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성실한 영혼

2017 혼다 시빅을 지루하다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렇게 꺾어도 저렇게 돌려도 묵묵하게 받아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담담하니 의뭉스러웠다. 충분히 속도를 줄였을 때나 미처 제동하지 못했을 때도 허둥대지 않았다. 밖에서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운전자의 엉덩이는 영원히 모르게 하고 싶은 의지 같았다.

우연히 조수석에 앉은 여자한테 “이 차, 어떤 것 같아요?” 물었더니 “재미가 없어요. 전 재미없는 차 싫어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곤 몇 초 후에 덧붙였다. “그런데 가족이 타기에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편할 수도 있네요, 차가?” 2017 혼다 시빅은 그런 차다. 실내는 아주 넓다.

그 넓은 뒷좌석에 누가 앉으면 행복할까 상상하게 된다. 트렁크도 굉장히 넓다. 시빅이 큰 차는 아닌데, 그 광활한 트렁크에는 한 가족의 일상을 다 담고도 남을 것 같다. 재미를 추구하지 않고, 쉽게 흥분하지도 않고, 넉넉한 공간으로 누구든 맞을 준비가 돼 있는 차. 혼다 시빅은 오랫동안 그런 매력으로 살아남았다.

그 무난함이야말로 실력이라서, 그동안 갈고 닦은 철학도 제대로 무르익었다. 다만 디자인만은 아주 공격적이다. 리어램프에는 어떤 식으로든 달라지고 싶었던 혼다의 의지가 묻어 있다.

혼다 - 에스콰이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생김새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과감하다면 과감하게 볼 수도 있지만 “이 얼굴이 시빅에 마땅한가?”라고 누군가 정색하고 묻는다면 꽤 오랜 논의를 거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있고, 그 우직한 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성격, 정말 드물고 귀하다. 차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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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우성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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