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경쟁한 사나이

극장에서 보면 좋을 <파운더>를 비롯한 영화 세 편.

전 세계에 맥도날드라는 신흥 교회를 세운 남자에 관한 영화 <파운더>.(★★★★☆).

파운더 - 에스콰이어

1954년, 세인트루이스 미주리에 사는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은 열정적인 남자였다. 성공하겠다는 야심도 대단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다섯 잔의 밀크셰이크를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멀티 믹서를 판매하기 위해 수많은 레스토랑을 돌고 돌았지만 판매 실적은 저조했다. 웃는 얼굴과 당당한 태도만으로는 믹서를 팔 수 없었다.

그런 어느 날, 본사와 통화하던 레이 크록은 미국 서부의 한 식당에서 여섯 대의 멀티 믹서를 주문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착오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그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착오가 있긴 있었다. 여섯 대가 아니라 여덟 대를 주문하겠다는 것.

그는 궁금했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알아야 했다. 캘리포니아의 샌버너디노에 있다는 그 식당으로 당장 차를 몰았다. 그렇게 맥도날드 형제가 운영하는 햄버거 가게를 목격했고, 성공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맥도날드 형제에게 프랜차이즈 전략을 제안한다. 맥도날드의 황금 아치를 교회의 십자가처럼 미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맥도날드는 미국의 새로운 교회가 될 수 있다.”


<파운더>는 맥도날드의 설립자 레이 크록에 관한 전기물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에 관한 영화다.

여기서 물음표가 하나 떠오른다. 왜 맥도날드의 창립자는 샌버너디노에서 처음으로 맥도날드 간판을 세웠던 맥도날드 형제가 아닌 레이 크록일까?

<파운더>는 이 질문을 위해 마련된 답변이다. 맥도날드 형제는 탁월한 협업 시스템을 개발했고, 주방의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렸다.

레이 크록은 그 시스템을 적용해 프랜차이즈 사업의 확장성을 구상했다. 그는 맥도날드 형제가 주방 한 칸의 합리를 뛰어넘는, 요식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음을 깨달았다.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의 창립자가 된 건 바로 그 덕분이었다. 타인의 재능을 알아보는 탁월함과 그 재능으로 가능한 사업의 확장성을 간파한 것. 그리고 그에게는 자신의 확신을 밀고 나갈 추진력과 인내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를 맥도날드의 창립자로 만든 최후의 재능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자신의 성공에 기여한 누군가의 재능을 헐값에 사들이고 미소를 던질 수 있는 비열함이었다. 레이 크록은 그런 비열함을 바탕으로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맥도날드라는 상표권을 헐값에 획득하는 데 성공했고, 그들의 이름으로 전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제국을 건설했다.

레이 크록이 매일같이 듣던 LP에는 ‘긍정의 힘(The power of positive)’이라는 강연이 담겨 있었다. “재능은 있는데 성공하지 못한 자들은 차고 넘친다”고 말하는 그 강연의 요지는 결국 ‘성공의 가치가 재능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것보다도 재능을 압도하는 거대한 소유를 완성하는 것에 있다’고 주지한다.

그렇게 자본주의는 경제적 체제를 넘어 지배적 신앙이 됐다. 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은 어떤 식으로든 성공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변질된다. 레이 크록은 그 믿음으로 교회의 십자가 옆에 맥도날드의 황금 아치를 세웠다. 그리고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은 있어도 맥도날드를 먹어보지 않은 이는 없는 시대가 됐다.

모든 것을 빠르게 먹어치울 수 있다는 믿음, 자본주의의 시대는 그렇게 도래했다.

4월 20일 개봉.


콜로설 (★★★☆☆)

서울 한강에 거대 괴물이 출몰했다. 뉴스 속보로 이 소식을 접한 미국의 한 여성은 괴물의 행동에서 언뜻 기시감을 느낀다.

<콜로설>은 거대한 괴물의 존재를 미끼 삼아 인간과 인간의 지배 욕구를 조명하고 친절한 호의로 위장한 추악한 내면을 들추는 작품이다. 엉뚱한 호기심으로 출발해 통렬한 복수심으로 맺는다. 앤 해서웨이의 커다란 눈망울만큼이나 기이하지만 빠져들 만한 매력이 있다.

4월 20일 개봉.

콜로설 - 에스콰이어

나는 부정한다 (★★★★☆)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한 역사학자가 있었다. 그리고 이 견해를 부정한 또 다른 역사학자가 있었다. 결국 두 역사학자는 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서 만났다.

<나는 부정한다>는 4년간의 법정 공방 과정을 압축해낸 명료한 서사와 배우들의 명쾌한 연기로 극적인 재미와 신뢰를 함께 거머쥐었다. 무엇보다도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가를 깨닫게 만든다는 건 우리에게도 익숙한 교훈이다.

4월 26일 개봉.

나는 부정한다 - 에스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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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일러스트최 신엽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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