간 30년 가까이 해온 방식대로 금리를 쭉쭉 올려 달러를 강세로 만든 후 전 세계-정확히는 세계 통화-를 다 죽이고 자신만 독야청청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미국이 과거의 미국이고, 중국이 지금의 중국이 아니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가령 지난 10월 기준 중국은 1조2000억 달러(약 1404조원)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CNBC 방송에선 이에 대해 “미국 경제를 겨냥한 ‘핵 옵션(nuclear option)’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미국이 과거처럼 ‘나만 살고 다 죽인다’ 전법을 보일 경우 중국이 마지막 카드로 미 국채 투매에 나서고, 이렇게 되면 중국도 죽겠지만 미국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사망을 초래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바로 ‘끝’을 보지 않으려면 달러가 약세 추세로 돌입해야 한다. 즉 미국으로 회귀하려는 달러를 다시 전 세계 자산 시장으로 흩뿌리면서 인위적 버블을 만들어 파국의 순간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7년 한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서 ‘최후의 몸부림’이 나오려면 무조건 달러 약세가 있어야만 한다. 1월, 3월, 5월 지속적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간다면 세계 경제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 자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국은행, 결국 금리 인하 카드 꺼내나.

2016년 12월 말 현재, 한국의 기준 금리는 연 1.25%이다.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고 본다. 실은 한 번 정도 인하할 여지는 있었지만 미국 연준이 쐐기를 박았다.

그래서 2017년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달러 강세가 추세적으로 굳어지면 한국은행도 본격적인 ‘금리 인상’ 랠리에 합류해야만 한다. 1300조원의 가계 부채를 고려하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증가하는 이자 부담이 많게는 8조원이나 된다.

하지만 우린 지금 ‘최후의 발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과정에서도 최후의 몸부림을 칠 여지는 존재한다.

앞서 시작은 달러 약세라고 했다.

만약 이 달러 약세만 나오게 되면 한국은행은 상당한 여유를 확보하게 된다. 우리가 자본 유출을 걱정하는 건 미 달러화를 뺏길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리를 올려 한국을 떠나려는 달러의 팔을 잡아당기는 거다.

그런데 달러의 인기가 떨어져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달러 확보의 부담을 덜어낸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내수 경기를 생각하게 되고, 당장 2월에라도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린 연 1% 기준 금리가 되는데, 경우에 따라 한 번 더 금리를 인하해 연 0.75%, 일종의 ‘제로 금리’ 시대로까지 진입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런 전망은 다 ‘마지막 몸부림’ 관점에서 보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정말 재정 정책 ‘세게’ 할 거야?

실은 내가 2017년 전망을 하는 데에서 ‘최후의 발악’, ‘마지막 몸부림’ 같은 묘한 단어를 키워드로 잡은 건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기도 하다. 대선 운동 기간에도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당선 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가령 경제 관련 인선을 보자.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월가를 욕했고, 유대계 금융 세력과 각을 잡았다. 입만 열만 골드만삭스를 비난했다. \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인 게리 콘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지명했고,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지명자가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여기에 상무장관 지명자인 윌버 로스는 로스차일드 투자은행 출신이다. 현재 골드만삭스의 최대 주주가 록펠러 가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경제 관련 핵심을 모두 로스차일드 가문과 록펠러 카르텔로 채운 셈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무장관 지명자로 세계 1위 기업 엑슨모빌의 최고경영자(CEO)인 렉스 틸러슨을 지명했다.

자, 이처럼 석유 자본의 최고 핵심과 국제 유대 자본의 현역 인사를 백악관으로 끌어들였다는 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난 트럼프가 한번 거나하게 판을 벌일 것이라는 데 배팅하고 싶다. 이미 약속한 ‘공격적 재정 확대 정책’을 ‘세게’ 펼친다는 것.

그런데 이렇게 되면 미국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여기에 현재 미국의 무역 적자와 법정 채무 한도 현황 등까지 고려해보면 달러 강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달러 강세는 트럼프가 원하는 인위적 인플레이션과도 맞지 않고 국제 유가 상승을 원하는 석유 자본을 위해서도 강세보다는 약세가 필요하다. 국제 유대 자본도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

이들은 결국 세계 자산 시장 장악을 원하기 때문에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대신 약(弱) 달러를 갖고 해외 실물 자산을 확보하고 싶은 욕망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결국 2017년 ‘최후 발악’ 트리거를 누군가 당겨준다면, 그건 트럼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공격적 재정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석유 자본과 국제 유대 자본을 위해서라도 달러 약세가 시작된다면, 마지막 몸부림은 거의 확실해진다.

2017년,‘최후의 몸부림’은 나타나는가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버블이라면 그 끝을 예단하지 말자.

2017년 초부터 경제가 그대로 무너진다면,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빚을 최대한 줄이고 무조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금도 원화보다는 달러 예금 등 미 달러화에 투자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앞서 이야기한 ‘최후의 발악’이 나온다면 상황이 좀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과거 역사상 이런 마지막 몸부림 상황에서는 예외 없이 ‘오버슈팅’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그 순간만큼은 꺼지기 직전의 불꽃이 아닌, 이제 막 타오르는 횃불로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투자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데, 주식의 경우엔 5년 반 동안 지수 1850~2100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박스를 깨는지를 확인하자.

부동산 투자는 지역별, 개인별로 편차가 커 단언해 말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3가지를 보자.

우선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가 나오는가, 둘째 2006년 여름 부동산 버블 당시의 고점을 상향 돌파하는가, 마지막은 본격적 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드는가.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비관론은 접는 것이 맞다.

여기에 실물 투자 부분에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위로 오르고, 국제 금값이 온스당 1400달러 선 위에 안착하는 모습이라면 그야말로 초공격적인 투자를 해도 된다는 마지막 신호까지 다 줬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이건 ‘마지막 몸부림’이 나온다는 조금 가능성이 낮은 상황을 염두에 둔 대응 전략이다. 그러니까 소수론 중 소수설에 가까운 전망이고 대응법이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언급한 건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때부터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 ‘거슬리기’ 때문이다.

당시 브렉시트가 터지면 시장이 폭락하고 코스피는 1500포인트로 떨어질 거라고 했지만 3 거래일 급락 후 시장은 정반대로 승승장구했다.

이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시장은 최소 10% 폭락하고, 금융시장은 아마겟돈이 된다고 했지만 직후부터 세계 증시는 거뜬했고-우린 최순실 사건으로 예외였지만-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탈리아 국민투표 이후 ‘이탈렉시트(이탈리아+exit)’와 이탈리아 은행 연쇄 부도를 전망했던 수많은 공포 리포트는 이후 유럽 증시가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모두 종적을 감췄다.

자, 그런데 바로 이런 와중에 미국 금리 인상이 나왔고 가장 비관론이 많은 2017년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우린 이제 또 한번의 예외적 상황도 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정말 마지막 몸부림이 나와서, 자산 가격이 폭락 대신 폭등으로 간다면 그때 바로 팔고 나와야 하는 건가요?”

정답이다. 하나는 명심해야 한다.

정말로 최후 발악으로 버블이 시작된다면 그 크기가 얼마나 될지, 또 이 버블이 언제 끝날지를 미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아마도 언론에서 ‘버블’이라는 단어가 ‘성장’이라는 단어로 교체될 때가 매도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2017년 한 해, 독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한다.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