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어의 설득력

의심은 할 수 있어도 기대를 접어선 안 된다. 스팅어는 충분히 충족시킨다. 끝내 설득해낸다.

KIA STINGER 2.0
엔진 1998cc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최고 출력 255마력 최대 토크 36.0kg·m 복합 연비 9.6~10.4km/L 가격 3500만~3910만원

스팅어를 갖고 싶은 사람

이렇게까지 유려한 국산 스포츠 쿠페는 없었다. 스팅어는 오로지 외관 디자인만으로 매혹을 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한국 차다. 그럭저럭 괜찮은 디자인, 진보한 디자인, 썩 예쁘고 꽤 잘 그린 디자인은 있었지만 존재 그대로 마음을 건드리는 경우는 없었다. 스팅어에는 태생적인 멋이 있다. 부정하기 힘든 매혹이 있다.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인테리어의 품질도 상당한 수준이다. 마무리가 꼼꼼하고 소재는 고급스럽다. 버튼을 누르는 감각, 트레이가 오르내리는 감각과 질감도 훌륭한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땐 디자인과 감성 품질에서 쌓인 신뢰에 확신을 더하게 된다. 이 차를 타고 노는 밤엔 남은 스트레스를 다 풀 수 있을 거라는 기대야말로 자연스럽다. 낮에는 그대로 안락한 품격을 지키면서 이동할 수 있고, 밤에는 아주 가볍게 모든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 엄청난 힘으로 몰아붙인다기보단 가벼운 몸놀림 자체의 쾌감을 추구하는 쪽. 가끔은 조금 더 극단적인 운전을 상상하게 만드는 실력. 타고 놀다 보면 이 차가 기아자동차의 작품이라는 걸 살짝 잊게 된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국산 차와는 다른 감각이 우아하고 경쾌한 독일 중형 세단을 상상하게 만든다. 바로 이런 순간, 스팅어의 가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슷한 느낌으로 탈 수 있는 독일 세단의 가격은 스팅어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성능이 괜찮다는 얘기가 아니다. 충분한 성능, 만족을 상회하는 감성 품질, 놀랍도록 일관된 스포츠 쿠페를 기아자동차가 성취해냈다는 게 핵심이다. ‘가성비’ 같은 말은 실례다. 그 자체로 가치 있다.  글_정우성

마케팅의 실수

스팅어는 ‘브랜드 최초의 뒷바퀴 굴림 스포츠 세단’이다. 그러니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이런 거창한 의미 때문에 기아자동차는 스팅어를 과대 포장하고 있다. 영상 광고가 대표적이다. 빨간색 스팅어가 서킷에서 뒤 타이어를 맹렬하게 태우며 옆으로 미끄러지듯 코너를 탈출한다. 보기엔 멋지다. 그런데 소비자가 스팅어의 쓰임새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이 차를 사면 나도 길에서 드리프트를 할 수 있다는 건가? 하라는 건가? 의문만 쌓인다. 게다가 ‘고성능 세단’이라는 이미지도 오롯이 3.3L 터보의 몫이다. 실제 소비자에게 관심을 끌 2.0L 터보와 2.2L 디젤 터보는 존재가 희미하다. 모든 것이 마케팅의 실수다. 스팅어 2.0L 터보를 타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주 괜찮은 제품이니까. 제품의 모든 부분에 기술자들의 치밀한 계산과 노력이 담겨 있다. 이 차의 디자인은 역동적이고 비율도 좋다. 안팎으로 적절한 소재를 사용한 것도 만족스럽다. 조립과 마무리도 우수하다. 편의 장비와 안전 장비도 부족하지 않다. 최신 유행에 따라 소비자의 요구를 잘 반영한 결과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도 제대로 갖췄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행 질감이다. 뒷바퀴 굴림 세단이라는 특성이 잘 녹아 있다. 핸들링이 즐겁고 움직임을 이해하기 쉽다. 스포티한 배기음과 ‘갸르릉’거리는 엔진의 기교도 흥미롭다. 서킷을 질주할 만큼 빠르게 달리기 위해 만든 차는 아니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세련되고 활기차게 바꿔주는 정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좋은 균형이다. 사실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렵다. 스팅어 2.0L 터보는 그런 관점에서 좋은 차다.  글_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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