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달

시계 다이얼에 뜨는 달, 문페이즈 6선.

6 MOONS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피아제의 달
오늘의 달 중 피아제의 달이 가장 호사스럽다. 거친 월면을 표현하려 백금을 달궜다 식혔다 하는 걸 반복했다. 그래서 이 시계의 경우엔 달을 표현한 표면이 시계마다 모두 조금씩 다르다. 자선 경매로 나온 한정판엔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 모양을 찍은 것도 있었다. 지금 촬영한 이 시계도 아시아에 딱 하나 남은 것이다. 구매를 원한다면 서두르는 게 좋겠다.

피아제 엠퍼라도 쿠썽

피아제의 엠퍼라도 쿠썽 문페이즈는 비싸려면 남달라야 한다는 사실의 좋은 예다. 보통 문페이즈는 달이 새겨진 판이 돈다. 가림막은 그대로고 판이 돌기 때문에 달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피아제는 반대다. 달은 그대로인 채 파란색 가림막이 돈다. 가림막이 달 전부를 가리면 그믐, 모두 사라지면 보름이다. 피아제의 보름달은 그야말로 달 같아서 정월 대보름만큼 크다.
피아제 엠퍼라도 쿠썽 문페이즈 5850만원.


6 MOONS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위블로의 달
동그란 모양의 달 안쪽을 어떻게 그리는지가 문페이즈의 인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위블로는 현대적인 시계답게 달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월면의 크레이터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덕분에 문페이즈 밖으로 보이는 톱니바퀴와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아주 작은 달을 어떻게 그렸는지에 따라 전체적인 인상이 변하는 게 시계 디자인의 오묘하면서도 얄궂은 매력이다.

위블로 클래식 퓨전 에어로퓨전 문페이즈

위블로는 스스로의 젊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음껏 활용한다. 보통 문페이즈 시계는 고전적이거나 낭만적인 느낌으로 디자인하는데 위블로는 여기서도 남다르다. 고풍스럽게 처리한 6시 방향의 달 모양을 제외한 다이얼 나머지를 모두 투명하게 처리해버렸다. ‘클래식 퓨전’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위블로 클래식 퓨전 에어로퓨전 문페이즈 4320만원.


6 MOONS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블랑팡의 달
뭐니 뭐니 해도 이 시계의 하이라이트는 달이다. 다른 시계와 차별화되는 블랑팡 문페이즈의 가장 큰 특징은 달에 그린 얼굴이다. 오른쪽 아래쪽을 보며 살짝 짓는 표정은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웃는 듯 아닌 듯해 보다 보면 기분이 이상해질 정도다. 스틸 케이스의 달은 은색이기 때문에 저 노란 달을 가지려면 골드 케이스 시계를 사야 한다. 절묘한 차별화다.

블랑팡 빌레레 8 데이즈 컴플리트 캘린더

대놓고 화려한 시계가 득세하든 말든 블랑팡의 시계는 한결같이 단정하다. 반면 이 시계 곳곳은 어느 시계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잉어 수염이 떠오르는 시침의 미세한 곡선부터가 보통 세공이 아니다. 태엽을 끝까지 감았을 때의 구동 기간을 뜻하는 파워 리저브는 8일이나 된다. 에나멜 다이얼로 구현된 흰색도 무척 곱다.
블랑팡 빌레레 8 데이즈 컴플리트 캘린더 4940만원대.


6 MOONS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몽블랑의 달
몽블랑의 달은 간소하다. 다른 시계들이 달 표면을 사실적으로 그리거나 의인화하거나 백금을 끓였다 식혔다 해가며 월면을 재현한 것에 비하면 파란 하늘에 노란 달만 표시한 몽블랑의 달은 픽토그램 수준이다. 몽블랑의 검박한 매력은 오히려 이렇게 간결한 디테일에서 나타난다. 덕분에 가격 역시 오늘의 다른 시계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몽블랑 스타 로만 콴티엠 컴플리트 ‘카르페 디엠’

몽블랑 시계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을 뛰어넘는 사양이다. 월, 일, 요일, 문페이즈를 표시하고 다이얼 가운데에 기요셰 무늬를 새기고 ‘카르페 디엠’ 에디션이라 다이얼의 로마 숫자에 레드 골드 도금까지 했다. 그런데도 가격은 600만원대 초반. 놀라운 수준이다. ‘몽블랑 시계는 평양냉면집에서 시키는 비빔냉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만 벗어난다면 이만한 시계도 없다.
몽블랑 스타 로만 콴티엠 컴플리트 ‘카르페 디엠’ 635만원.


6 MOONS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까르띠에의 달
아래 보이는 과일 포크 모양의 침이 현시점의 달 주기를 나타낸다. 굳이 이름을 붙이면 ‘달침’쯤 되겠다. 달침은 하루에 한 칸씩 이동해 현재의 달 모양을 가리킨다. 달침은 하루에 한 칸씩 이동해 맨 왼쪽의 그믐까지 갔다가 다음 날이 되면 다시 맨 오른쪽으로 튕겨나간다. 즉 ‘레트로그레이드 문페이즈’다. 놀라운 창의성이다. 그러므로 사진의 6시 방향 달침은 보름이다.

까르띠에 로톤드 드 까르띠에

까르띠에는 보석 세공과 기계식 시계 제작 기술에서 모두 최상급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시그너처 몇 개를 끝없이 우려먹는 일부 시계 회사와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급이 다르다. 까르띠에의 시계 기술은 지금 보시는 로톤드 드 까르띠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시계의 시침은 로마자 X를 가리키는 중앙의 판이고 분침은 로마자 II 위에 놓인 인덱스다. 그러면 달은?
까르띠에 로톤드 드 까르띠에 4920만원.


6 MOONS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1월호

쇼파드의 달
보통 문페이즈는 시계 무브먼트의 6시 방향에 놓이고 월과 요일을 보여주며 가운데에 초침이 있다. 쇼파드는 완전히 다르다. 1시 방향에 달과 밤하늘이, 4시 방향에 날짜가, 6시 방향에 초침이 놓인다. 이렇게 구성이 달라진 것은 내부의 부품 레이아웃도 완전히 새로 짰음을 뜻한다. 쇼파드는 귀족적이라 생색을 모른다. 대보름의 달처럼 조용히 떠 있을 뿐이다.

쇼파드 L.U.C. 루나 트윈

쇼파드의 매력은 규칙을 모두 마스터했을 때 나오는 최상급의 기술, 그리고 그 규칙을 숙지한 채로 조금씩만 변주를 가할 줄 아는 재치다. L.U.C 루나 트윈에도 그 특징이 있다. 이름에 드러나는 ‘트윈’은 이 시계의 태엽이 두 개임을 뜻한다. 기계식 시계의 동력원인 태엽이 두 개라 한층 안정적으로 동력을 나눠 쓸 수 있다. 쇼파드는 넘치는 힘으로 여유롭게 달을 표시한다.
쇼파드 L.U.C. 루나 트윈 350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