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게 기대했던 5 가지

9월 12일 열린 애플 키노트. 애플에게 드디어, 기다리던 그 말을 들었다.

#1. 드디어, 애플파크 

이번 애플의 키노트가 특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장소’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유작, 애플의 새로운 캠퍼스 ‘애플 파크’ 그것도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열리는 첫 번째 이벤트니 말이다. “사무 공간과 녹지 공간은 우리 팀에 영감을 불어 넣어줌과 동시에 친환경적으로 설계되었다.” 팀 쿡의 말처럼, 과연 숲 한 가운데 UFO가 들어선 느낌.

원래는 이 대지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였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적이다.(일단 들어서자마자 비료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나무가 잘 자라고 있나 보다.) 9천 그루의 나무가 사방에 퍼져 있으며, 중심엔 원형의 거대한 본관 캠퍼스, 입구엔 리테일 스토어와 카페를 갖춘 비지터(Visitor) 센터, 가장 높은 곳엔 오늘의 주인공 스티브 잡스 시어터가 자리 하고 있다. 아직 본관 캠퍼스는 개방하지 않은 상태라 스티브 잡스 시어터와 비지터 센터만 둘러볼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내려 걷다 보면 저 멀리 본관 캠퍼스가 보인다. 애플 직원들이 이사하는 데만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비지터 센터. 이름 그대로 누구나 와서 커피를 마시고 리테일 스토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비지터 센터에 있는 리테일 스토어. 애플 이벤트를 위해 오늘 단 하루만 개방했다.

역시나 애플다운 결벽증! 전반적으로 얇고, 간결하며, 유려하다. 벽면은 전부 유리로 되어있어 360도 투명하고(사진으로만 본 본관을 비롯 스티브 잡스 시어터와 비지터 센터 모두 다!) 거의 모든 것이 원형이다. 어찌나 원형을 지키려는 마음이 강건한 지, 키노트 후 핸즈 온 섹션을 동그랗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계단 모서리 조차도 둥글게 처리 했을 정도. 어쨌거나, 뭐, 당연히, 어딜 둘러 봐도 아름답다. 쿠퍼티노 근처에 산다면 일주일에 두 세번씩 와서 커피를 마시고 시간을 보내고 싶을 만큼!

겉만 번지르르한 건 물론 아니다. 자연 환경을 끌어들인 개방형 구조에 세계 최대의 태양열 시스템을 갖춰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자연 통풍 건물로 연중 9개월은 냉방이나 난방 없이 지낼 수 있는 곳. 그렇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던 스티브 잡스의 철학 그대로 애플은 ‘더 좋은 건물’을 만든 것이다. 애플의 철학이 건물로 탄생했다.

키노트 입장을 기다리는 전세계 프레스들. 조명까지 원형 모양! 원래 애플의 생명은 디테일이다.

안전이 제일. 줄 맞춰 스티브 잡스 시어터로 입장!

오늘의 애플 이벤트 장소! 스티브 잡스 시어터

#2. 드디어 셀룰러, 애플워치 시리즈3

그동안 애플워치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 ‘나홀로’가 안 된다는 거다. 사실 애플워치의 가장 큰 장점은 (유일하게 갖고 싶은 스마트워치라는 것을 제외하면) 일상의 동선을 심플하게 한다는 거 였다. 즉, 시시때때로 아이폰을 쳐다보지 않게 해주지만 정작 아이폰과 떨어지면 답답했던 것도 사실. 혼자서는 메시지를 받거나 지도 길찾기 같은 건 불가능했다.

새로운 애플워치 시리즈3가 유독 반가운 건 그래서다. 셀룰러 네트워크를 탑재, 애플워치 시리즈 3가 아이폰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으니 말이다! “이건 애플워치를 처음 만들 때부터 우리의 비전이었습니다.” 그말처럼 새로운 애플워치 시리즈3는 전화, 메시지, 맵 그리고 음악 스트리밍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척척 해낸다. 애플뮤직 기준 무려 4천여 곡의 음악을 스트리밍할 수 있으며 라이브 스테이션이나 비트 뮤직에 접속해 조깅 하면서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라디오를 청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가벼운 걸음으로. 

새로운 애플워치와 에르메스 콜라보레이션

실물로 보면 이렇다

호수 한 가운데서 카누 위에 올라탄 채 바람을 맞으며 애플워치 시리즈3로 통화를 하는 모습. 목소리가 또렷하게 전달된다.

셀룰러 네트워크를 위해 디스플레이 자체를 안테나로 사용하고(그래서 이것저것 기능을 추가했음에도 시리즈2와 똑같은 두께감을 자랑한다) 나노 eSIM을 적용했다. 그러니까, 애플워치 번호를 따로 만들지 않고 지금 쓰는 아이폰 번호를 동일하게 사용해도 된다는 뜻이다.

또한 세라믹 에디션은 더없이 우아한 스페이스 그레이로, 에르메스 콜라보레이션의 경우 펀칭 디테일의 블랙 밴드가 추가됐다. 건강을 위해서 애플워치의 ‘하트(심박)’를 자주 체크하던 이들에게도 굿 뉴스 하나. 이제 시시때때로 심장박동을 체크해 평소보다 심장이 빨리 뛰어나 부정맥처럼 위험한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경고를 보내준다.

핸즈온 섹션에 줄 지어 있는 애플워치 시리즈 3

 

물론 보시다시피, 디자인은 전 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애플워치 시리즈3는 완전히 달라졌다. 일상을 한결 간결하게 만들 테고, 그게 진짜 변화다.

#3. 드디어, Future is Wireless

 

작년 이맘 때쯤 애플은 “미래는 무선”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에어팟을 내놓았다. 그리고 올해, 그 그림이 완성됐다. 이번 키노트의 두 개의 아이폰, 아이폰 8과 아이폰 X을 전후면 글래스로 처리, 무선충전시스템을 탑재한 것이다.

이미 좀 늦었다고? 애플이 장기 중 하나는 이미 익숙한 것도 갖고 싶게 만든다는 거다. Qi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벨킨이나 모피(Mophie) 무선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건 2018년 출시되는 에어 파워다. 애플은 한번 쓰다 보면 점점 확장돼 가는 ‘연결고리 브랜드’다. 아이폰-에어팟-애플워치-맥북-아이패드…. 거기에 아이폰과 에어팟, 애플워치를 한번에 무선 충전할 수 있는 에어 파워까지 더해진다면? 간결하게 아름다운 에어 파워 위에 세 기기가 가지런히 올려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아, 역시 애플은 세트가 제맛이구나. (이런 점 때문에 에어 파워는 이번 키노트에서 가장 소장욕을 자극하는 제품이었다.)

고운 자태의 에어파워. 하나만 있으면 세 개의 제품을 무선 충전할 수 있다! 왠지 이중 하나라도 없으면 의미없을 것 같은 느낌.

#4. 드디어, 아이폰 8의 카메라

 

아이폰 8 그리고 아이폰 8 플러스에서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것? 일단은 실물로 보시라. 무조건 실제로 보고 만져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제품이다. 전후면 글래스의 매끈함, 손에 착! 달라붙는 그립감, 은은하지만 깊이 있는 컬러 등등은 사진보다는 실물이다. (실버, 스페이스그레이, 골드 세 가지 컬러. 분명 봤던 컬러인데 유리 마감이라 완전히 새롭다.)

하지만 디자인보다 반가운 변화는 카메라다. 일단은 포트레이트 조명 기능. 이제까지 아이폰 7 플러스에서 사용했던 인물 사진 모드, 그러니까 인물은 선명하고 배경은 흐리게 했던 그 사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이펀 8 플러스에선 다섯 가지 조명 기능이 더해졌다. 어디서건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원래 사진에선 조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법이다. 셀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진을 촬영할 때는 물론 촬영 후에도 원하는 분위기로 조명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아이폰 8플러스의 카메라들은 궁극의 증강현실을 위한 카메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듀얼 카메라와 가장 강력한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4K 해상도에서 초당 60프레임을 찍을 수 있는 만큼 슈퍼 프로세서)의 합작품으로  AR 게임을 해보거나 증강현실 앱을 사용해 보면 그 차이를 뚜렷히 느낄 수 있다. 어찌나 실감 나는지, 눈 앞에서 미래가 펼쳐지는 기분이다. 

증강현실 앱 Insight Heart(아직 출시 전). 심장의 위치와 움직임, 관련 질환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교육용 앱. 아이폰 8 플러스를 밑에서부터 위로 훑으면 인간의 형상이 생성되고 빨간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5. 드디어,  One More Thing 아이폰 X

지금 애플 홈페이지에 가면 ‘미래와의 조우, 아이폰 X’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 말대로다. 아이폰의 1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더없이 특별한 이 아이폰은(그래서 ‘아이폰 엑스’가 아니라 ‘아이폰 텐’이라고 읽는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뭐니뭐니 해도 홈 버튼이 사라진 것. 확장형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시야가 탁 트인 기분. 밀어서 잠금해제나 터치 ID가 해왔던 ‘Unlock’은 한결 간편해졌다. 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이제껏 지문이나 암호가 해온 보안 열쇠의 역할을 아이폰 X에선 얼굴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열 때마다 얼굴이 화면에 비치면 좀 민망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느끼지도 못할 정도도 순식간이다. 정말 한번 체크-인 해두면 0.1초만에 잠금이 스르륵 풀린다. 홈 버튼의 ‘홈’으로 돌아가는 기능 및 다른 조작 기능은 스와이프가 대신한다. 이것도 아주 직관적이다. 위에서 아래로 쓱 쓸어올리면 어디서건 홈으로 돌아온다.

3만 개의 보이지 않는 IR 도트를 투영해 얼굴을 인식한다

학습 기능 또한 갖춰서 하면 할수록 내 얼굴을 또렷이 알아본다. 안경이나 모자를 써도, 헤어스타일을 바꿔도, 숙취 때문에 얼굴이 퉁퉁 부어도, 민낯일지라도 아이폰 X를 한번 째려보기만 하면 순식간에 잠금이 해제된다. 보안 부분에 있어서도 지문보다 훨씬 안전하다. 내 지문이 도용당할 확률이 5만분의 1이라면 페이스 ID의 경우 1백만 분의 1일 정도다. 애플페이와 결합해 얼굴 한번 쓱 비추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놀라운 장점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아쉬울 뿐.

액세서리나 화장법, 헤어스타일을 바꿔도 주인을 알아본다

그리고 아이폰 X의 가장 사랑스러운 점 역시 얼굴과 관련돼 있다. 바로 애니모티콘. 내 얼굴 표정을 그대로 따라하는 이모티콘으로 오직 아이폰 X에서만 가능한, 가장 소장욕을 자극하는 기능이다. (실제 핸즈 온 섹션에서 최고 인기를 자랑했다.) 굉장히 섬세하게 내 표정을 따라는 데다 목소리까지 녹음해 메시지로 보낼 수 있으니, 아, 여러모로 욕심난다. 스페이스그레이와 실버(화이트에 가깝고 영롱하게 빛난다) 두 가지 컬러로 출시.

스냅챗에선 이런 페이스 트래킹도 가능하다.

아이폰 7 플러스와 비교하면 이런 느낌! 크기는 작아졌지만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

내 표정을 똑같이(조금 더 귀엽게) 따라한다

입을 벌리면 애니모티콘 역시 입을 쩍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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